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본선 때 저런 심판 안 나온다는 보장 없어...말도 안 되는 콜 자주 나온다" 오승환이 말하는 '국대 예방주사론' [더게이트 현장]
-끝판대장 오승환, 해설 데뷔해 호평 -대패한 국가대표 후배들 향한 위로 메시지 -“과정이니 오히려 괜찮아...어제 경기, 오히려 잘됐다"
[더게이트]
“어제같은 경기가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한다. 아직 과정이니까 오히려 괜찮다고 생각한다.”
해설위원으로 데뷔한 끝판대장 오승환이 국가대표팀 후배들을 향해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2025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 오승환은 현재 진행 중인 2025 K-베이스볼시리즈에서 해설위원으로 변신해 호평을 받고 있다. 과묵하고 진중한 현역 시절 이미지와 달리 마이크를 잡은 오승환은 풍부한 경험을 살린 생생하고 깊이 있는 해설로 시청자는 물론 방송계와 야구계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는 중이다.
오승환은 15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전 1차전에서도 MBC 지상파 해설위원으로 중계석에 앉았다. 경기는 초반 홈런 두 방으로 한국이 3대 0으로 앞서가면서 일본전 9연패 사슬을 끊을 것처럼 보였지만, 4회말 동점을 내준 뒤 5회말 무려 6점을 내주면서 마운드가 무너져 한국의 4대 11 대패로 끝났다. 한국 투수진은 12피안타 4사구로 11점을 내주면서 전력 차이를 실감했다.
현역 시절 오승환은 국가대표로 수많은 경기에 출전해 한국야구의 위상을 드높인 마무리 투수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을 이끌었고 도쿄돔 마운드에서도 풍부한 경험을 자랑한다. 후배 투수들이 일본 상대로 무너지는 모습을 국가대표 대선배인 오승환은 어떤 심정으로 바라봤을까.
2차전을 앞둔 16일 도쿄돔에서 취재진과 만난 오승환은 ‘볼넷이 너무 많이 나왔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표팀에서 많은 선수가 도쿄돔이 처음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오승환은 “많은 선수가 도쿄돔에서 경기하는 게 처음이지 않나. 고척돔에서 하는 경기와는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 그래서 (투수들의) 리듬이나 템포가 많이 깨질 것”으로 내다봤다.
16000여석의 소규모 돔구장인 고척과 달리 도쿄돔은 5만 5천명까지 수용 가능한 초대형 돔구장이다. 만원 관중이 가득찬 고척돔은 관중은 물론 선수들에게도 압도당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오승환은 “고척돔에서 경기하는 것과 여기 도쿄돔 마운드에 올라가는 건 전혀 다르다. 여기서는 정말 국제대회를 하는구나라고 느꼈을 것”이라며 “어제 경기는 어제 경기에서 끝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대표팀 마운드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게 오승환의 생각. “어제 경기가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한다. 문제점이 확실하게 나왔다”고 짚은 오승환은 “만약 그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계속 반복한다면 선수들도 잔소리를 들어야겠지만, 아직은 과정이니까 오히려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대표팀 분위기가 전날 대패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다고 바라봤다. 오승환은 “요즘 어린 선수들은 졌다고 주눅 들거나 하는 성격이 아니다”라며 “지금 선수단 분위기를 보니까 어제 경기로 인해서 주눅든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분하게 생각하고, 더 의욕적으로 하려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15일 경기에서 대표팀 투수들은 구심 젠 파월의 들쭉날쭉하고 좁은 스트라이크 존에 애를 먹는 모습도 보였다.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하고 던진 공이 볼 판정을 받은 뒤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고, 이후 볼넷을 내주며 무너지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KBO리그 정규시즌에 도입된 ABS(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에 익숙한 투수들이 인간 심판의 존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관해 오승환은 동의하지 않았다. 오승환은 “저는 ABS존은 타자 쪽에 더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투수는 그 핑계를 안 댔으면 좋겠다”며 “ABS가 있다고 해서 그 존을 보고 던지는 투수는 별로 그렇게 많지 않다”는 생각을 말했다.
일관성 없는 존 외에도 오심과 경기 운영에서 여러차례 문제를 보이며 '빌런' 역할을 한 파월 구심에 대해서도 “그런 것도 공부가 된다. 본선에 간다고 저런 심판이 안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짚었다. 오승환은 “어제 심판도 MLB에서 심판을 보는 심판 아닌가. 일찍 겪어본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국제대회를 하면 말도 안 되는 콜이 나오곤 한다. 우리 선수들은 경기 중에서 그런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는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 뭐 이런 것도 빨리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전날 해설에서 오승환은 볼넷을 남발하는 투수들을 향해 '가운데를 보고 던지라'고 주문했다. 오승환은 “어제는 볼넷이 많이 나왔다. 볼넷은 주기보다는 차라리 맞는 게 낫다. WBC는 투구수도 제한이 있지 않나. 그러면 다음 경기를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어제는 그렇게 얘기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대표팀 투수들의 구위는 어떻게 봤을까. 오승환은 “일본 투수들이 워낙에 뭐 구위도 구위지만 이제 컨트롤 면에서 좋다고 얘기하는데, 시즌 때에 비해서는 안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일본 선수들도 어차피 같은 조건이다. 시즌을 일찍 마친 팀은 한 달 가까이 공백 기간이 있었다”고 말한 오승환은 “저 선수들이 내년 3월이 되면 더 좋은 볼을 들고 나올 거다. 그래서 우리 대표팀이 준비도 예전보다 더 일찍하지 않나. 그에 맞춰서 준비를 잘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오승환은 “어차피 평가전이다. 앞에 ‘한일전’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니까 예민하게 보는 분들도 많지만, 어차피 모든 게 3월 본선에 맞춰져 있다”면서 “어제같은 경기가 나온 게 오히려 괜찮다고 보고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