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8km 쾅, 161.1km 쾅!...그런데, '3볼넷' 공도 고른다, 경계대상 1호 '케릴라' 안현민 [더게이트 현장분석]

-연이틀 아치, 도쿄돔 뒤흔들어 -3볼넷으로 '공 보는 눈' 각인 -차기 MLB행 야수 후보 부상

2025-11-17     배지헌 기자
케릴라는 일본 도쿄돔에서도 빛났다. (사진=네아버 중계 갈무리)

[더게이트=도쿄돔]

안현민(22·KT 위즈)이 시속 177.8km, 161.1km짜리 아치를 연달아 그리며 한·일전에서 ‘경계대상 1호’로 떠올랐다. 15일 국제경기 첫 홈런을 쏘아 올리더니 16일에도 다시 담장을 넘겼다. 이틀 동안 홈런 2개에 볼넷 3개를 더하며 '케릴라(K+고릴라)'라는 별명처럼 일본 마운드를 집요하게 두드렸다.

15일 도쿄돔에서 열린 ‘K-베이스볼 시리즈’ 한·일전 첫 경기에서 안현민은 타구속도 시속 177.8km/h, 비거리 129m에 이르는 ‘총알 홈런’을 쏘아 올렸다.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긴 타구에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야구대표팀 감독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표팀은 4대 11로 졌지만, 안현민은 국제경기 첫 홈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일전이 시작하기 전부터 일본은 안현민을 주시했다. 일본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이 잇따랐고, 이바타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안현민은 체코전에서 잘했던 한국 대표팀의 새로운 전력이다. 신선한 유형의 선수”라고 강조했다.

이바타 감독의 우려는 두 타석 만에 현실이 됐다. 안현민의 한 방에 일격을 맞은 이바타 감독은 경기 뒤 다시 이름을 꺼냈다. “안현민의 홈런을 영상으로 다시 봤다. 대단한 비거리였다”며 “일본에서도 그렇게 멀리 치는 선수는 일본에 많이 없다. 메이저리그(MLB)급 선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안현민이 대기타석에 들어서자 중계 카메라가 그를 조명했다. (사진=네이버 중계 갈무리)

16일 경기에서도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안현민은 2타수 1안타(홈런) 1타점 3볼넷을 기록하며 다시 괴력을 과시했다. 두 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한 데 더해, 공을 끝까지 고르고 버티는 승부 근성까지 보여줬다. 16일 홈런은 타구속도 시속 161.1km, 비거리 119.9m로 다시 한 번 도쿄돔 상단을 향해 날아갔다.

이틀 동안 터진 건 ‘일발 장타’만이 아니다. KBO리그에서 증명한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도 도쿄 무대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안현민은 올해 정규시즌 112경기에서 타율 0.334(395타수 132안타)를 기록해 리그 2위에 올랐다. 리그에서 네 번째로 많은 75개의 볼넷을 골라냈고, 출루율 0.448로 타이틀을 차지했다. 시즌 내내 단 한 번도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 않을 만큼 체력과 내구성도 탄탄하다.

이 같은 ‘공도 잘 보고 멀리도 치는’ 패키지형 타자는 이미 MLB에서도 주목하는 유형이다. 2020년대 들어 KBO리그에서는 야수들의 빅리그행이 이어지고 있다.

2021시즌을 앞두고 김하성(30·프리에이전트(FA))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었고, 2024시즌에는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올해는 김혜성(26·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들이 해외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자 MLB 구단들은 KBO 야수들을 향해 더 많은 시선을 보내는 중이다. 이미 빅리그 진출 유력 후보로 꼽히는 송성문(29·키움 히어로즈), 강백호(26·프리에이전트(FA))에 이어 안현민 또한 차기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안현민이 6회말 고른 볼넷. (사진=일본 문자 중계 사이트 갈무리)

안현민의 가치는 장타력과 출루 능력이 결합될 때 더 커진다. 장타를 노리면서도 스트라이크와 볼을 가려 보는 능력이 뛰어나 투수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유형이다. ‘케릴라’라는 별명답게 한 번 물면 놓치지 않는 타석 운용으로 상대 배터리를 압박한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태도도 눈에 띈다. 안현민은 15일 첫 홈런을 치고도 “홈런 외에는 아쉬웠기에 보완해야 할 것 같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며 만족하지 못했다. 이어 “상대 투수에 따라 레그킥과 토탭으로 타이밍을 맞추고 있다. 타이밍 싸움에서의 우위를 잡는다면, 나에게 무기가 될 수 있다. 더욱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16일 경기 뒤에는 시즌 전체를 돌아보는 소감도 남겼다. 안현민은 “일단은 너무 좋았던 한 해 마침표를 너무 잘 찍게 된 것 같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또 제가 국가대표에 도전할 수 있었다는 것에서도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했다. 연이틀 아치를 쏘아 올리며 도쿄돔에서 한 해를 마무리한 뒤, 이미 다음 국가대표 무대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바라보고 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8회, 호수비를 펼친 안현민. (사진=네이버 중계 갈무리)

연이어 터진 한·일전 아치는 안현민이 ‘KBO리그 한정 반짝 스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KBO에서 이미 증명한 타격 생산성과 선구안, 여기에 도쿄돔에서 확인된 장타 잠재력과 자기 관리 의식까지 더해지면서 한·일전 무대의 ‘경계대상 1호’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시선은 일본을 넘어, MLB 스카우트들의 노트 위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