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없습니다”...KBO 시상식 처음 온 '데뷔 11년차' 송성문, 빅리그 도전 앞두고 조심스러운 기대 [더게이트 현장]

포스팅 공시 후 메이저리그 진출 타진 “설레지만 신중하게 지켜보는 중” "후회 없는 시즌…결과에 상관없이 받아들일 준비 됐다"

2025-11-25     황혜정 기자
키움 송성문이 24일 시상식에서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더게이트 황혜정 기자)

[더게이트=잠실]

2025 KBO리그 최고의 3루수로 우뚝 선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29)이 데뷔 10년 만, 데뷔 11년차에 처음으로 시상식에 참석해 수비상을 품에 안았다. 그러나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KBO 시상식’에서 3루수 부문 수비상을 수상한 송성문은 자신의 첫 개인 트로피를 들어올린 감격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그러나 송성문을 둘러싼 최대 관심사는 트로피가 아닌, 바로 미국 무대 진출 여부였다.

송성문은 2015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전체 49순위)로 키움 유니폼을 입은 후 10년 동안 팀을 대표하는 내야수로 성장했다. 특히 2024시즌에는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5, 26홈런, 90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OPS 0.917, 득점권 타율 0.372라는 수치는 그의 결정력과 꾸준함을 증명했다.

여기에 34연속 도루 성공이라는 KBO 신기록과 더불어 데뷔 후 첫 20홈런–20도루 기록까지 더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멀티 내야수’로 거듭났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키움과 6년 120억 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체결한 그는 팀의 핵심 자원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 무대 진출이다. 키움은 지난 21일, KBO에 송성문에 대한 포스팅 공시를 요청하며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할 경우, 송성문은 키움이 배출한 여섯 번째 빅리거가 된다.

시상식 직후 취재진과 만난 송성문은 미국 진출에 대해 "아직 제가 판단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에이전트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아직 포스팅 공시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았고, 본격적인 협상이나 계약 성사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송성문은 “막상 포스팅 신청이 들어가고 나니 설레는 마음이 조금 생겼다”고 전하면서도, “계약이 실제로 성사된다면 그때 출국 일정을 잡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국내에서 훈련을 계속할 계획임을 밝혔다.

20홈런-20도루를 기록한 송성문. (사진=키움 히어로즈)

미국 현지 언론들의 보도에 대해서는 “기사를 일부러 찾아보진 않지만 눈에 띄면 읽어본다. 좋은 내용이면 기분은 좋지만 너무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중요한 건 계약 성사 여부고, 그건 에이전트의 몫이기 때문에 저는 제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어 실력에 대한 질문에는 “폰세 인터뷰를 들었는데 ‘팬(fan)’이랑 ‘어메이징(amazing)’ 밖에 못 알아들었다”며 웃음을 자아냈고, “만약 미국에 간다면 통역사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될 것 같다”고 솔직한 답변을 전했다.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린다. 송성문은 국가대표팀 차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아직 미국 진출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고, 만약 간다면 보장된 자리가 아닌 치열한 경쟁의 시작일 것이다. 여러 환경을 고려할 때 대표팀 병행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송성문. (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송성문은 올 시즌을 돌아보며 “정말 후회 없이 모든 걸 쏟아부은 시즌이었다. 도쿄 평가전까지 포함해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했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진심을 전했다.

수비상을 받게 된 데에는 아내의 솔직한 응원도 큰 힘이 되었다. “제가 ‘수비상 받고 싶다’고 하면 아내는 ‘못 받을 것 같은데?’라고 했는데, 막상 받아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송성문은 “기대치를 낮췄는데 상을 받으니 더 기분 좋았다”며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KBO 최고의 3루수를 넘어, 이제는 MLB에 도전하는 송성문. 아직은 ‘설렘 반, 신중함 반’의 단계이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지난 1년간 누구보다 뜨겁게 준비해왔다는 점이다. 빅리그 진출이라는 큰 꿈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야구 팬들의 시선이 송성문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