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손흥민에게 돌을 던지랴?!? 승부차기 실축했지만...멀티골 아니었으면 연장전 가지도 못했다 [더게이트 해축]
-0-2 절체절명 위기서 멀티골로 팀 구원 -11대 9 수적 우세에도 못 끝낸 LAFC -승부차기 실축으로 패배, 아쉬운 시즌 마무리
[더게이트]
손흥민이 극적인 멀티골로 팀을 구했지만, 승부차기에서 실축하며 아쉽게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누가 감히 손흥민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2골로 팀을 살렸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손흥민의 소속팀 LAFC는 23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BC플레이스에서 열린 밴쿠버 화이트캡스와의 2025 MLS컵 플레이오프 서부 콘퍼런스 준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3대 4로 패했다. LAFC의 2025시즌 여정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LAFC는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손흥민이 최전방에 섰고, 드니 부앙가와 나단 오르다스가 양 측면을 맡았다. 중원은 마크 델가도, 에디 세구라, 티모시 틸먼이 구성했다. 이에 밴쿠버는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초반부터 밴쿠버가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14분 마티아스 라보르다가 오른쪽에서 침투해 첫 슈팅을 시도했지만 위고 요리스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밴쿠버는 점유율을 앞세워 계속 압박했다. LAFC는 수비에 집중하며 역습을 노렸지만, 롱패스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손흥민과 부앙가에게 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전반 39분 밴쿠버가 먼저 균형을 깼다. 다카오카 요헤이 골키퍼의 롱킥을 받은 에마누엘 사비가 뒷공간으로 침투했다. 요리스가 늦게 달려 나오자 사비는 침착하게 로빙슛을 성공시켰다. 골키퍼의 판단 미스였다.
설상가상 전반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토마스 뮐러의 헤더를 요리스가 제대로 쳐내지 못했다. 라보르다가 세컨드볼을 요리스 가랑이 사이로 밀어넣으며 2대 0을 만들었다. 요리스의 두 번째 실수였다. LAFC는 최악의 분위기 속에서 전반을 마쳤다.
손흥민, 혼자서 팀을 살리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LAFC는 후반전 초반 교체카드를 꺼냈다. 오르다스와 은코시 타파리가 빠지고 다비드 마르티네스, 앤드류 모란이 투입됐다. 중원을 강화하며 4-2-3-1로 전형을 바꿨다.
후반 8분 부앙가가 역습 기회를 잡았다. 수비 두 명을 제치고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다카오카 손에 걸렸다. 11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모란이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약하게 맞으며 다카오카에게 잡혔다. 기회는 만들었지만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여기서 손흥민이 나섰다. 후반 15분 왼쪽에서 델가도가 올린 얼리 크로스를 모란이 머리로 떨어뜨렸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손흥민의 첫 슈팅이 막히고, 두 번째 슈팅도 수비에 막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시도한 세 번째 슈팅이 마침내 골망을 흔들었다. VAR 판독 끝에 득점으로 인정됐다. 손흥민의 MLS 입성 후 11호골이었다.
손흥민의 골로 LAFC의 기세가 살아났다. 점유율을 가져오며 동점골을 노렸지만 밴쿠버 수비가 견고했다. 후반 33분 밴쿠버의 프리킥 상황에서 트리스탄 블랙먼이 슈팅을 날렸지만, 요리스가 슈퍼세이브로 막아냈다. 후반 39분에는 라이언 홀링스헤드의 헤더가 골포스트를 살짝 빗나가며 아쉬움을 삼켰다.
추가시간은 무려 9분이 주어졌다. 추가시간 2분 블랙먼이 부앙가에게 거친 태클을 하다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밴쿠버가 10명이 됐고, 이 기회를 손흥민이 놓치지 않았다. 프리킥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환상적인 궤적으로 공을 꽂아넣으며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경기는 연장전으로 향했다.
11 대 9, 그런데도 못 끝낸 LAFC
연장전에 들어가기 전 햄스트링에 불편을 호소한 뮐러가 빠지고 지반 배드월이 투입됐다. 연장 전반 5분 코너킥 상황에서 모란이 골키퍼 바로 앞에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다카오카가 다리를 벌려 막아냈다.
LAFC는 11명 대 10명 수적 우위였다. 연장 후반에는 밴쿠버가 교체 투입된 벨랄 할부니마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9명으로 경기를 치렀다. 11명 대 9명이 됐다.
LAFC는 압도적인 수적 우세에도 끝내 승부를 내지 못했다. 마르티네스가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고, 부앙가는 순식간에 두 차례 골대를 강타했지만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90년대 한국축구를 보는듯 결정력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밴쿠버의 빗장 수비를 뚫지 못한 채 연장전이 종료됐다.
결국 승부는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손흥민이 1번 키커로 나섰다. 그러나 강하게 찬 볼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고, 손흥민은 고개를 떨궜다. 반면 밴쿠버 세바스찬 버홀터는 요리스를 뚫으며 선취점을 올렸다. 불길한 시작이었다.
2번 키커 부앙가는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밴쿠버 넬슨도 왼쪽 상단 구석을 찌르며 성공했다. 그런데 3번 키커 델가도의 킥이 허공을 가르면서 LAFC에 패배의 그림자가 짙어졌다. 밴쿠버 라이언 골드는 오른쪽 하단을 정확히 찔렀다. 손흥민에 이어 델가도까지 실축하면서 상황은 절망적이 됐다.
4번 키커 모란이 성공시켰지만 여전히 밴쿠버가 유리한 상황. 여기서 밴쿠버 엘데르 오캄포의 킥이 요리스 정면으로 향하고, 5번 프랑키 아마야가 성공시켜 3대 3 동점을 만들었다. 잠시 희망이 보이는 듯 했지만, 라보르다가 마지막 킥을 성공시키며 밴쿠버가 4대 3 승리를 거뒀다.
손흥민은 2골을 넣고서도 승부차기 실축으로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하지만 누가 감히 손흥민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0대 2로 뒤진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혼자 2골로 팀을 살렸다. 11명 대 9명, 압도적인 수적 우세 상황에서도 승부를 끝내지 못한 것은 손흥민 탓이 아니다. 팀 전체의 결정력 부족이었다.
더욱이 손흥민만 실축한 것도 아니다. 델가도 역시 실축했다. 두 명이 실축하면 승부차기에서 이기기 어렵다. 손흥민은 정규시간과 연장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그 이상을 요구할 수는 없다.
손흥민은 지난 여름 LAFC에 합류해 MLS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를 포함해 13경기에 출전했다. 12골 4도움으로 총 16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시즌 중간에 팀에 합류한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MLS 사무국은 다음 시즌 개막전에서 LAFC와 리오넬 메시가 소속된 인터 마이애미의 맞대결을 예고한 바 있다. 바야흐로 메시와 함께 MLS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한 손흥민이다.
승리한 밴쿠버는 샌디에이고FC와 미네소타 유나이티드FC의 승자와 서부 콘퍼런스 결승전에서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