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전부는 아냐! 스몰 마켓 팀 기적 이룬 밀워키-클리블랜드 감독, 2년 연속 '올해의 감독상' 수상 [더게이트 MLB]
-머피·보그트, 감독 데뷔 2년 만에 2연속 수상 -머피, 27표 중 1위표 27개로 압도적 수상 -보그트, 30표 중 1위표 17개로 리핏 성공
[더게이트]
밀워키 브루어스의 팻 머피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스티븐 보그트가 2년 연속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12일(한국시간) 올해의 감독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내셔널리그에선 머피가 30표 중 1위표 27개를 받아 압도적으로 선정됐다. 아메리칸리그에선 보그트가 30표 중 1위표 17개를 받으며 연속 수상에 성공했다.
머피는 올시즌 밀워키를 메이저리그 최다 승수인 97승으로 이끌며 구단 신기록을 세웠다.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나고 팀 연봉 총액도 최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오히려 전년보다 4승을 더 따내는 영화같은 시즌을 보냈다.
밀워키는 지난겨울 FA 시장에서 주전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빼앗겼다. 아다메스는 올 시즌 자이언츠에서 32홈런을 치며 여전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밀워키는 아다메스 없이도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에 이어 메이저리그 3위 득점력을 자랑했다.
선발진도 흔들렸다. 프레디 페랄타를 중심으로 시즌 초반 잇따른 부상자가 속출했다. 머피는 4월 중순 트레이드로 데려온 퀸 프리스터를 선발로 전환해 큰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케일럽 더빈, 아이작 콜린스, 채드 패트릭, 제이콥 미시오로스키 등 신인들도 제 몫을 해냈다.
밀워키는 시즌 개막 초반인 3월의 4연패를 제외하면 이후 모든 달에서 5할 이상 승률을 기록했다. 7월 초까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를 달리다 이후 29승4패(승률 .879)라는 폭풍 질주를 펼치며 지구 라이벌 시카고 컵스를 따돌렸다. 이 기간 14연승을 기록하며 구단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포스트시즌에선 컵스를 5경기 만에 제압하며 2018년 콜로라도전 이후 첫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를 거뒀다. 비록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우승팀 LA 다저스에게 스윕을 당했지만, 정규시즌 성적만으로도 충분히 머피는 감독상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대학 감독 출신인 머피는 밀워키에서 8년간 벤치코치로 일하다 2023년 11월 크레이그 카운셀이 컵스로 떠나자 감독으로 승격됐다. 명감독 카운셀의 공백 우려를 씻고 부임 첫해부터 93승 69패로 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97승으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내셔널리그 투표에선 신시내티 유니폼을 입고 현장으로 복귀한 베테랑 감독 테리 프랑코나가 2위, 필라델피아의 롭 톰슨이 3위를 차지했다.
보그트, '승부조작 파문' 속 역사적 역전극 완성
아메리칸리그 감독상 수상자 보그트는 클리블랜드를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우승으로 이끌었다. 41세인 보그트는 메이저리그에서 10년간 포수로 뛴 뒤 2022시즌 후 은퇴했다. 시애틀에서 1년간 불펜코치로 일한 것 외에는 지도 경험이 전무했지만, 2023년 11월 클리블랜드 감독으로 부임했다.
클리블랜드의 올 시즌 지구 우승은 기적이었다. 7월 초 디트로이트에 15.5경기 뒤졌고, 9월 초에도 11경기차로 밀렸지만 이를 뒤집고 1위로 올라섰다. 엘리어스 스포츠 뷰로에 따르면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시즌 중 가장 큰 게임차를 뒤집은 우승이다.
더 놀라운 건 시즌 막판 터진 주축 선수의 승부조작 파문을 딛고 일궈낸 성과란 점이다. 클리블랜드는 9월 막판 순위 싸움이 한창일 때 마무리 엠마누엘 클라세와 선발 루이스 오티즈가 스포츠 도박 관련 조사를 받게 되면서 팀을 이탈하는 최악의 악재를 맞았다.
악재 속에서도 보그트는 흔들림 없이 팀을 이끌었다. 선수단이 똘똘 뭉친 클리블랜드는 8월 14승 13패로 숨을 고른 뒤 9월 20승 7패로 질주하며 결국 디트로이트를 추월, 정규시즌 마지막 날 우승을 확정했다.
보그트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어제와 내일을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며 "오늘 경기에만 집중하자, 오늘만 이기자고 말했다. 모두가 이 생각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을 돌아볼 때 무엇이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엔 "팀의 회복력"이라고 답했다.
한편 아메리칸리그 투표에선 토론토의 존 슈나이더가 1위표 10개로 2위에 올랐고, 시애틀을 가을야구로 이끈 신임 감독 댄 윌슨이 3위를 차지했다. 보스턴의 알렉스 코라, 디트로이트의 A.J. 힌치, 휴스턴의 조 에스파다도 표를 받았다.
2년 연속 감독상 수상자가 된 머피와 보그트는 리그에서 가장 가난한 스몰 마켓 구단을 이끌고 2년 연속 지구 우승을 일궈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빅마켓 구단들이 돈으로 스타를 쓸어담는 시대, 적은 예산과 악조건 속에서도 우승을 일궈낸 두 감독이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