"수비는 아무나 할 수 있다" vs "수비 못하면 우승 없어"...듀란트-그린, 3년 만에 다시 붙었다 [더게이트 NBA]
골든스테이트 왕조 함께 만든 두 스타의 농구철학 충돌
[더게이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왕조를 함께 만들었던 두 거물이 3년 만에 다시 설전을 벌였다. 케빈 듀란트(휴스턴 로케츠)가 수비를 우습게 보는 듯한 발언을 하자, 드레이먼드 그린(골든스테이트)이 정면으로 반박했다.
불씨는 듀란트가 댕겼다. 지난 10월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스타팅 5' 시즌2에서 듀란트는 이렇게 말했다. "우승하려면 득점을 해야 한다. 수비? 여기 있는 사람 아무나 데려와도 다리 굽히고, 공 안 만지고, 좌우로 움직이면서 슛을 방해할 수 있다."
듀란트의 이 발언은 수비를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일'로 격하시킨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NBA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인 그린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그린은 지난 4일(한국시간) 공개된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듀란트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농구 전문기자 샘 애믹은 34분간 그린과 마주 앉아 수비의 가치, 듀란트의 발언, 그린의 미래 계획 등을 물었다.
그린은 "우승한 팀을 보면 모두 훌륭한 수비를 갖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정상에 오르지 못한 팀들을 보면 대부분 수비에서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건 팩트다. 수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믿지 않는 사람들은 그냥 우승을 못한다. 간단하다. 우승 못한 사람들의 의견을 누가 신경 쓰나. 그들의 의견은 제로다."
애믹 기자가 "하지만 케빈은 우승했다"고 지적했다. 그린은 잠시 멈칫했다가 답했다. "케빈은 이 팀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우리 팀의 수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골든스테이트 시절 듀란트도 강한 수비력을 갖춘 팀에서 우승했다는 반론이다.
실제로 듀란트와 그린이 함께 우승한 2016-17시즌 골든스테이트는 공격 레이팅 115.6으로 리그 1위를 기록했지만, 수비 레이팅에서도 리그 2위를 차지했다. 그린은 그 시즌 개인 수비 레이팅 99.1로 리그 1위를 기록했고, 듀란트도 101.3으로 6위에 올랐다. 두 번째 우승 시즌인 2017-18시즌에도 워리어스의 공격 레이팅은 113.6으로 리그 3위, 수비 레이팅은 11위였다.
듀란트가 골든스테이트에서 뛴 3시즌 동안 팀은 상대 야투율 부문에서 각각 1위, 3위, 3위를 기록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2016-17시즌 스테판 커리와 듀란트가 함께 코트에 있을 때 골든스테이트는 100포제션당 19.9점 차로 상대를 압도했다. 역대급 공격력이었지만, 수비 역시 리그 최강이었다.
그린은 듀란트의 발언이 놀랍지 않다고 했다. "케빈이 농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안다"고 말한 그는 "사람들이 역대급으로 여기는 선수들 중에서도 공격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케빈이 평가 절하하는 선수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나와 케빈은 수백만 번 농구 대화를 나눴다. 그래서 케빈의 의견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그린은 자신을 수비 밖에 못 하는 반쪽짜리 선수로 보는 시각도 거부했다. "나는 수비만 하는 선수가 아니다. 수비에서 굉장하고, 절대적으로 뛰어나다. 하지만 그게 내가 하는 전부는 아니다. 나는 상대의 공격과 수비를 모두 망가뜨리고, 코칭스태프가 '어떻게 저걸 막지?'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듀란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5일 그린의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자 듀란트는 X(옛 트위터)에서 "그럼 공격은????"이라는 멘션을 남겼다. 공격력이 더 중요하다는 자신의 주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두 사람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시즌 동안 함께 뛰며 NBA 파이널 3회 진출, 우승 2회를 달성했다. 하지만 2018-19시즌 초반 LA 클리퍼스전에서 벤치에서 격렬하게 다퉜고, 이 사건은 듀란트가 그해 여름 브루클린 네츠로 떠나는 데 영향을 줬다. 듀란트는 당시 "그 싸움이 내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인정한 바 있다.
두 사람은 2020 도쿄올림픽 미국 대표팀에서 재회했고, 이후 서로의 팟캐스트에 출연하는 등 어느정도 관계를 회복했다. 하지만 농구를 바라보는 철학만큼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이다.
흥미로운 건 최근 우승팀들이 모두 강한 수비를 갖췄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우승팀 보스턴 셀틱스는 수비 레이팅 리그 2위를 기록했고, 파이널 상대였던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리그 1위였다. 그린이 강조한 "수비가 우승을 만든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들이다.
한편 그린은 이번 인터뷰에서 자신의 새로운 목표도 밝혔다. 올디펜시브팀에 10회 이상 선정된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현재 이 명단에는 팀 던컨, 코비 브라이언트, 케빈 가넷, 카림 압둘자바, 스코티 피펜 단 5명뿐이다. 그린은 현재 9회 선정됐다.
"그런 명단을 보면 즉시 동기부여가 된다. '이 명단에 들어가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하면, 그게 나를 사로잡는다. 어렸을 때 꿈꾸던 그 목표를 위해 여전히 뛴다." 그린의 말이다.
35세로 어느덧 노장 대열에 접어든 그린은 지난 시즌에도 리그 정상급 수비력을 유지했다. 지난 시즌 올디펜시브 1팀에는 클리블랜드의 에반 모블리(23세), 애틀란타의 다이슨 대니얼스(21세), OKC의 루겐츠 도트(25세), 휴스턴의 아멘 탐슨(22세)이 선정됐다.
인터뷰에서 그린은 이들의 나이를 확인하고 '웃었다'고 밝혔다. "이제는 '젊은 선수들과 얼마나 오래 경쟁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다. 처음엔 젊은 선수로서 경쟁하는 게 목표였다면, 이제는 '젊은 선수들을 상대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듀란트와 그린의 논쟁은 결국 "공격이냐, 수비냐"라는 오래된 농구 철학의 대립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이 함께 만든 골든스테이트 왕조는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리그 최강이었다. 어쩌면 정답은 '둘 다'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두 거물은 여전히 각자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