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대단한 타격"…이정후가 찍은 '케릴라' 안현민, 177.8km·161.1km로 답했다 [더게이트 이슈분석]

-이정후가 먼저 콕 집은 이름 -도쿄돔서 연이틀 초고속 아치 -MLB행 라인에 선 03년생 타자

2025-11-17     황혜정 기자
이정후가 콕 집어 언급한 안현민. (사진=KBO, 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

“안현민의 경기를 봤는데, 정말 대단한 타격을 했다.”

미국 메이저리거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27)가 먼저 콕 집어 칭찬한 이름은 ‘케릴라(K+고릴라)’ 안현민(22·KT 위즈)이었다. 이 말이 나온 지 일주일 남짓, 안현민은 도쿄돔에서 시속 177.8km, 161.1km짜리 아치를 연달아 그리며 이정후의 ‘선견지명’을 그대로 증명했다.

이정후는 지난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베이스볼 시리즈' 체코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KBO 유튜브 채널 ‘크보 라이브’에 출연했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함께 기대되는 후배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주저 없이 안현민의 이름을 꺼냈다.

이정후는 “안현민의 경기를 봤는데, 정말 대단한 타격을 했다. 오늘 체코전과 이어지는 일본과의 평가전에서도 좋은 활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KBO에서 이미 한 차례 ‘타격 기계’임을 증명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타자가, 또 다른 후배 타자의 스윙을 직접 지목해 올린 셈이었다.

이정후의 예측은 도쿄돔에서 현실이 됐다. 안현민은 15일 일본과의 1차전에서 타구속도 시속 177.8km/h, 비거리 129m의 초대형 홈런을 때려냈다.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긴 ‘총알 타구’에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대표팀 감독은 “일본에서도 그렇게 멀리 치는 선수는 많이 없다. 메이저리그(MLB)급 선수다”고 혀를 내둘렀다.

하루만의 반짝이 아니었다. 16일 경기에서도 안현민은 2타수 1안타(홈런) 1타점 3볼넷을 기록했다. 6-7로 뒤진 8회, 다카하시 히로토를 상대로 추격의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타구속도 시속 161.1km/h, 비거리 119.9m. 전날 177.8km/h ‘초탄’에 이은 또 한 번의 초고속 아치였다.

안현민이 16일 타석에 선 모습. (사진=네이버 중계 갈무리)

그 과정도 ‘운이 아닌 실력’이었다. 안현민은 “상대 투수가 너무 좋은 투수였다. 그런데 변화구 커멘드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안 좋은 공을 조금 쉽게 걸러낼 수 있었고, 4구째 노린 공이 속구로 잘 들어와서 홈런을 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트라이크·볼을 끝까지 가려 본 뒤, 승부구 패스트볼을 기다렸다가 한 번에 꽂아 넣은 결과였다.

이런 스타일은 이정후가 그동안 MLB에서 보여준 ‘타석 설계’와도 닮은 부분이 있다. 단순히 배트 스피드만 빠른 타자가 아니라, 볼넷과 콘택트, 타이밍 싸움까지 묶어 하나의 패키지로 내놓는 유형이다. 이정후가 “정말 대단한 타격”이라고 평가한 대목도 바로 이 지점이다.

사실 안현민은 KBO에서도 이미 이를 증명해온 타자다. 2024시즌 정규리그 112경기에서 타율 0.334(395타수 132안타)를 기록해 리그 2위에 올랐고, 75개의 볼넷을 골라 출루율 0.448로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번 한·일 평가전에서 일본 투수들의 볼배합이 바뀐 것도 ‘경계 대상’이 됐다는 증거다. 안현민은 “첫 타석 상대하면서부터 나를 향하는 볼배합이 바뀌었다고 느꼈다. 어제는 속구로 먼저 카운트를 잡고 들어왔다면, 오늘은 속구가 좋은 투수였음에도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고 속구로 승부구를 던지더라”고 했다. 전날 보여준 장타와 선구안이 하루 만에 상대 배터리의 작전을 뒤틀어놓았다.

현장에는 다수의 MLB 스카우트도 자리했다. 안현민은 “일본 거포 내야수 오카조토 카즈마와 송성문 형을 많이 보러 와주신 것 같은데, 그 좋은 선수들 사이에서 저도 조금이라도 어필할 수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며 “아직 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서비스 타임을 한 해씩 계속 채워가며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눈앞의 관심에 들뜨기보다, KBO에서 채워갈 ‘서비스 타임’과 퍼포먼스를 더 크게 보는 시야였다.

이정후가 KBO에서 ‘타격 괴물’로 불리며 MLB 문을 두드릴 때도, 각 팀 스카우트들은 “볼넷과 삼진 비율”, “콘택트 능력”, “타석에서의 접근법”을 가장 먼저 꺼냈다. 이제 그 잣대가 후배 세대에게 옮겨가고 있다. 이번에는 현역 MLB 타자가 직접 “정말 대단한 타격”이라는 도장을 먼저 찍었고, 후배는 도쿄돔에서 177.8km/h, 161.1km/h 홈런으로 응답했다.

16일 일본전에서 8회 호수비를 펼친 안현민. (사진=네이버 중계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