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박찬호·심우준'에게 수비 배운 키움 어준서의 유격수 1년차 성장기 [더게이트 인터뷰]
-“배우려면 내가 먼저 간다” 10대 유격수의 용기 -오지환·박찬호·심우준에게 수비 팁 직접 구해 -기록보다 ‘태도’가 더 눈에 띈 어준서의 1년 차
[더게이트=원주]
“야구장 안에서는 먼저 다가가야죠.”
키움 히어로즈의 1년 차 유격수 어준서(19)는 스스로 움직였다. 주전 유격수로 시즌을 치르며 벽에 부딪혔을 때, 그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경기 중에도, 대기 타석에서도, 2루 주자로 나가 있는 순간에도 다른 팀의 유격수 선배들에게 다가가 조언을 구했다. 그 대상은 오지환(LG), 박찬호(두산), 심우준(한화). 모두 KBO 최고의 유격수로 꼽히는 선수들이었다.
“오지환 선배님이랑 심우준 선배님은 같은 고등학교(경기고) 출신이에요. 그래서 편하게 다가갔고요. 박찬호 선배님은 그냥 2루 주자로 나갔을 때 옆에 수비하고 계셔서 슬쩍 수비 방법을 여쭤봤어요.”
키움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10대 신인이 보여준 ‘태도’는 어쩌면 기록보다 더 인상 깊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다니며 배운다는 자세는 어준서가 어떤 선수로 성장하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단서였다.
선배들이 한 조언은 하나같이 일치했다고. 어준서는 “공이 타자보다 빠를 순 없으니까 천천히 하라는 말,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라고 했다.
어준서는 2025시즌, 11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8, 77안타, 6홈런, OPS 0.632를 기록했다. 성적만 보면 평범할 수 있지만, 사실상 시즌 내내 유격수 주전으로 출전한 19세 신인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어준서는 시즌 초반, 자신감 하나로 경기를 치렀다고 했다. 준비 없이 나섰다가 한계를 빠르게 실감했고, 수비 코치와 상의하며 타석에선 존을 설정하고 수비 스텝을 조정하는 등 전반적인 플레이를 정비해나갔다고 말했다. 9월쯤부터는 적응이 되기 시작했고, 내년엔 훨씬 더 나은 시즌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홍원기 전 키움 감독 체제 초반, 몇몇 신인들과 함께 파격적으로 1군 무대를 밟았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어준서 한 명뿐이다. 그는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했다”며 그 기회에 보답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웠던 투수로는 잭 로그(두산), 로건 앨런(NC)를 꼽았다. 변화구 대처가 어렵고, 생각이 많아질수록 방망이가 더 안 나간다는 점을 체감하며 ‘생각을 비우고 편하게 치는 법’을 몸으로 익혀갔다고 한다.
수비에선 ‘전진 수비’가 가장 어렵다고 느꼈다. 타구 속도와 타자의 발이 빠르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요구됐고, 그래서 마무리 캠프에서는 강한 타구 대응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구 역시 시즌 초반에는 불안정했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나아졌다고 했다.
내년 시즌 목표는 부상 없이 건강하게 마무리하는 것, 그리고 장기적인 목표로는 ‘3000안타’를 언급했지만, 무엇보다 지금은 하루하루를 더 단단히 쌓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교육리그와 마무리 캠프에선 수비에 중점을 두고 훈련 중이다.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수비가 우선이라고 확신했고, 이를 위해 지금도 야간 훈련까지 소화하며 루틴을 지키고 있다.
식사조차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여름철엔 더위 때문에 식욕이 떨어져 힘들었고, 규칙적인 식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털어놨다.
“야구장 안에선 누구라도 찾아가서 물어봐야 해요. 그래야 배울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아직 배움의 과정에 있는 10대 후반의 1년차 유격수지만, KBO 최고의 유격수들을 스스럼없이 찾아다니는 그의 모습에서 진짜 ‘프로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