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글 유격수' 박찬호 보냈다...KIA, 이제 '차기 유격수'는 누구? [더게이트 이슈분석]
-‘골글 유격수’ 두산행 -KIA 유격수 공백 -김도영·亞카드 등 대안 거론
[더게이트]
KIA 타이거즈 주전 유격수 박찬호가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는다. KIA 입장에선 붙잡을 수 있는 선수를 놓친 실수라기보다, 처음부터 ‘돈의 규모’에서 승부가 갈린 프리에이전트(FA)였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골든글러브 유격수를 잃은 KIA, 2026시즌 광주 유격수 자리를 누가 맡을 것인가.
KIA 관계자는 “구단은 최선을 다했다. 선수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FA 시장에서 몸값 싸움에 완패했다는 고백이자, 시장이 매긴 박찬호의 가격표를 인정한 대목이다.
두산은 박찬호의 ‘상품성’을 숫자로 설명했다. 두산은 공식 발표에서 “박찬호는 통산 1088경기 중 994경기(91.4%)에 유격수로 출장한 ‘전문 유격수’다. 최근 5시즌간 유격수 이닝 1위(5481이닝)로 기량과 내구성 모두 검증됐다.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며 내야의 중심을 잡았고, KBO리그 도루왕 2차례(2019·2022년), 수비상 유격수 부문 2차례(2023~2024년),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 1차례(2024년) 수상한 바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두산 관계자 역시 “박찬호는 리그 최고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로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 내야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자원이다. 리드오프로서 역할은 물론 공격적인 주루 능력까지 갖춰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수비, 주루, 내구성까지 모두 인정받은 ‘완성형 유격수’를 KIA가 온전히 잃었다는 의미다.
박찬호의 마음도 이미 두산으로 향해 있었다. 박찬호는 “어린 시절 두산 야구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그 팀의 유니폼을 입게 돼 영광스럽고 벅차다. 좋은 계약을 해주신 두산 박정원 구단주님께 감사드린다”며 새 팀에 고마움을 전했다. 동시에 “12년간 응원해 주신 KIA, 또 광주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그 사랑을 잊지 않겠다”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 선수는 데뷔 시절부터 품어온 꿈을 선택했고, KIA는 그 선택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KIA의 ‘차기 유격수’로 옮겨간다. KIA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 중인 마무리캠프에 김규성, 박민, 정현창 등 3명의 유격수 후보를 올려놓고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세 선수 모두 그동안 백업·유틸리티 역할에 머물렀던 자원들이다. 박찬호가 빠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캠프에서부터 수비 안정감, 송구 정확도, 더블플레이 처리 능력을 집중적으로 점검받고 있다. ‘당장 내년에 130경기를 유격수로 소화할 카드가 있느냐’를 확인하는 자리다.
보다 근본적인 카드로는 김도영의 유격수 전환이 거론된다. 김도영은 고교 시절까지 ‘특급 유격수’ 타이틀을 달고 프로에 입단했지만, KIA에서는 3루수로 자리를 잡았다. 공격에서는 이미 팀 핵심으로 성장했지만, 원래 포지션인 유격수로 되돌리는 선택은 팀 수비 구조 전체를 흔드는 승부수다.
현재 김도영은 국내에서 몸을 만드는 중이다. 김도영을 유격수로 돌리면 공격력과 스타성은 유지하면서도 ‘간판 유격수’를 바로 세울 수 있지만, 부상 이력과 수비 부담이라는 위험 부담을 함께 안아야 한다.
외부 수혈 시나리오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KIA는 아시아쿼터를 활용해 유격수 자원을 찾는 방안도 대안으로 검토 중이다. 일본, 대만 등 아시아권에서 수비가 검증된 유격수를 데려와 내야 수비를 안정시키는 그림이다. 외국인 에이스, 중심 타자와는 또 다른 형태의 ‘수비 전담 유격수’ 카드다. 다만 선수층이 많지 않고, KBO리그 적응, 언어 장벽, 계약 규모 등 변수가 많아 쉽게 결론을 내리긴 어렵다.
누가 선택되든, 박찬호가 남긴 골든글러브 유격수의 빈자리는 가볍지 않다. KIA는 “박찬호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제안은 다 했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남겨둔 채, 이제는 답을 내야 한다. 2026시즌 광주 유격수 자리는 올 겨울 KIA 프런트와 이범호 감독 앞에 놓인 가장 어려운 퍼즐 한 조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