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를 미워할 이유가 또 하나 추가됐다...팔꿈치 가격+3경기 징계에도 월드컵 출전, 특혜 논란 자초한 FIFA [더게이트 해축]
-아일랜드전 퇴장 호날두, 3경기 징계 받아 -월드컵 2경기 징계는 '유예'...결국 풀타임 출전 가능해져 -아르메니아 선수는 같은 퇴장에도 '전부 이행'
[더게이트]
FIFA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다. 명백한 폭력 행위로 퇴장당한 호날두가 징계를 받긴 했지만, 정작 내년 월드컵에는 아무 제약 없이 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26일(한국시간) "FIFA가 호날두에게 3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마지막 2경기 징계는 1년간 '유예'했다"고 보도했다. 호날두는 지난 13일 아일랜드와의 월드컵 예선에서 수비수 다라 오셰이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가격해 퇴장당했다.
당시 주심은 처음엔 옐로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VAR) 끝에 레드카드로 바꿨다. 공이 없는 상황에서 상대를 의도적으로 가격한 명백한 폭력 행위였기 때문이다.
FIFA 징계위원회는 호날두에게 3경기 출장 정지를 내렸다. 16일 아르메니아와의 마지막 예선에서 1경기 징계를 소화했고, 나머지 2경기는 월드컵 본선으로 이어질 예정이었다. 월드컵 조별리그 2경기를 못 뛰는 것이다.
그런데 FIFA는 갑자기 결정을 뒤집었다. 나머지 2경기에 대해선 1년간 '유예'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호날두가 1년 안에 비슷한 위반 행위를 저지르지 않으면 징계를 면제해주겠다는 얘기다.
FIFA는 성명에서 "호날두가 226경기 국가대표 경력에서 처음 받은 퇴장"이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착하게 살았으니 이번 한 번은 봐주겠다'는 논리다.
같은 짓 한 아르메니아 선수는 에누리 없이 징계 소화
문제는 형평성이다. 디 애슬레틱의 닉 밀러 기자는 "아르메니아 주장 티그란 바르세갼도 호날두처럼 아일랜드와의 예선에서 폭력 행위로 퇴장당해 3경기 징계를 받았다"고 전했다. 바르세갼 역시 국가대표 경력에서 첫 퇴장이었지만, 우주 대스타 호날두와 달리 어떤 관용도 받지 못했다.
바르세갼은 이미 2경기 징계를 소화했고, 아르메니아의 다음 공식 경기에서 나머지 1경기를 반드시 쉬어야 한다. 우주 대스타 호날두와 똑같은 상황인데 처분은 전혀 다른 것이다.
밀러 기자는 "FIFA의 징계 규정 27조는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징계를 '유예'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며 "하지만 이런 조치는 일관되게 적용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우주 대스타 호날두에게만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FIFA가 이전에 징계를 유예한 사례를 찾아보면 더 가관이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과거 한 건은 이스라엘 2부 리그 구단과 코트디부아르 미드필더 간의 고용 분쟁이었고, 다른 한 건은 2022년 월드컵에서 멕시코 팬들이 동성애 혐오 구호를 외친 사건이었다.
밀러 기자는 "두 사례 모두 경기장 안에서 벌어진 사건이 아니다"며 "명백한 폭력 행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극히 억지스러운 비교"라고 비판했다. 특히 멕시코 사례를 들먹이는 건 "FIFA가 명백한 동성애 혐오에 대해서도 관대했다는 점을 상기시킬 뿐"이라고 꼬집었다.
FIFA가 선례를 들어 이번 결정을 정당화하려 한다면, 그야말로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게 밀러 기자의 지적이다.
트럼프·사우디 왕세자와 함께한 호날두
호날두를 둘러싼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호날두는 지난주 백악관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수십 명의 억만장자와 재계 인사들이 함께한 자리였다. FIFA 회장을 비롯한 권력자들의 병풍 역할을 해준 게 특혜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내년 월드컵은 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열린다. 밀러 기자는 "호날두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 선수"라며 "그것은 상당한 상업적 가치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밀러는 "FIFA는 지난 여름 클럽 월드컵에 리오넬 메시와 그의 스타파워가 필요했고, 인터 마이애미가 출전할 수 있는 억지스러운 방법을 찾아냈다"며 "같은 방식으로, 내년 여름 호날두 없는 대회는 그냥 안 되는 것"이라고 FIFA의 상업적 이해관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작 난처한 건 포르투갈 감독 로베르토 마르티네스다. 밀러 기자는 "마르티네스는 까다로운 입장에 처해 있다"고 했다. 포르투갈 역사상 최고의 선수이자 우주 대스타인 호날두를 라인업에서 빼기란 쉽지 않다. 자칫하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호날두 있는 포르투갈보다 호날두 없는 포르투갈이 훨씬 강하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지난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은 조별리그를 간신히 통과했다. 그러다 16강에서 호날두를 빼고 스위스를 6대 1로 대파했다. 최근 아르메니아와의 마지막 예선에서도 호날두 없이 9대 1로 이겼다. 호날두가 없어야 좋은 팀이 된다.
밀러 기자는 "호날두가 처음 두 경기에 출전 정지를 당하면 마르티네스에겐 편리한 탈출구가 생기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호날두 없이 두 경기를 이기고 나면 '팀 분위기가 좋은데 선수를 바꿀 수 없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호날두에게는 6번째 월드컵 출전이라는 기념비적 성취를 위해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려주고 몇 분 정도만 뛰게 해주면 된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물거품이 됐다. 밀러 기자는 "호날두는 포르투갈의 첫 경기에 선발로 나설 것"이라며 "약한 상대를 만나면 가끔 골을 넣을 수도 있지만, 십중팔구 팔을 휘두르며 팀 동료들을 탓하고 프리킥을 성층권으로 날려 보내는 데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FIFA는 우주 대스타 호날두라는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원칙을 굽혔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앞으로 FIFA 징계를 받은 선수는 트럼프, 인판티노 옆에 바짝 붙어서 악세사리 역할을 하면 특혜를 받을 수 있다는 선례가 생겼다. 이래도 저래도 참 밉상인 호날두를 미워할 만한 이유가 또 하나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