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민 8회 추격포+김주원 9회 2사 동점포...'역전승 같은 무승부' 류지현호, 도쿄돔 원정 1무 1패 마감 [더게이트 현장]

-8회 안현민 솔로포·9회 2사 김주원 동점포 -한일전 10연패 끝 못냈지만 '극적 무'로 자존심 -정우주·박영현 호투, 젊은 야구 가능성 확인

2025-11-16     배지헌 기자
외야를 향해 인사하는 선수단(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도쿄돔]

오랜만에 한일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대등한 승부가 펼쳐졌다. 한국야구가 8회와 9회 터진 극적인 홈런 두 방에 힘입어 일본전 11연패 위기에서 벗어났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 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5 K-베이스볼 시리즈 일본 상대 2차전에서 8회 안현민의 추격 솔로포와 9회 2사 후 김주원의 극적인 동점 솔로포에 힘입어 7대 7로 무승부를 이뤘다.

연장전을 진행하지 않는 시리즈 규정에 따라 경기는 7대 7 무승부로 끝났고, 한국은 한일전 도쿄돔 원정 2경기를 1무 1패로 마감했다. 비록 최근 한일전 10연패에서 빠져나오지는 못했지만, 패색이 짙었던 경기를 극적인 무승부로 마무리하면서 라이벌의 자존심은 세웠다.

전날 경기에서 불펜진의 난조 속에 4대 11로 대패하며 한일전 10연패 늪에 빠진 한국은 이날 신인 우완투수 정우주를 선발로 내세워 연패 탈출을 노렸다. 일본 역시 신인 좌완투수 카네마루 유메토를 선발로 내세워 신인 선발 맞대결이 펼쳐졌다.

경기 중반까지는 마치 전날 1차전의 재방송처럼 전개됐다. 한국이 먼저 3점을 내고, 일본이 3대 3 동점을 만든 뒤 역전까지 성공하는 흐름이었다. 3회초까지는 양팀 선발투수의 호투 속에 0대 0의 균형이 이어졌다. 한국 선발 정우주는 3이닝을 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고, 일본 선발 카네마루도 2회까지 실점 없이 막아 0의 행진이 이어졌다.

균형이 깨진 건 3회말. 한국은 박해민의 2루타와 볼넷 2개로 만든 1사 만루 찬스에서 전날 경기 홈런의 주인공 송성문이 2타점 우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렸고, 이어진 찬스에서 1루 주자 송성문의 도루 시도 때 포수의 2루 송구와 동시에 홈으로 스타트를 끊은 안현민이 홈을 밟아 3대 0을 만들었다.

일본이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일본은 바뀐 투수 오원석을 상대로 4회초 공격에서 2루타와 볼넷 2개로 잡은 1사 만루 찬스에서 사사키의 중전 적시타, 이시가미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 차로 따라붙었다. 여기서 바뀐 투수 조병현이 또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3대 3 동점이 됐다.

신민재 호수비로 위기 넘긴 한국

전날 투수진이 크게 무너졌던 한국으로서는 또 한번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 그러나 여기서 신민재가 팀을 구했다. 신민재는 1사 만루에서 무라바야시의 잘 맞은 타구를 잘 잡아 병살타로 연결, 역전까지는 내주지 않고 4회를 마쳤다. 신민재는 이어진 4회말 공격 2사 1, 2루 찬스에서 다시 한 점 달아나는 우전 적시타를 작렬해 4대 3 리드를 안겼다.

한국의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5회초 조병현이 연속 볼넷을 내주고 물러났고 김영우가 올라왔지만 내야안타, 밀어내기 볼넷, 2타점 우전안타를 허용해 3실점했다. 다시 4대 6으로 일본에 역전을 허용했다. 전날 경기 악몽이 또 다시 되풀이되는가 싶은 순간이었지만, 이후 올라온 투수들이 잘 버티면서 일본 타선의 추가점을 막았다.

6회부터 올라온 박영현이 2이닝을 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았고, 7회말 공격 1사 만루에서 박동원이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를 불러들여 한 점 차로 따라붙었다. 이어 박해민이 중전 적시타를 날려 동점까지 가는가 싶었지만 좌익수의 강한 홈 송구에 2루 주자 문현빈이 아웃당해 이닝이 끝났다.

8회 안현민 솔로포, 9회 2사 김주원 극적 동점포

동점 찬스를 날린 한국은 8회초 배찬승의 제구 난조로 1점을 추가 실점해 패색이 더욱 짙어진 듯했지만, 8회말 공격에서 안현민이 추격의 솔로 홈런을 날려 다시 한 점 차로 따라붙었다. 전날 경기에서 선제 투런을 날렸던 안현민은 이날 2번째 타석부터 3타석 연속 볼넷을 골라 출루한 뒤 마지막 타석에서 괴력을 발휘해, 일본 투수들이 자신을 피한 이유를 보여줬다.

9회초에는 정규시즌 막판부터 포스트시즌, 체코전까지 이어진 부진으로 근심을 샀던 한화 마무리 김서현이 1이닝을 실점 없이 틀어막는 수확도 거뒀다. 6대 7 한 점 차인 가운데 9회말 일본 마운드에는 마무리로 오타 타이세이가 등판했다. 두 타자가 연속 범타로 물러나 한일전 10연패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겨둔 상황. 여기서 김주원의 방망이가 벼락처럼 돌아갔고, 멀리 뻗어나간 타구는 도쿄돔 우중간 담장을 그대로 넘어가며 동점 솔로포가 됐다.

7대 7 동점. 일본 관중석에서는 정적 뒤에 탄식의 소리가 나왔고, 한국쪽 응원단에서는 큰 함성 소리가 도쿄돔을 가득 메웠다. 경기는 그대로 양팀 무승부로 끝났고, 한국 선수단은 비로소 활짝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나눌 수 있었다. 그라운드에 도열한 대표팀은 3루쪽 관중석을 향해 인사한 뒤 함께 외야로 이동, 좌측 외야 관중석에 모인 한국 원정 응원단을 향해서도 인사했다.

"1월 소집, WBC 철저히 준비할 것"

전날 11볼넷으로 11실점했던 한국 투수진은 이날도 12개의 볼넷을 내주면서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날 경기와 달리 결정타를 허용하지 않고 비교적 잘 버텨냈다. 특히 선발로 나와서 3이닝을 잘 막은 정우주, 6, 7회를 실점 없이 틀어막은 박영현의 호투가 빛났다.

타선에서는 안현민이 이틀 연속 홈런 포함 볼넷 3개를 골라내며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했고 송성문도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전날 심판 오심으로 국제대회 첫 안타를 아쉽게 도둑맞았던 문현빈은 이날 경기 멀티히트로 아쉬움을 달랬다. 무엇보다 9회 2사 후에 타석에 나와서 동점포를 날린 김주원이 이날의 씬스틸러로 한일 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비록 한일전 10연패를 끝내지는 못했지만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한국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내년 열리는 WBC 본선에서 좋은 경기를 기대하게 했다. 비록 불펜투수들이 제구 난조로 많은 볼넷을 내줬지만 정우주, 박영현 등 구위로 일본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준 투수들도 있었다. 여기에 타자들 역시 강속구와 포크볼 조합을 구사하는 일본 투수들을 비교적 잘 공략하면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위기 상황에서 실점을 막는 호수비, 도루와 활발한 작전 등도 한국 대표팀의 희망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경기 후 류지현 대표팀 감독은 "오늘 게임을 떠나서, 저희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평가전이다. 어제보다는 오늘 경기가 선수들이 좀 더 편안하게 게임할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류 감독은 "오늘도 볼넷이 12개로 많았다. 그런 부분을 내년 3월까지 잘 준비하겠다. 1월부터 선수들을 소집할 때 영상을 갖고 철저히 분석하면서 대회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류 감독은 "체코전부터 4경기를 하면서 어려움도 있었고, 잘 이겨내는 선수도 있었다. 시즌 때 구속보다 5km/h 정도씩 떨어졌다. 힘겹게 1이닝 마감하고 어렵게 마운드 내려오는 상황이 있었다. 그런 것도 공부가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어제보다 오늘 내용이 낫다는 점이, 다음에 도쿄돔 왔을 때 내용이 좋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내용도 생각하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