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오키나와]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포수 강민호가 팀을 향한 ‘하위권’이라는 바깥 평가를 거부했다. 강민호는 1985년생 베테랑 포수로서 무시무시한 강도의 스프링캠프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이 정도로 힘든 훈련 강도에도 5강에 만족해야 한다면 억울하단 게 강민호의 시선이다.
삼성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는 선수들의 곡소리가 울려 퍼진다.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선 과거 선동열 전 감독 재임 시절 고됐던 훈련 강도가 떠오른단 정도다.
불혹이 다가온 베테랑 강민호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3월 3일 온나손 볼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난 강민호는 “최고선참임에도 여유가 전혀 없다. 박진만 감독님이 원하시는 방향도 베테랑들이 더 움직여주는 거다. 뒤에 빠지는 게 아니라 더 솔선수범하려고 노력 중이다. ‘감독님 더 건강해져서 오랫동안 야구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다(웃음). 롯데 시절 강병철 감독님이 떠오를 정도로 내 야구 인생에서 역대급 캠프 훈련 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보통 야구선수들은 불혹을 기준으로 현역 은퇴를 결정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강민호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자 노력한다. 최형우(KIA 타이거즈)에게도 은퇴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설교하는 이가 바로 강민호다.
강민호는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당연히 은퇴해야 한단 시선이나 문화를 바꾸고 싶은 생각이 있다. 나보다 나이 많은 형들에게 야구를 제발 오래 해달라고 부탁한다. (최)형우 형과 만날 때도 우리가 은퇴할 생각하지 말고 오랫동안 뛰어야 후배들도 더 오래 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나이에도 포수로서 건강하게 야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보이고 싶은 마음”이라고 목소릴 높였다.
강민호가 뽑은 삼성 키플레이어는 최충연·좌승현 "두 선수 무너지면 쉽지 않아."

물론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144경기 전 경기 동안 포수로서 수비 이닝을 전부 떠맡는 건 강민호에게 무리다. 삼성이 2022시즌 강민호를 중심으로 김태군, 김재성 등 ‘3포수 체제’를 택한 것도 효율적인 포수진 활용을 고민한 결과다.
강민호는 “‘3포수 체제’를 택한 게 나에게도 이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해주는 거다. 롯데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계속 당연히 내가 주전 포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때와 다른 상황이다. 후배들과 경쟁에서 결과물을 보여줘야 주전 자리를 얻을 수 있다. 결국, 확실한 주전 포수가 없기에 3포수 체제가 유지됐다고 본다. 조금 더 주전 자리로 치고 나가는 그림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바라봤다.
한 시즌 준비 과정에서 전반적인 투수진 윤곽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강민호는 2023시즌 삼성 키 포인트로 우규민과 오승환까지 이어지는 젊은 필승조 안착을 꼽았다. 강민호 입에서 나온 이름은 바로 최충연과 좌완 이승현이었다.
강민호는 “솔직히 불펜진 연결고리가 약한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규민이 형과 (오)승환이 형으로 가기 전까지가 관건이다. 그래서 올해 우리 팀 중요 포인트는 최충연이다. 지난해 충연이가 기대보다 떨어진 투구를 보여주자 불펜에 구멍이 너무 자주 났다. 충연이와 ‘좌승현’이 잘해줘서 필승조 길이 완성된다면 또 야구는 모르는 일이다. 다만, 그 두 친구가 무너지면 솔직히 쉽지 않다고 본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삼성이 하위권? 이렇게 힘들게 운동하는데 겨우 5강을 간다해도 억울할 정도"

2023시즌 강민호의 주요 개인 목표 가운데 하나는 박용택의 개인 통산 최다 경기 출전 기록(2,237경기)이다. 2022시즌까지 개인 통산 2,108경기에 출전한 강민호는 올 시즌 130경기 출전에 성공할 경우 박용택의 기록을 뛰어넘는다.
강민호는 “안 아프고 건강한 한 시즌을 보내면 자연스럽게 성적은 따라올 수 있다. 지난해 허리와 무릎이 안 좋아서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크게 받았다. 그만큼 시즌 준비가 덜 됐다고 반성해서 더 신경 쓰고 있다. 건강하게 130경기 이상 출전해 박용택 선배님의 최다 경기 출전 기록을 넘어 더 높은 숫자를 쌓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2023시즌 삼성 팀 전력을 향한 바깥 시선은 다소 냉정하다. 한화 이글스, NC 다이노스와 함께 ‘3약’으로 분류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강민호는 엄청난 캠프 훈련 강도 속에 독기를 품은 삼성 선수단의 반전 결말을 꿈꾼다.
강민호는 “겨우 5강에 가려고 이렇게 힘들게 운동하는 거면 솔직히 화나고 억울할 거다. 정말 운동량이 장난 아니다. 나도 훈련하면서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독기가 생길 정도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야구 못하면 진짜 반성해야 한다. 하위권이란 바깥 평가도 나오는데 뚜껑을 열어봐서 붙어야 알지 않을까. 오히려 부담 없이 시즌을 준비한다면 더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