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버틴 긴 겨울을 지나, 각자의 봄으로 [더게이트 스토리]

-베테랑의 따뜻한 한마디 -“흔들리지 마, 그대로 가” -훈련장에서 맺은 믿음

2025-11-22     황혜정 기자
키움 이형종이 김라경에게 응원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사진=더게이트 황혜정 기자)

[더게이트=원주]

"제가 김라경이랑 같이 운동해봤잖아요. 진짜 엄청 열심히 해요. 제가 인정하는 야구인 세 명 안에 들어갑니다."

키움 히어로즈 베테랑 외야수 이형종(36)이 미국 여자 프로야구 리그(WPBL) 전체 11순위로 뉴욕에 지명된 김라경(25)을 향해 건넨 말이다. 단순한 격려가 아니다. 2023년부터 2024년 초까지 약 1년간 같은 재활 트레이닝 센터에서 땀을 흘린 동료로서,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김라경의 진심과 노력을 지켜본 이형종의 ‘확신’에 가까운 신뢰다.

두 사람은 각자의 이유로 같은 공간을 찾았다. 김라경은 토미 존 수술 후 재활을 위해 센터를 찾았고, 이형종은 부상 회복과 키움 입단 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훈련은 거칠었지만 분위기는 따뜻했다. 함께 땀을 흘리는 동안 자연스레 마음이 열렸고, 진심 어린 응원과 조언이 오갔다.

김라경은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이형종 선배님은 정말 열심히 운동하셨어요. 하루 3시간 이상, 주 4회 이상 꾸준히 나오셨죠. 운동 중에도 어린 아들을 데리고 와서 돌보시기도 했어요.
지난 시즌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다시 야구에 목숨을 걸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뉴욕에 지명된 김라경. 본격적으로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한다. (사진=WPBL)

그러나 이형종의 눈에는 김라경의 모습이 더 인상 깊었다. "정말 잘하고,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대하고, 훈련에도 빈틈이 없었어요. 야구에 대한 진심이 그대로 느껴졌어요. 지금까지 지켜온 믿음과 태도를 그대로 가지고 간다면, 최고의 대한민국 투수가 될 거예요."

선배로서, 야구인으로서 건넨 이형종의 마지막 조언은 짧지만 깊었다. 

"지금처럼만 해요. 흔들리지 말고, 야구를 사랑했던 그 마음 그대로. 대한민국 여자 야구 선수로서 이름을 멋지게 날려주세요. 저한테 밥 한번 사주기로 했거든요. 꼭 잘해서 저 밥 사주세요."

각자의 무대는 다르지만, 같은 시기, 같은 공간에서 치열했던 시간을 함께 견뎌낸 두 사람. 그 인연이 다시 야구를 시작하게 하고, 또 누군가에겐 끝까지 버티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