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윈 디아즈(사진=삼성)
르윈 디아즈(사진=삼성)

[스포츠춘추]

프로야구는 열정의 스포츠다.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고, 팬은 그들의 땀과 투혼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그 열정이 때로는 과열되고, 감정이 선을 넘을 때도 있다. 이로 인해 선수들은 경기 외적인 곳에서도 ‘싸움’을 치러야 한다.

최근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29)와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29)는 경기력과는 무관한 영역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그 중심에는, 팬심이라는 이름을 앞세운 사이버폭력과 사생활 침해가 있었다.

디아즈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제 가족에게 해를 끼치려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며 그간 침묵으로 일관하던 자세에서 한발 나아가 분명한 경고를 던졌다. 그는 “아내는 해를 입을 수 있다는 협박을 받았고, 반려견을 독살하겠다는 위협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단순한 경기력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이제는 선수의 가족을 직접 겨냥한 위협 메시지가 일상이 된 것이다.

(사진=디아즈 SNS)
(사진=디아즈 SNS)

올시즌 홈런 38개를 쏘아올리며 이 부분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최근 주춤한 게 발단이 됐다. 디아즈는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14경기에서 타율 0.220, 4홈런에 그쳤다. 같은 기간 삼성의 부진(5승 9패)과 맞물리며 주축 선수 디아즈에게 악성 메시지 폭탄이 떨어졌다.

수십 경기에서 잘해도 단 한 경기에서 부진하면 쏟아지는 악성 DM이 현실이다. 이젠 그 대상이 가족까지 번졌다. 선수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폭력이다. 디아즈는 그동안 다이렉트 메시지나 온라인 악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히며, 보이지 않는 공격에 맞서기 시작했다.

한화 이글스의 '2선발' 라이언 와이스 (사진=한화)
한화 이글스의 '2선발' 라이언 와이스 (사진=한화)

한화 이글스의 와이스 역시 다른 형태의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의 아내 헤일리 브룩은 SNS를 통해 자신이 거주 중인 아파트 헬스장에서 겪은 불편한 상황을 공개했다. 단지 내 직원이 유니폼에 사인을 요청하며 접근한 뒤, 반복적으로 사인볼을 요구했고, 심지어 집 앞까지 찾아와 초인종을 누르며 공 12개를 들이밀었다. 와이스가 잠든 사이였고, 브룩은 극심한 불쾌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브룩은 결국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사과를 받았지만, 사적인 공간이 무너졌다는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상대는 단순한 팬이었다고 말했지만, 그 ‘팬심’이 일방적인 친밀감과 무례한 경계를 넘나들 때, 외국인 선수 가족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다.

두 사례 모두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과도한 관심이 때로는 선을 넘고, 그것이 외국인 선수와 그 가족들에게 큰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언어와 문화의 장벽 속에서 그들은 고립감 속에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 선수의 실력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은 종종 간과된다.

한국 야구 팬들의 열정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 열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때, 그것은 응원이 아닌 폭력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인 비난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선수와 가족에게는 그것이 공포로 다가온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려야 하는 선수가 있다면, 그 리그의 문화는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응원은 비판과 공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선을 지킨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팬심이 선을 넘을 때, 그것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닌, 일방적인 공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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