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포수 김동헌(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키움 포수 김동헌(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스포츠춘추]

‘정후도 없고, 원태도 없다’, 키움 히어로즈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까닭이다. 어느새 후반기 21경기에서만 16패째를 거두며 리그 최하위로 추락했다.

키움이 잇따른 부침에도 새 동력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새싹’이 있다. 올해로 프로 1년차인 신인 포수 김동헌이다.

2004년생 김동헌은 서울 충암고등학교를 졸업해 2023년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김동헌을 향해 “향후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런 열아홉 루키가 8월 13일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을 기점으로 포수 수비 400이닝을 돌파했다. 이는 KBO리그가 144경기 체제가 된 2015년 이후론 처음 있는 일이다. 대졸을 중용하던 2000년대로 고갤 돌려도, 프로 첫해 만에 신인 포수가 곧장 400이닝을 넘긴 적은 없다.

이에 스포츠춘추가 하루가 멀다고 부쩍 성장 중인 김동헌을 만났다.


김동헌 “후반기 달라진 비결? 7월 2군행 통해 많은 부분 돌아볼 수 있었다”

키움 포수 김동헌(사진=키움)
키움 포수 김동헌(사진=키움)

후반기 타격감(타율 0.360, 출루율 0.396, 장타율 0.440)이 예사롭지 않다.

시즌 중에 2군에 한 차례(7월 3일) 다녀왔고, 재정비할 시간이 충분했다. 부족했던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 지금도 완벽한 건 아니다. 최근 경기에서 안타는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동시에 삼진도 많이 늘었다. 타석에서의 대응 능력은 계속 보완이 필요하다. 

어떤 점에서 부족했다고 느꼈나.

타석에선 안쪽 공에 대한 대처도 미흡했고, 수비적으로도 아쉬움이 컸다. 2군에서의 재조정은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도 내게 보탬이 됐다. 시즌 내내 체력적으론 괜찮을 거라고 자부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지치더라.

바깥쪽 공 대응 능력에 비해, 안쪽 공에선 아쉬움이 있을 것 같은데.

맞다. 원래 바깥쪽 공엔 나 스스로도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 항상 자신감이 있다. 다만, 안쪽 공에 대한 아쉬움이 있기에 공부 중이다. 가령, 안쪽 공 대처에서 반응을 좀 더 빨리 가져갈 필요가 있다. 최근 경기에선 그런 부분을 많이 신경 쓴다.

올 시즌 타석당 투구수(4.19)를 고려하면, 신중함도 제법 엿보인다. 타석에서의 마음가짐이 궁금하다.

직업병이다(웃음). ‘포수’라서 투수들의 많은 공을 받곤 하는데, 그게 이점일지 모르겠다. 투수가 던지는 타이밍이라든지, 구종, 궤적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타석에 들어설 수 있지 않나. 그런 경험이 타석에서의 침착함으로 이어진 듯싶다. 물론, 공을 무작정 기다리는 건 아니다. 최근엔 빠른 볼 카운트 승부로 안타를 여러 차례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좋은 타격감이 주목받고 있지만, 수비적인 발전도 분명히 큰 편이다. 어느덧 주자 억제(도루저지율 27.3%), 블로킹(Pass/9 0.540) 모두 시즌 초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곧바로 활짝 웃으며) 타격보다 수비에서 칭찬받는 게 더 뿌듯하다. 오늘 4안타를 치고도 내일 무안타로 침묵할 수 있는 게 타격이다. 타격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포수 수비는 다르다. 매일 100%를 보여줘야 하는 자리다. 안타를 쳤다고 다음 수비에서 방심하는 일이 없도록 집중을 놓아선 안 된다.

타순 얘기를 해보자. 올 시즌 주로 하위 타순에 활약하고 있지만, 시즌 초에 한 차례(4월 19일, 삼성 라이온즈전 지명타자 출전) 2번 타순에 출전한 적이 있다.

그때 결과(4타수 무안타)가 좋지 않았다. 팀이 원했던 건 앞뒤 타선을 연결해 주는 역할이었을 텐데, 내가 제대로 수행하진 못했다. 하지만, 타순 관련해서 깊이 생각할 수 있던 계기였다. 이처럼,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배워가는 게 많다. 팀이 인내심 있게 기회를 주고 있는데, 그다음은 내 몫이다. 쌓인 경험만큼이나 내가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루키’ 김동헌은 팀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나날이 성장한다

키움 포수 김동헌(사진=키움)
키움 포수 김동헌(사진=키움)

프로 첫해 만에 1군에서 맹활약 중이다. 한 시즌을 온전히 치르는 건 당연히 처음인데, 이젠 무더위 속에서 일주일간 6경기를 치르고 있다.

6, 7월엔 주변에서 ‘체력적으로 괜찮냐’고 다들 물어봐 주셨다. 그때는 내게 지친 기색이 없어 ‘정말 괜찮은데, 많이 걱정해 주시는구나’ 싶었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겠다(웃음). 8월 되니까 확실히 체감된다. 운동 들어가기 전부터 땀이 멈추질 않고, 경기 들어가서도 매 순간이 덥다. 그래서 시원한 고척 돔을 홈구장으로 쓴다는 건 굉장한 메리트다.

어린 나이에 선배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게 처음부터 쉽진 않았을 듯싶다. 개막 뒤 4개월이 지났는데, 어떤 점에서 많이 달라졌나.

많은 선배께 도움을 받고 있지만, 투수조 선배들께도 많이 배운다. 최근엔 아리엘 후라도가 내겐 선생님이다. 볼 배합이라든지, 상황에 맞는 판단 능력 등에 대해 많이 알려준다. 팀에 우완 투수들이 많은데, 그만큼 경험 많은 후라도의 조언 하나하나가 값지다.

한편, 일부에선 “산전수전 다 겪어본 베테랑 이지영이 같이 있었기에 김동헌의 성장이 가파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프로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나는 정말 미숙했다. (이)지영 선배께 볼 배합부터 홈 플레이트에서 어떻게 앉아야 더 유리한지, 실투를 최소화하는 방법 등까지 많은 디테일을 배웠다. 무언가에 막힐 때마다 지영 선배께 찾아가 많이 여쭤보고 있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표팀으로 선발됐다. 지난해 청소년 국가대표에 이어 2년 연속 태극마크를 달게 됐는데.

이번엔 성인으론 첫 대표팀 합류라서 의미가 더 크다. 모든 대표팀은 해당 연령대에서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다.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경기까지 출전해서 더 많은 걸 경험하고 싶다. 향후 국제대회 때마다 이정후 선배처럼 개근할 수 있도록 좋은 선수로 거듭나겠다.

키움의 후반기엔 험난한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경기 결과가 좋지 못해 응원해 주시는 팬들껜 죄송하다. 더그아웃에서 분해하는 형들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는다. 그렇기에 나 역시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도 간절함을 놓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분발하겠다.

프로 1년차 만에 1군에서 수비를 400이닝 넘게 소화했다. (김동헌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도전이다. 앞으로의 포부가 궁금하다.

시즌 전엔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는 게 목표였다. 다음 목표론 원정 구장을 모두 가보는 것이었다. 이젠 ‘500이닝’ 수비에 도전하고자 한다. 팀에서 부족한 내게 기회를 많이 주셨다.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경기를 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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