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장효조 10주기 추도’ 일구회 “유니폼 벗으면 사라지는 한국야구 레전드, 이제 바꿉시다.” [엠스플 이슈]

2021-09-01     김근한 기자

ㅣ일구회가 한국프로야구 레전드인 고 최동원, 장효조 전 감독의 10주기를 추도했다. 일구회 구경백 사무총장은 유니폼을 벗으면 쉽게 사라지는 한국야구 레전드의 현실을 향한 안타까운 감정을 내비쳤다.

일구회가 2011년 별세한 최동원(왼쪽), 장효조(오른쪽) 전 감독의 10주기 추도문을 발표했다(사진=롯데, 삼성)

[엠스플뉴스]

프로야구 OB모임인 사단법인 일구회(회장 윤동균)가 2011년 별세한 한국프로야구 레전드 고(故) 최동원과 장효조 전 감독의 10주기를 추도했다. 두 고인의 10주기 추도사 작성 작업을 진행한 일구회 구경백 사무총장은 “유니폼을 벗으면 사라지는 한국야구 레전드들의 현실이 안타깝다”라며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일구회는 9월 1일 최동원, 장효조 전 감독의 10주기 추도사를 발표했다. 다음은 10주기 추도사 전문이다.

<야구를 사랑했던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과 장효조 전 삼성 2군 감독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10년이 됩니다. 필드에서 함께했던 두 분에 대한 기억이 더더욱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최동원 감독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5차례 나와 4승을 올리는 등 한국야구의 에이스로 오랫동안 활약했습니다. 또한 불이익을 무릅쓰고 ‘선수협’ 결성을 주도하며 선수 권익을 위해 누구보다 많이 노력했습니다. 장효조 감독은 ‘배트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칠 타자’로 불릴 정도로 타격의 장인이었습니다. 4차례나 타율 1위에 올랐고 통산 타율은 0.331에 이를 정도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분은 1988년 시즌이 끝난 후 롯데와 삼성 간의 2차례 트레이드를 통해 서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습니다. 그렇게 최 감독은 롯데가 아닌 삼성에서, 장 감독은 삼성이 아닌 롯데에서 현역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진심으로 ‘레전드’라는 말이 어울리는 두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야구팬이 두 분에 관해 얼마큼 알고 있을까?’ 아마 세세하게 아는 팬이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뛰는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영화 ‘꿈의 구장’의 개봉 30주년을 맞이해 영화 속 옥수수밭과 같은 곳에서 정식 경기를 펼치는 프로젝트를 펼쳤습니다. 그것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하면서도 부럽기도 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과거 월드시리즈에서 벌어진 승부조작과 관련한 ‘블랙삭스 스캔들’ 소재를 다룬 영화조차도 기념하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쉬울 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 감독과 장 감독, 두 분만이 아니라 유니폼을 벗는 순간 어느 선수나 잊혀만 갑니다. 지금 이 순간의 활약과 숫자만 주목하고 그것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은 야구팬의 잘못은 아닙니다. 오로지 야구 관계자들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올해로 40년이 됐습니다.

과거의 역사가 현재와 함께했을 때 프로야구의 이야기가 풍부해지고 팬의 즐길 거리도 늘어날 것입니다. 늦었지만 그것을 위해 저희 일구회는 더 노력해나갈 생각입니다.

최 감독과 장 감독의 10주기를 맞아 두 분을 추억하며 잊지 않겠습니다.>

추도사 발표 뒤 엠스플뉴스와 연락이 닿은 구경백 사무총장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했던 두 레전드가 돌아가신지 10년이 됐는데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특별한 행사를 진행할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그래서 10주기 추도문을 발표해도 괜찮다는 생각에 여러 방면으로 알아본 뒤 의견이 모아졌다. 추도문을 통해 두 레전드의 얘기가 야구팬들의 가슴속에 새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구 사무총장이 기억하는 최동원, 장효조 전 감독은 ‘레전드 가운데 레전드’의 존재감을 보여준 대스타였다. 구 사무총장은 “한창 야구계 현장에서 뛸 때 두 감독님의 현역 시절을 지켜봤지만, 한 마디로 표현하면 ‘그런 선수를 내 생애 다시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있는 두 레전드였다. 그 명성에 비해 세상을 떠나실 때 상당히 쓸쓸하게 눈을 감으신 것도 사실이다. 이번 10주기 추도문을 통해 두 레전드의 위대함을 우리 마음속에 다시 새겼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구 사무총장은 현역 은퇴 뒤 너무 쉽게 잊히는 한국야구 레전드들의 말년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구 사무총장은 “미국과 일본야구를 보면 스프링캠프 때마다 팀을 대표했던 레전드들이 자주 찾아와 임시 인스트럭터 역할을 하고 팬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쌓기도 한다. 현역 후배들이 그런 장면을 보면 나도 저렇게 팀을 대표하는 레전드가 되고 싶단 꿈이 생기지 않겠나. 그런데 한국야구에서 그런 장면을 찾아보긴 힘들다. 그냥 유니폼을 벗으면 사라지는 팀 레전드들이 수두룩하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웠다.

KBO(한국야구위원회)와 구단들이 앞장서서 팀을 대표하는 레전드들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만들어줘야 한단 게 구 사무총장의 생각이다.

은퇴한 레전드들이 마음껏 야구장을 방문할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과거 레전드들을 잘 모르는 젊은 팬들도 관심을 보일만한 이벤트가 필요하다. 야구장 초청 행사뿐만 아니라 레전드들의 이름을 딴 좌석을 만드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 은퇴한 레전드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야구팬 모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한국야구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구 사무총장의 강한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