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매수 기간=바르사 전성기와 일치"...레알 마드리드 회장이 핵폭탄을 터뜨렸다 [더게이트 해축]
-"심판 돈 먹은 기간, 우연히 바르사 전성기와 일치" 폭탄 발언 -라리가 편파 판정 의혹 제기..."UCL 우승이 라리가보다 쉽다" -123년 전통 깨고 외부 투자 허용..."외부 공격 막는다"
[더게이트]
레알 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 폭탄을 터뜨렸다. 라이벌 FC 바르셀로나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심판 매수 의혹"을 다시 꺼내 들었고, 라리가 심판진의 편파 판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여기에 클럽 창단 123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투자를 허용하겠다는 파격 선언까지 나왔다.
24일(한국시간) 유럽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페레스 회장은 23일 열린 레알 마드리드 연례 총회에서 약 2시간에 걸쳐 바르셀로나, 라리가, 유럽축구연맹(UEFA), 스페인 심판진을 향한 전방위 공격을 쏟아냈다.
페레스 회장의 첫 번째 표적은 바르셀로나였다. 그는 "바르셀로나가 심판 부회장에게 17년 동안 800만 유로를 지불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것이 우연히도 바르셀로나의 가장 빛나던 시기와 일치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스페인 축구계를 뒤흔든 '네그레이라 사건'을 정면으로 거론한 것이다. 2023년 초 스페인 검찰은 바르셀로나가 2001년부터 2018년까지 호세 마리아 엔리케스 네그레이라 전 심판 기술위원회 부장이 설립한 컨설팅 회사 '다스닐 95'에 약 730만 유로(약 108억원)를 지급한 혐의로 기소했다.
문제는 이 기간이 바르셀로나의 전성기와 정확히 겹친다는 점이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바르셀로나는 리오넬 메시,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앞세워 라리가 3연패와 UEFA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을 달성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 시절 '티키타카' 축구로 세계를 제패하던 바로 그때다.
스페인 검찰은 심판 매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구체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5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페레스 회장은 이번 총회에서 "정상이 아니다"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의혹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UCL 우승이 라리가 우승보다 많은 게 정상인가"
페레스 회장의 공격은 라리가 심판진으로 향했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중 일부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라리가 우승보다 많다. 이것이 정상적인가"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레알 마드리드는 최근 몇 시즌 동안 유럽 무대에선 압도적이지만 국내 리그에선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라리가에선 바르셀로나에 밀려 2위에 그쳤다. 페레스 회장은 이런 기현상의 원인이 편파 판정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라리가 심판진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4월 레알 마드리드 TV는 리카르도 데 부르고스 벤고에체아 주심의 오심 영상을 공개했다. 레알 마드리드에 불리한 판정이 반복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라리가는 벤고에체아를 코파 델 레이 결승전 주심으로 배정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강하게 반발했다. 결승전 기자회견과 훈련 등 공식 행사에 전면 불참하는 초강수를 뒀다. 사실상 보이콧이었다.
올 시즌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지난 9월 레알 소시에다드전에서 딘 하위선이 석연치 않은 퇴장을 당하자, 레알 마드리드 TV는 "보고서를 작성해 국제축구연맹(FIFA)에 라리가 심판진의 부당한 판정을 알리겠다"고 선언했다.
페레스 회장은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도 겨냥했다. 그는 "라리가 회장이 스페인 밖에서 경기를 홍보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는 라리가가 추진했던 미국 원정 경기를 언급한 것이다. 라리가는 지난 12월 20일 미국 마이애미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바르셀로나와 비야레알의 정규 리그 경기를 열 계획이었다. 라리가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이었지만, 선수와 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페레스 회장은 이를 "정상이 아니다"라고 표현하며 테바스 회장의 독단적 운영 방식을 꼬집었다. 레알 마드리드와 테바스 회장의 갈등은 오래됐다. 테바스는 유럽 슈퍼리그 창설을 주도한 페레스를 공개적으로 비난해왔고, 페레스는 테바스가 라리가를 사유화한다고 반격해왔다.
공격만 한 게 아니다, 123년 만에 혁명적 결단
페레스 회장은 공격만 한 게 아니었다. 외부 공격에 맞서 클럽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역사적 결정을 발표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1902년 창단 이래 123년 동안 '소시오'라 불리는 회원들이 소유한 구조를 유지해왔다. 현재 9만 8272명의 소시오가 클럽을 공동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이 투표로 회장을 선출한다. 바르셀로나, 아틀레틱 빌바오, 오사수나 등 일부 스페인 명문 클럽만 유지하는 전통적 방식이다.
하지만 페레스 회장은 이번 총회에서 "소수 지분 투자자를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으론 자회사를 설립해 전체 지분의 약 5%를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이다.
페레스 회장은 "우리는 계속 회원 소유 클럽으로 남을 것"이라면서도 "소시오들이 통제권을 유지하되, 5% 정도의 소수 지분 투자자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클럽의 가치를 가시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핵심은 소시오들의 통제권 유지다. 외부 투자자는 배당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의결권은 없다. 회장 선출과 클럽 운영 방침 결정권은 여전히 소시오들 손에 남는다. 각 소시오는 1주씩만 보유할 수 있으며, 이 주식은 자녀나 손자에게만 상속 가능하다.
페레스 회장은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외부 공격"을 거론했다. 그는 "투자자는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고 외부 공격으로부터 우리 자산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페레스 회장이 특히 테바스 회장의 "은밀한 로비"를 염두에 뒀다고 전했다. 테바스는 스페인 법 개정을 통해 라리가가 레알 마드리드의 연간 수익에서 더 많은 몫을 가져가려 한다는 것이다.
페레스 회장은 "레알 마드리드는 언제든 투자금을 되사올 권리를 갖는다"며 "마드리드는 일부 이사진이나 한 명의 회장에게 의존해선 안 되며, 누구의 손에도 넘어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소유 구조 변경은 소시오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페레스 회장은 "임시 총회를 소집해 약 2000명의 대표 소시오들이 이 안건을 전체 소시오 투표에 부칠지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18세 이상 모든 소시오가 최종 투표에 참여할 예정이다.
2시간에 걸친 페레스 회장의 연설은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보여줬다. 바르셀로나와 라리가를 향한 공격은 레알 마드리드 팬들의 결속을 다지는 효과가 있다. 동시에 외부 투자 허용이라는 파격적 결정은 "클럽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명분을 얻었다.
하지만 논란도 만만치 않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네그레이라 사건을 다시 거론한 것은 바르셀로나의 강한 반발을 살 게 분명하다. 소유 구조 변경 역시 123년 전통을 깨는 만큼 보수적인 소시오들의 저항이 예상된다.
페레스 회장은 "요즘 신문에 나오는 모든 것들을 피하고 싶다"며 "임시 총회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바르셀로나와 라리가의 반응, 그리고 소시오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스페인 축구계가 또 한 번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미 총알은 발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