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펀드·소액주주 거센 공세…구광모의 LG, 깊어가는 고심 [더게이트 재계]
-해외 펀드들 잇딴 압박…LG그룹, 밸류업 대응책 마련에 분주 -소액주주, LG전자 인도법인 상장에 '쪼개기 상장' 우려 표명 -"상법 개정 기류 속 내년 주총까지 투자·환원 균형점 찾아야"
[더게이트]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와 팰리서캐피탈이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을 향해 전방위적인 주주환원 확대와 거버넌스 개편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의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조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상법 개정 기류까지 부정적으로 작용할 우려에 LG전자 인도법인 상장 과정에서 '쪼개기 상장' 논란에 휩싸인 소액주주들의 불만까지 더해져 그룹 전반에 걸쳐 암운이 드리워지는 모양새다.
영국發 펀드, 지주사·화학·생건 동시 공세..."저평가 해소하라"
해외 펀드들의 공세는 LG그룹의 핵심 계열사 전반을 겨냥하고 있다. 지주사인 ㈜LG는 이미 2대 주주인 실체스터(지분율 약 7.17%)로부터 배당 증액을 통한 주주 환원을 강력히 요구받고 있다. 실체스터는 주주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공시한 바 있다. 해당 펀드는 최근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으로 저평가 상태에 놓인 LG생활건강의 3대 주주로까지 등극하며 공세 범위를 넓혔다.
또 다른 영국계 펀드인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을 정조준 중이다.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의 저평가 문제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높은 지분 가치 대비 모회사의 시가총액이 낮은 '더블 카운팅'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자회사 지분 활용을 통한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과 함께 경영진 보상 체계 및 이사회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 개편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임해 법적 대응 및 주총 방어 논리 마련에 돌입한 상태다.
LG전자, 인도법인 상장 후 '역차별' 논란…소액주주 반발
해외 행동주의 펀드 외에도 LG전자는 소액주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핵심 쟁점은 인도법인(LGEIL) 상장을 둘러싼 갈등이다. LG전자는 지난 10월 인도법인 지분 15%를 인도 증시에 상장해 1조8000억원대의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도법인의 시가총액이 모회사인 LG전자(약 13조7000억원)를 넘어서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국내 소액주주들은 자회사였던 인도법인의 분리 상장으로 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분산되면서 모회사 주가 디스카운트가 심화되고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LG전자가 구주 매출로 조달한 자금을 미래 투자에 우선 사용하겠다고 밝히자, 소액주주들은 자회사 상장에 따른 주주 이익 상실을 상쇄할 실질적인 주주 환원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내년 초 주총서 대격돌..."투자냐, 환원이냐" 난항 예고
업계는 G그룹은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의 거센 요구에 대응할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 주주 이익을 소홀히 할 경우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법 개정안의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기류가 더욱 거세질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구 회장이 강조해온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중심의 장기 비전이 단기적인 주주환원 요구와 충돌하며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이 단순히 단발성 자사주 소각에 그치지 않고, 배당 성향 상향 및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중장기 로드맵 등 주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실질적인 밸류업 대응책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