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상암]
“(기)성용이는 FC 서울이란 팀을 사랑한다. 우리 구단에서 그 마음을 모르는 이는 없다.” 서울 관계자의 공통된 얘기다.
7월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수원 FC전은 기성용에게 특별한 경기였다. 2007년 서울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기성용이 통산 500번째 경기에 나선 날이었다.
서울 안익수 감독은 “나도 선수 생활을 오래 한 편”이라며 “프로에서만 253경기 뛰었다”고 말했다.
“프로통산 500경기는 한국 축구 레전드 성용이에게 어울리는 숫자다. 이 숫자를 보면 성용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긴 인내의 시간과 큰 책임감을 안고 뛴 경기 수이기도 하다. 성용이는 후배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선수다. 성용이가 더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 감독의 얘기다.
FC 서울 향한 기성용의 진심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팀”

기성용은 2006년 FC 서울에 입단했다. 프로 데뷔는 이듬해 했다. 기성용은 2007시즌 K리그 22경기에 출전했다. 기성용은 당시를 또렷이 기억한다.
기성용은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1경기를 꼽으라면 대구 FC와의 프로 데뷔전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전이 개막전이었다. 어린 나이에 선발로 나설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세뇰 귀네슈 감독님이 굳건한 신뢰를 보내준 덕에 일찍이 프로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프로에 첫발을 내디딘다는 설렘이 잊히질 않는다.” 기성용의 회상이다.
기성용은 서울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2008년 9월 5일 요르단과의 친선경기였다. 기성용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한국 축구 대표팀 중원 핵심으로 맹활약했다. 세 차례 월드컵 포함 A매치 110경기에 출전해 10골을 기록했다.
기성용은 2009시즌을 마친 후 유럽 무대로 나아갔다.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명문 셀틱 FC를 시작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 시티, 선덜랜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요르카 등에 몸담았다.
기성용은 EPL에서만 187경기에서 뛰며 15골 9도움을 기록했다. 2019년 4월 21일엔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에 이어 유럽 리그 통산 3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기성용은 이 모든 업적이 서울 덕에 가능했다고 본다. 기성용은 “서울에서 기회를 받아 프로에 데뷔했다”며 “서울에서 준 믿음 덕에 대표팀에서 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이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유럽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도 서울에서의 활약 덕분이었다. 서울은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팀이다. 내 주변 사람들은 안다. 내가 서울이란 팀을 얼마나 특별하게 생각하는지 말이다. 서울에선 늘 모든 걸 쏟아낸다. 나이가 드니 이 팀의 소중함이 더 커지는 듯하다.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내게 남은 건 팀과 함께 더 높은 곳으로 향하고 싶은 마음이다.”
프로 통산 500경기 출전, K리그엔 5명뿐인 대기록

기성용은 건재하다. 2023시즌 FC 서울이 치른 K리그1 22경기 가운데 21경기에 출전해 3도움을 기록 중이다.
기성용의 활약은 그라운드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내국인 선수는 물론 외국인 선수에게도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서울 외국인 공격수 윌리안은 “기성용이 프로통산 500경기를 채웠다”면서 “대단한 기록으로 축하 인사를 먼저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윌리안은 이어 “유럽에서만 10년 이상 활약한 선수다. 현재 K리그1에서 활약하는 것만 봐도 기성용이 얼마나 프로페셔널한 선수인지 알 수 있다. 기성용은 팀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리더다. 우리가 실수 했을 때 가장 먼저 ‘괜찮다’고 하면서 자신감을 불어넣는 선수다. 기성용이 실수했을 땐 이를 만회하고자 한 발 더 뛴다. 함께 생활하는 것만으로 배울 점이 아주 많은 선수”라고 극찬했다.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500경기 이상을 소화한 이는 김병지(706경기), 김영광(594경기), 이동국(548경기), 최은성(532경기), 김기동(501경기) 등 5명뿐이다.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는 이동국, 김기동뿐인 대기록이다.
기성용은 “시간이 이렇게 빠른가 싶다”며 웃은 뒤 “운동장은 그대로인데 내가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부상이 잦다. 어릴 땐 그 누구보다 큰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은 그렇게 못한다. 몸에 무리가 온다. 관리받는 날이 운동하는 날보다 많은 게 사실이다. 유니폼을 벗는 날까지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 나는 지금도 축구가 좋다. 운동 외적인 취미가 축구 보는 거다. 아직 다른 취미를 즐길 여유가 없다. 올 시즌 파이널 A에 진입해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꼭 따고 싶다. 내 유일한 바람은 팀과 함께 더 큰 무대로 나아가는 것이다.” 기성용의 말이다.

기성용은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다. 기성용이 은퇴하지 않는 한 서울을 떠날 것으로 예상하는 이는 없다.
기성용은 “서울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대단히 소중하다”며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바람이 어릴 때보다 크다”고 웃으며 말했다.
“매 경기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고 한다. 가족은 내가 축구를 오래 했으면 한다. 개인적으론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언제든지 그만둘 생각이 있다. 중요한 건 이 팀에 얼마만큼 도움이 되느냐다. 동기부여도 중요하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내가 나아갈 방향을 잡아볼 생각이다.” 기성용의 얘기다.
서울은 7월 15일 강릉 종합운동장에서 2023시즌 K리그1 23라운드 강원 FC와의 대결을 벌인다. 기성용의 머릿속엔 강원 원정에서 승점 3점을 가져오는 것뿐이다. 기성용은 서울에서 더 낳은 내일을 그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