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정규시즌 종료가 다가온다. 한때 최하위를 했던 KT 위즈는 어느덧 2위 확정까지 단 1승만을 남겼다. 그 밑 3위 두산 베어스의 경우, 치열한 5위권 경쟁 중에 있다
그런 두 팀 사이에 묘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외국인 투수를 교체하면서 ‘재영입’을 결단한 것. KT는 6월 9일 보 슐서의 대체 선수로 과거 팀에서 활약했던 우완 윌리엄 쿠에바스를 영입했다. 쿠에바스는 그전까지 KT에서만 4시즌을 뛰며 2020년엔 팀 통합우승 주역으로 맹활약한 바 있다.
‘리그 경험’을 중시한 건 두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을 방출한 두산은 같은 달 13일 좌완 브랜든 와델 영입을 발표했다. 브랜든은 2022년(아리엘 미란다 대체 선수)에 이어 또 한 번 두산과 ‘중도 합류’ 인연을 맺게 됐다.
두 팀의 판단은 주효했다. 쿠에바스, 브랜든 모두 고른 활약을 펼쳐 가을야구를 향한 여정을 전력으로 돕고 있다. 말 그대로 ‘복덩이’가 KT와 두산을 찾아왔다
6월 중 합류한 둘은 그로부터 3개월여가 지난 뒤 나란히 10승 고지에 올라섰다. 참고로 대체 외국인 투수가 두 자릿수 승수를 수확한 건 KBO리그 사상 7명만이 공유하는 기록이다. 그 가운데 두 차례가 바로 올해 쿠에바스(리그 6호), 브랜든(리그 7호)이다.
KBO리그 유경험자 쿠에바스·브랜든, 리그 적응 단계 필요 없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두 팀의 외국인 선수 교체 판단에서 가장 빛난 건 ‘적응’에 대한 고려다. (쿠에바스, 브랜든은) 불과 1, 2년 전만 해도 한국 야구를 경험해 본 선수들이다. 위험 부담을 확 낮췄다. 아무리 날랜 선수가 와도 리그 적응 문제는 또 다른 얘기”라고 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 또한 고갤 끄덕이는 대목이다. 브랜든은 6월 말 팀에 합류했다. 이는 팀이 가장 힘든 시기였다. 6월 한 달간 10승 14패를 기록하며 크게 흔들린 것. 그런 팀 상황 속에서 이 감독이 기대한 건 브랜든의 경험이었다.
“승리가 간절한 상황이다. 브랜든에 대한 걱정은 없다. 워낙 좋은 선수고 이미 KBO리그 경험이 있다. 긴장하지 않고 본인의 투구를 펼쳐줄 것이다.”
지난 6월 24일 브랜든의 시즌 첫 등판을 앞두고 고척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 감독의 말이다. 사령탑의 기대는 현실이 됐다.
그 뒤 브랜든은 17경기를 등판해 97.2이닝을 던져 11승 3패 29볼넷 93탈삼진 평균자책 2.58을 기록했다. 시즌 도중 영입된 선수임에도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가 리그 좌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브랜든의 WAR는 2.67이다. 이보다 높은 좌완은 찰리 반즈(롯데), 김광현(SSG) 둘 뿐이다.
쿠에바스는 ‘무패 신화’를 썼다. 6월 17일 첫 등판을 기점으로 18경기를 내리 패전 없이 12승만 기록했다. 평균 6.4이닝 소화에 퀄리티스타트(QS) 확률은 78%에 육박한다. 단숨에 WAR 4.07을 적립해 해당 부문 투수 7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무려 18경기 만에 일궈낸 성과다.
“전보다 발전해서 돌아왔다” 그 비결엔 훌륭한 ‘중심이동’ 있다

“선수들은 (쿠에바스를 향해) ‘통합 우승 때보다 기량이 더 좋아졌다’고 말하더라. 나도 간혹 보면 정말 그런가 싶을 정도로 잘 던지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의 칭찬이다.
이를 두고 정민태 SPOTV 야구 해설위원은 “앞선 리그 경험이 많은 도움을 줬겠지만, 무엇보다 두 선수 모두 전보다 훨씬 발전해서 돌아온 게 돋보인다”며 혀를 내둘렀다.
많은 야구계 관계자가 쿠에바스의 변화를 주목했다. 선수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이에 ‘바뀐 투구 자세’를 그 비결로 손꼽은 쿠에바스는 “KBO리그 합류 전(AAA 오클라호마시티 다저스) 마이너리그에서 하체 이동 관련해서 많이 배웠다. 덕분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강한 구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 역시 “그전보다 중심 이동이 훨씬 나아졌다. 힘 있는 공을 경기 내내 꾸준하게 던진다. 100구를 넘겨도 150km/h 빠른 공을 던지는 건 ‘좋은 중심 이동’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정 위원은 그 장점을 공유하는 선수로 두산 브랜든을 언급했다. 특히, 좌완의 경우엔 들쭉날쭉한 투구 폼으로 제구에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이 많다. 브랜든은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본보기 교과서 같은 선수다. 정 위원을 브랜든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브랜든도 중심 이동이 훨씬 좋아져서 돌아왔다. 제구가 안정적일 수밖에 없겠더라. 종종 경기 도중 중심 이동이 중구난방인 선수들이 눈에 들어온다. 잘 던지다가도 공이 갑자기 확 빠져 위기를 자초하는 경우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게 브랜든이다.”
쿠에바스와 브랜든은 다가올 가을 각각 소속 팀의 에이스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 함께 팀을 지탱했던 외국인 투수들이 잔부상에 신음하고 있기 때문. KT는 최근 웨스 벤자민이 팔 부상에, 두산은 라울 알칸타라가 허리 통증에 시달린다. 특히, 두산은 운명의 8연전을 이겨내야 가을야구 무대를 밟을 수 있다.
이처럼, 포스트시즌을 앞둔 둘의 어깨가 무겁다. ‘재취업’ 성공 신화를 쓴 쿠에바스, 브랜든의 2023시즌 마무리가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