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마지막 승리...벌어지는 한·일 야구 격차, 그리고 평가전서 본 희망 [더게이트 이슈분석]

대표팀 한·일전 마지막 승리, 2015 프리미어 12 준결승 2025 K-BASEBALL SERIES 1차전 패배, 2차전 무승부 투수들 제구 난조는 과제, 타선 '새 얼굴'은 희망

2025-11-18     박승민 기자
한·일 1차전 동점 적시타를 허용한 이로운.(사진=네이버 중계화면 갈무리)

[더게이트]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일본 상대 마지막 승리는 2015년 도쿄돔에서 열렸던 프리미어 12 준결승이다. 당시 8회까지 한국 대표팀이 일본 상대 0대 3으로 뒤지고 있었고, 경기 후반까지 좀처럼 일본 선발 투수 오타니 쇼헤이를 공략하지 못했다.

하지만 9회 약속한 듯 한국이 4점을 뽑아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적시타를 기록했던 이대호의 환호는 여전히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워낙 극적인 상황에 터뜨린 영화 같은 역전이었기 때문에. 동시에 그를 대체할 새 장면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10년 전 승리가 대표팀의 마지막 한·일전 승리다. 이후 9경기를 모두 일본에 내줬다. 이런 상황 속 이번 2025 K-BASEBALL SERIES(평가전) 한·일전이 열렸다.

김주원 홈런에 겨우내 한·일전 11연패 모면

홈런 직후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격한 환호를 받는 김주원(사진=네이버 중계화면 갈무리)

15일 도쿄돔에서 열렸던 한·일 1차전은 불펜 붕괴 속에 대표팀이 일본에 4대 11로 대패했다. 경기 초반 안현민과 송성문의 연속 홈런으로 3대 0까지 앞서 나가며 길고 긴 한·일전 연패를 끊는 듯 보였다. 하지만 투수진이 자멸했다. 사사구만 11개를 허용했다. 연패 숫자가 10까지 늘어났다.

16일 도쿄돔에서 열린 한·일 2차전 흐름도 비슷했다. 3회 말 선취점을 가져왔고 3대 0까지 앞서 나갔다. 다만 곧바로 동점을 허용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대표팀 투수진의 제구 난조가 발목을 잡았다. 4회 초 일본의 3득점 중 2점이 밀어내기 볼넷에서 나왔다. 4회 말 대표팀이 추가점을 내며 리드를 잡았지만, 5회 초 곧바로 일본에 역전을 허용했다. 또 한 번 패색이 짙어졌다.

하지만 대표팀도 쉽사리 물러나지 않았다. 4대 6으로 뒤진 7회 말 1사 3루 상황 박동원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따라붙었다. 8회 초 한 점을 실점하며 5대 7까지 점수가 벌어졌지만 8회 말 안현민의 홈런, 9회 말 김주원의 극적인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가 무승부로 종료되며 대표팀의 한·일전 11연패는 면했다. 

투수들의 제구 난조는 과제, 안현민 필두 타선 새 얼굴은 희망

한·일전 두 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낸 안현민 (사진=네이버 중계화면 갈무리)

과제도 희망도 명백히 보인 시리즈였다. 과제는 대표팀 투수들의 제구 난조다. 1차전 11개의 사사구, 2차전 12개의 사사구를 허용했다. KBO리그에서 안정감 있는 피칭을 하던 투수들이었다. 체코와의 평가전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일전에서 유독 흔들렸다. 

한·일전을 중계했던 정민철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실력 문제라기보다는 멘탈 문제"라고 말했다. 한·일전 압박감이 심리적인 흔들림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국내와는 다른 공인구 특성이 제구난의 이유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3월 열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는 이번 한·일전 경험을 교훈 삼아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희망은 대표팀 타선에 새 얼굴들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특히 1차전과 2차전 모두 홈런을 때려낸 안현민은 현지에서도 주목받았다.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대표팀 감독도 안현민에 대해 "메이저리그급이다"라고 극찬했다. 현지 팬들도 SNS를 통해 "안현민을 우리 팀으로 데려와라"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신민재도 이틀간 4안타를 쳐냈고, 송성문과 김주원 등이 본인의 진가를 드러냈다. 

이번 평가전에서 10년 간 이어졌던 한·일 야구 격차가 드러났다. 동시에 희망도 엿볼 수 있었다. 한·일전 1무 1패의 아쉬움 속 빛났던 선수들이 있다. WBC '진검 승부'에서 긴 연패를 끊어낼 수 있을지 주목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