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신사업 발등의 불”…전면에 나서는 식품업계 3·4세, 경영능력 시험대 [더게이트 이슈]
-삼양·농심·CJ·오뚜기 등 오너가(家) 3·4세들 핵심보직 전면 배치 -초고속 승진 논란 딛고 ‘시험대’…글로벌·신수종 발굴 등 임무 막중
[더게이트]
국내 식품업계에 오너가(家) 3·4세의 전면 배치가 가속화되며 세대교체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축이 이동하고, 미래 신사업 발굴 속도가 기업 생존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주요 식품기업들은 젊은 리더십을 잇따라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다. 이들은 초고속 승진을 통해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을 책임지는 주요 보직을 맡았으나,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경영 능력과 불확실한 시장 상황 속에서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식품업계의 세대교체 흐름은 단순한 승계 절차를 넘어 급격히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내수 시장 정체와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기업들이 이 같은 체질 전환을 서두르면서 젊은 리더십을 경영 전면에 세우는 흐름이 재계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K-푸드 수요가 북미·유럽·동남아 등지에서 확대되며 주요 식품기업들의 매출 구조가 점차 글로벌 중심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주어진 과제는 3세 경영인들의 ‘발등의 불’이 될 전망이다.
오너 3·4세 승진 가속화...“성과로 증명하라” 당면 과제
최근 단행된 주요 식품기업 인사를 보면, 오너 3세들의 승진 속도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들이 그룹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 및 신사업 부문을 맡는 것은 그룹 내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이긴 하나, 동시에 단기간에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기도 하다.
지난 17일 삼양라운드스퀘어(구 삼양식품그룹)의 전병우 전무는 202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인 전 전무는 삼양식품의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겸임하며 실질적인 경영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전 전무는 ‘불닭 브랜드 글로벌 프로젝트’ 성공적으로 이끈 실적을 인정받은 것을 기반으로 향후 헬스케어 BU장(사업부문장)으로서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까지 떠안게 됐다.
농심 역시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전무가 지난해 전무로 초고속 승진하며 신설된 미래사업실을 총괄하고 있다. 라면 중심인 농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는데, 건강기능식품·대체육·스마트팜·펫푸드 등 4대 신사업 발굴 및 인수·합병(M&A) 전략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의 장남인 담서원 전무는 지난해 말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초고속 승진했다. 현재 경영지원 업무를 담당하며 그룹의 중장기 경영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으나, 바이오 계열사인 리가켐바이오의 사내이사에 참여하는 등 신수종 사업 관리에서 가시적인 실적을 보여줘야 할 시기다.
책임경영 차원이라지만...“기대만큼 우려도 만만치 않아”
다른 주요 식품업체들도 3·4세 경영인에게 그룹의 글로벌 전략과 신사업을 총괄하는 핵심 임무를 부여하며 책임경영 강화에 나서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가 4세인 이선호 경영리더가 지난 9월 지주사 미래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그룹의 신수종 사업 발굴과 글로벌 전략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고, 조만간 단행될 202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이 실장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오뚜기 오너가 3세인 함윤식 부장은 지난 4월 마케팅실 부장으로 승진하며 브랜드 전략 및 글로벌 사업 실무 경험을 쌓는데 집중하고 있다. 함 부장의 동생이자 뮤지컬 배우 출신의 함연지 씨는 미국 법인 ‘오뚜기 아메리카홀딩스’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며 현장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처럼 젊은 리더십이 빠른 의사결정과 디지털 친화적 감각을 바탕으로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신사업 분야와 해외 인수·합병을 통한 외연 확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험 부족과 조직 장악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면·과자 등 전통적인 주력 제품만으로는 성장이 어려운 시장 구조가 변모하고 있다”면서 “해외 인수·합병, 현지화 전략, 디지털 마케팅 등 새로운 과제들에 직면한 3·4세 경영인들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