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홈런 쳤지만, 눈물 훔친 김주원...외조부상 슬픔 숨긴 채 꿋꿋이 '태극마크' 달고 버텨냈다 [더게이트 현장]
김주원, 한·일전 2차전 9회 극적 동점포 일본 입국 다음 날인 14일 외조부상 소식 전해 들어 김주원 "부모님께서는 '경기에 집중하라' 해주셨다"
[더게이트=도쿄돔]
한·일전 11연패의 위기를 9회 말 극적 홈런으로 끊어낸 김주원.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의 질문에 쉽게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김주원은 일본에 입국한 다음 날이었던 14일 외조부상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 사실을 숨기고 꿋꿋이 한일전 두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슬픈 내색 하나 없이 버텨낸 3일이 그 누구보다 길었을 김주원이다.
김주원이 눈물을 흘리자 함께 인터뷰에 응했던 류지현 감독은 김주원에게 물을 따라주며 휴지를 건넸다. 1분 가량의 침묵이 이어졌다. 류 감독은 취재진을 향해 "조금 있다 답변해도 괜찮겠습니까"라며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
김주원 "입국 다음 날인 14일 외조부상 소식 들었다"
북받친 감정을 진정시킨 김주원은 "일본 입국 다음 날에 소식을 들었는데, 부모님께서 신경쓰지 말고 경기에 집중하라 하셨다"고 했다. "할아버지를 직접 못 보내드리기 때문에, 좋은 플레이로 할아버지를 보내드려야 한다 생각했다. 경기에 몰입해서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다짐으로 임했는데, 마지막 타석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기에 할아버지를 잘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김주원의 말이다.
류지현 국가대표팀 감독도 시리즈 도중 소식을 들었다. "알고 있었다. 국제대회가 아니라 KBO리그였으면 팀에서 떠나보내주는 상황이었다. 김주원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류 감독은 김주원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다.
김주원, 9회 홈런에 대해 "실투 잘 받아친 것 같다"
김주원은 지난 16일 도쿄돔에서 열린 한·일 2차전 9회 말 홈런을 돌아봤다. "2아웃에서 타석에 들어섰기 때문에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되지 말자'고 각오를 다졌다. 실투가 들어와 운 좋게 잘 받아친 것 같다." 대표팀은 이날 4회와 5회 대량실점하며 4대 6까지 뒤졌지만, 7회부터 9회까지 꾸준히 득점에 성공하며 한·일 2차전을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그 중심에 김주원의 극적인 동점 홈런이 있었다.
WBC 앞둔 김주원 "부족했다, 다음 기회엔 더 좋은 모습으로 싸울 것"
지난 8,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체코와의 평가전부터 꾸준히 활약한 김주원이다. 올 시즌 드높인 '완전체' 유격수라는 타이틀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KBO리그를 넘어 일본에도 이름을 알렸다.
김주원은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대표팀에 합류했다. 당시엔 타격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김주원이다. "과거 대표팀에 왔을 때 보다 타격에서 성장했다. 국제무대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스스로도 궁금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대회를 준비했다." 김주원의 얘기다.
이어 김주원은 "마지막 타석에선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이전 타석 결과나 과정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보완해서 다음 기회에는 다른 나라 상대 더 좋은 모습으로 싸우고 싶다"고 각오를 다진 김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