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터진 MLB, 뒤늦은 수습책 "공 하나에 28만원까지만 베팅 가능-복합 베팅 금지" [더게이트 MLB]

-주요 도박업체와 합의, 한 투구당 200달러 상한 -복합 베팅도 전면 금지…"이제라도 조작 막아야" -오티즈 보석 허가, 클라세는 미국 밖 체류 중

2025-11-11     배지헌 기자
엠마뉴엘 클라세(사진=MLB.com)

 

[더게이트]

엠마누엘 클라세와 루이스 오티즈의 승부조작 스캔들로 발칵 뒤집힌 메이저리그가 뒤늦게 빗장을 걸었다. 10일(한국시간) MLB는 미국 내 주요 도박업체들과 합의해 투구 하나에 걸 수 있는 돈을 200달러(약 28만원)로 제한하고, 여러 베팅을 묶어 거는 복합 베팅도 금지한다고 밝혔다.

소 잃은 뒤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다. 클라세와 오티즈가 도박꾼들과 짜고 던진 공으로 챙긴 돈이 최소 45만 달러(약 6억3000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하루 전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상한선을 정한다고 해서 이미 무너진 신뢰가 회복될지는 의문이다.

6월부터 논의했지만...이미 손 쓰기엔 늦었다

MLB는 여름부터 공인 도박업체들과 베팅 메뉴와 한도 조정을 논의해왔다고 설명했다. 6월 오티즈가 던진 공들에서 이상한 베팅 패턴이 잡힌 뒤였다. 하지만 논의를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조치가 나왔다.

9일 연방 검찰은 오티즈와 클라세를 통신 사기 공모, 뇌물 수수, 자금 세탁 등 혐의로 기소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클라세는 2023년 5월부터 도박꾼들과 짜고 공을 어떻게 던질지 미리 정했다.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 구속이 얼마인지를 정한 뒤 도박꾼들이 그에 맞춰 돈을 걸었다. 오티즈는 2025년 6월부터 가담했다. 두 선수는 7월부터 유급 휴직 상태다.

MLB는 이번 조치의 목적을 "선수들이 조작에 나설 유인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벌 수 있는 돈이 줄면 도박꾼들과 짜고 공을 던질 이유도 줄어든다는 얘기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지난 7년간 도박업계와 협력해 팬을 위한 경기의 공정성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고 밝혔다.

"투구 단위로 베팅 가능하면 조작 위험에 취약"

맨프레드는 "투구 하나하나에 돈을 거는 시장은 조작 위험에 특히 취약하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단위 대책을 마련하고자 업계가 우리와 함께 나선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하이오 주지사 마이크 드와인으로부터 이 문제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MLB는 이번 합의에 발리스, 벳365, 벳엠지엠, 벳99, 베터, 시저스, 서카, 드래프트킹스, 888, 패내틱스, 팬듀얼, 게임와이즈, 하드록, 인트랄롯, 잭 엔터테인먼트, 모조, 노스스타 게이밍, 오클론, 펜, 포인트벳, 포타와토미, 러시 스트리트, 언더독 등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드와인 주지사는 7월 MLB가 오티즈와 클라세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뒤 이런 마이크로 베팅 금지를 요구해왔다. 그는 "투구 하나에 거액을 거는 것을 제한함으로써 MLB는 경기의 공정성을 지키고 선수들이 부적절한 베팅에 손댈 이유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다른 스포츠도 MLB의 사례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드래프트킹스 로고.


드래프트킹스·팬듀얼 "합법 시장이 나쁜 놈들 잡아낸다"

미국 최대 도박업체인 드래프트킹스와 팬듀얼은 MLB 요청에 따라 야구 베팅 메뉴를 바꾸기로 합의했으며, 합법 시장이 이상한 베팅을 적발할 수 있는 능력이 앞으로 문제를 막는 억제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드래프트킹스 홍보 담당자는 "MLB와 협력해 나쁜 행위자들을 더욱 억제하고 경기의 공정성과 신뢰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일부 베팅을 손봤다"고 말했다.

팬듀얼의 크리스천 제넷스키 사장은 합법 도박업계가 스포츠와 계속 협력하며 부패와 싸우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계획은 공정한 경쟁을 훼손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경기를 망가뜨리려는 이들의 악행을 뿌리 뽑는 합법적이고 규제된 시장을 만들려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오티즈 보석 허가, 클라세는 미국 밖

한편 오티즈는 10일 보스턴 연방법원에 출석해 여권을 반납하고 미국 북동부로만 다닐 수 있다는 조건과 함께 50만 달러(약 7억원) 보석금 중 5만 달러(약 7000만원)를 담보로 내고 풀려났다. 클라세는 현재 미국 밖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선수는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65년 형을 받을 수 있다. 통신 사기 공모 20년, 정직 의무 위반 사기 공모 20년, 자금 세탁 공모 20년, 스포츠 경기 뇌물 공모 5년이다.

클라세는 3차례 올스타에 선정됐고 최근 3시즌 아메리칸리그 세이브 1위를 기록한 특급 마무리였다. 오티즈는 유망주로 꼽히던 선발 투수였다. MLB 규정 21d(2)는 자신의 소속팀 경기에 도박하는 선수는 영구 자격 박탈 대상이라고 명시한다. 클라세와 오티즈가 마주할 운명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LB는 "수사 초기부터 연방 수사 당국에 연락해 전면 협조했다"며 "기소와 체포 사실을 알고 있으며 조사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는 "법 집행 기관 및 MLB와 계속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구 하나에 돈을 거는 세밀한 베팅이 선수들에게 어떤 유혹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야구 전체를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일각에서는 MLB가 도박업체와 손잡은 것 자체가 문제의 시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뒤늦게나마 MLB가 내놓은 대책이 실효성을 거둘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미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