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캡 밀어붙이는 구단주들, 이대로 가면 MLB 2027시즌 없다? MLB-선수노조, 예비회동부터 신경전 [더게이트 MLB]

-MLB·선수노조, 최근 노사 문제 논의 회동...예비 회담 단계부터 양측 시각차 첨예 -현 단체협약 2026년 12월1일 만료 -구단주들 샐러리캡 밀어붙일 듯…노조는 강력 반발

2025-11-12     배지헌 기자
맨프레드 커미셔너와 데이비드 오티즈(사진=MLB.com)

 

[더게이트]

메이저리그와 선수노조가 2026시즌 후 만료되는 단체협약(CBA) 갱신을 앞두고 물밑 접촉에 나섰다. 하지만 샐러리캡을 둘러싼 양측 입장 차는 예비 회담 단계부터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또 다른 직장폐쇄 가능성이 제기된다.

디 애슬레틱의 에반 드렐릭, 켄 로젠탈 기자는 12일(한국시간) "MLB와 선수노조가 최근 야구계 노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엔 양측 협상 책임자인 댄 하렘(MLB)과 브루스 마이어(선수노조)가 모두 참석했다.

현 MLB 단체협약은 2026년 12월1일 오후 11시59분(미 동부시간 기준)에 만료된다. 만료까지 아직 1년여가 남았지만, 양측은 벌써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회동은 공식 협상이 아닌 예비 회담 성격이다. 본격 협상은 내년 봄에 시작될 전망이다. 예비 회담에선 통상 경기 운영과 재정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 관점을 공유한다. 그러나 양측은 이번 회동에서도 서로 판이한 시각차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MLB와 선수노조는 각자 다가오는 협상에 대비하고 있다. 이번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연례 단장 회의가 끝나면 선수노조의 연례 에이전트 회의가 시작된다. 다음 주엔 뉴욕에서 구단주 회의가 열려 협상 전략을 논의한다. 선수노조도 다음 달 연례 집행위원회 회의를 연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사진=MLB.com)


샐러리캡 도입 vs 절대 불가…갈등의 핵심

갈등의 핵심은 샐러리캡 도입이다. 구단주들은 샐러리캡 도입에 적극적이고, 선수노조는 이를 줄곧 반대해왔다. 지난 2월 플로리다에서 열린 구단주 회의에선 샐러리캡 도입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당시 회의 참석자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모든 구단주가 비용 억제를 위해 샐러리캡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일부는 선수노조의 강력한 반발로 인한 장기 파업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구단주들은 샐러리캡 도입 논리로 LA 다저스의 천문학적 지출을 핑계 삼고 있다. 다저스가 자금력을 앞세워 좋은 선수를 싹쓸이해간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특히 구단 수익에만 관심 있고 투자에는 소홀해 비판받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같은 저질 구단주들이 샐러리캡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맨프레드, 구단주 편들기 논란…"중재자 아니냐"

여기에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가 구단주들 편에서 샐러리캡을 옹호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논란을 키우고 있다. 맨프레드는 지난 8월 필라델피아 필리스 클럽하우스를 방문했다가 브라이스 하퍼와 욕설이 오가는 설전을 벌여 화제가 됐다.

당시 하퍼는 맨프레드에게 "연봉상한제 얘기를 하려면 클럽하우스에서 꺼져"라고 소리쳤고, 맨프레드도 "나는 여기서 꺼지지 않을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맨프레드는 나흘 뒤 "이 일이 필요 이상으로 과장됐다"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선수들이 샐러리캡 문제에 얼마나 예민한지 보여주는 장면으로 화제를 모았다.

맨프레드는 지난겨울에도 비시즌 직장폐쇄를 '새로운 표준'으로 제시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단체협약이 만료되면 MLB가 곧바로 직장폐쇄를 단행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맨프레드는 "비시즌 직장폐쇄는 협상에서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노조를 압박하려는 구단주 측 입장을 그대로 대변한 발언이다.

직장폐쇄를 하지 않으면 선수노조가 파업을 선택할 수 있으니, 타이밍에 대한 주도권을 선수들에게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게 발언의 취지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커미셔너가 아닌 구단주 입에서 나온 말로 여겨질 만한 발언이다. 구단과 선수 사이에서 중재자여야 할 커미셔너가 노골적으로 구단주 편을 드는 모습에 선수노조는 물론 언론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맨프레드 커미셔너(사진=MLB.com)


2022년 악몽 재현되나…최악의 시나리오 각오해야

구단주들은 지난 단체협약이 만료된 2021년 12월 직장폐쇄를 단행한 바 있다. 1995년 232일간의 장기 파업 이후 첫 노사 분규로, 당시 직장폐쇄는 99일간 이어졌다. 다행히 정규시즌 경기가 취소되지 않았지만, 개막일이 약 열흘가량 미뤄지면서 시즌 운영에 큰 차질을 빚었다.

미국 현지 전문가들은 구단주 측이 샐러리캡 도입을 강행할 경우 2027시즌 전체 혹은 일부가 파업으로 무산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를 우려해 올겨울 FA 시장에서 대형 계약이나 장기 계약에 구단들이 소극적일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협상 타결 시한은 2026년 12월1일. 파업이나 직장폐쇄 같은 최악의 사태까지 각오해야 할 판이다. 야구계에 또다시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