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희, 많이 좋아졌더라" 조선의 4번타자도 인정한 후계자의 변화...'강한동희' 기대하세요 [더게이트 현장]

-한동희, 상무 복무로 심신 단단해져 -타격 포인트 조정...올해 퓨처스 타율 0.400 -이대호의 조언 "일찍 준비하고 자신감 가져"

2025-11-15     배지헌 기자
더 강해져서 돌아온 한동희(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도쿄돔]

'순한동희' '착한동희'에서 '강한동희'로 돌아왔다.

상무 입대 전까지 한동희는 '순둥이' 같은 이미지였다. 둥글둥글한 얼굴과 체형에 그라운드에서 보이는 모습도 앳되고 여리다는 인상을 줬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선수인데 너무 순하고 착해서 가진 잠재력을 다 폭발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동희를 향해 "사람 좋으면 꼴찌라는 말도 있지 않나. 치열한 프로의 세계에서 이기려면 더 강하고 독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야구인도 있었다.

그런데 상무에서 군복무를 거친 한동희가 달라졌다. 14일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된 K-베이스볼 시리즈 대표팀 훈련에서 만난 한동희는 이전과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동글동글했던 체형은 단단해졌고, 표정과 눈빛에선 묵직함과 강인함이 느껴졌다.

"어느덧 내년이면 프로 9년차 시즌을 맞이한다. 그냥 '내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생애 첫 성인 야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한동희가 밝힌 각오다.

이대호와 한동희의 만남(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퓨처스리그 '생태계 파괴자'로 부활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한동희는 리그 생태계를 파괴하는 포식자였다. 100경기에서 타율 0.400(385타수 154안타)에 27홈런, 116타점, 장타율 0.675라는 가공할 성적을 거뒀다. KBO 홈페이지에 들어가 퓨처스리그 페이지를 열면, 각종 기록 상단에 둥둥 떠다니는 한동희의 얼굴 사진을 만날 수 있다. 

비결은 타격 포인트 조정이었다. 한동희는 "상무에서 타격 포인트를 너무 앞에 두지 않고, 왼발 앞이나 몸과 좀 더 가깝게 두고 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원체 힘이 좋은 타자라 뒤에 놓고 쳐도 충분히 강하고 멀리 가는 타구를 때릴 수 있다. 공을 잡아놓고 때리면서 선구안까지 함께 개선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동희의 활약은 대표팀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8~9일 고척돔에서 열린 체코와 평가전 2경기에서 한동희는 5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안타 2개가 모두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였다. 상무에서 갈고 닦은 장타력이 제대로 발휘되는 모습이다.

한동희는 밀어서 장타 2개를 때린 비결에 대해 "몸의 회전으로 친다고 생각했다. 빠른 것보다 어떻게 보면 살짝 늦는 게 낫다고 생각하면서 쳤는데, 컨디션도 괜찮아서 좋은 타구가 나왔다"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기술적 변화만큼 눈에 띄는 건 정신적 성숙이다. 2023년과 2024년, 기대에 못 미치는 시즌을 보낸 뒤 군입대를 결정했던 한동희는 1년 반의 상무 생활을 통해 한층 단단해졌다. '이미지가 달라졌다'는 질문에 한동희는 "상무에서 좋은 경험을 많이 쌓았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더 먹어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좀 성숙한 이미지가 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원소속팀 롯데의 이웃 구단 NC 다이노스 코치와 감독으로 한동희를 오래 지켜본 이동욱 대표팀 수비코치도 "한동희가 많이 달라지고, 몰라보게 좋아진 것 같다. 내년 소속팀에 복귀하면 좋은 활약 보여줄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대호와 한동희의 만남(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도쿄돔에서 만난 '조선의 4번타자'

14일 도쿄돔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2015 프리미어12 준결승 한일전에서 극적인 역전 적시타를 때려냈던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가 이날 도쿄돔을 방문해 후배들을 격려했다. 경남고 직속 후배인 한동희는 더그아웃에서 만난 선배와 한참 대화를 나눴다.

'이대호 선배에게 어떤 조언을 들었느냐'는 질문에 한동희는 "선배님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씀해주셨다"면서 "일본 투수들 공이 빠르니 조금만 더 일찍 준비해서 여유 있고 자신감 가지고 하면 될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밝혔다.

신인 시절부터 뛰어난 타격 재능으로 '이대호 후계자'란 별명을 얻었던 한동희다. 10년 전 이대호가 우승을 확정했던 바로 그 도쿄돔에서 이제 한동희가 선배의 뒤를 이을 차례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일본전 9연패 중이다. 2015 프리미어12 준결승 승리 이후 10년째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한동희도 이 사실을 잘 안다.

"선수들도 다 9연패를 알고 있다. 이번에는 '좀 더 다른 결과를 가지고 가자', '즐겁게 하자'고 선수들끼리 말을 많이 한다"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15일 일본은 좌완 선발 소타니 류헤이를 선발로 내세운다. 우타 거포 한동희의 역할이 더 중요한 이유다.

오는 12월 9일 전역을 앞둔 한동희는 "퓨처스리그에서 계속 경기를 했기 때문에 감각은 다를 게 없다"며 "다음 시즌 더 잘하려고 생각하고 준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상무에서 강해져서 돌아온 한동희. 이제 롯데 팬들은 '강한동희'를 기대해도 좋을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