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열린 ‘2023 KBO 시상식’에서 타율·최다안타 2관왕에 오른 NC 외야수 손아섭(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28일 열린 ‘2023 KBO 시상식’에서 타율·최다안타 2관왕에 오른 NC 외야수 손아섭(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스포츠춘추=소공동]

무려 ‘3전 4기’ 끝에 일궈낸 생애 첫 타격왕이다. NC 다이노스 외야수 손아섭이 11월 2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타율·최다안타 2관왕을 차지했다.

손아섭은 올 시즌 140경기에 출전해 187안타 5홈런 65타점 14도루 타율 0.339, 출루율 0.393, 장타율 0.443을 기록했다. 프로 17년차에 최다안타 타이틀(2012, 2013, 2017, 2023년)만 어느덧 4개째다. 통산 타율 0.322(7,500타수 2,416안타)에 다가오는 2024시즌에는 박용택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통산 안타 기록(2,504)도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그런 ‘KBO리그 대표 교타자’ 손아섭이 뛰어넘지 못했던 벽이 있었다. 바로 올 시즌에 마침내 달성한 타격왕 얘기다.

타율·최다안타 2관왕에 오른 NC 외야수 손아섭(사진 왼쪽부터),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장(사진=NC)
타율·최다안타 2관왕에 오른 NC 외야수 손아섭(사진 왼쪽부터),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장(사진=NC)

손아섭이 돌아본 ‘3전4기’ 타격왕 도전기 “멘탈이 아쉬웠다”

NC 베테랑 외야수 손아섭(사진=NC)
NC 베테랑 외야수 손아섭(사진=NC)

손아섭의 첫 도전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물다섯 손아섭은 시즌 막판까지 이어지는 경쟁 끝에 타율 2위(0.345)에 머물렀다. 그해 타격왕은 타율 0.348을 때려낸 LG 이병규(현 삼성 수석코치)에게 돌아갔다.

손아섭은 이듬해에도 0.362 고타율로 타격왕 도전에 나섰지만, ‘201안타·타율 0.370’으로 시즌 MVP에 오른 넥센(현 키움) 서건창, 타율 0.365를 기록한 한화 김태균(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에게 밀려 3위에 그쳤다. 2020년에는 KIA 최형우(0.354)와의 경쟁 끝에 수위타자를 내줬다. 접전 끝 2리 차 타율 2위(0.352)로 아쉬운 역전패를 허용하고 만 것.

프로 데뷔 17년 만에 등정한 타율 1위 또한 마냥 순탄하진 않았다. 시즌 막판 삼성 구자욱의 매서운 추격이 있었기 때문. 최종 결과만 봐도 그렇다. 올 시즌 손아섭(0.339) 뒤에 구자욱(0.336), 키움 김혜성(0.335), LG 홍창기(0.332) 등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매번 그랬지만, 올해 타격왕도 엄청난 접전이었다. 시즌 최종전까지도 1, 2리 차이더라. 멘탈을 다잡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27일 시상식 종료 뒤 취재진과 만난 손아섭은 환한 미소와 함께 그동안 쌓인 소회를 털어냈다.

“어릴 때부터 멘탈적으로 정말 부족했다”고 말한 손아섭은 “시즌 막바지나 위기 때 많이 급해지고 또 스스로에게 쫓기더라. 마음을 졸이는 건 상황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는다. 그걸 이제서야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손아섭이 ‘심기일전(心機一轉)’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 건 뜻밖의 도움 덕분이었다. 이에 손아섭은 이지풍 한화 수석 트레이닝 코치를 따로 언급하며 “(이)지풍이 형에게 감사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둘은 부산개성중 선·후배 사이다. 프로 무대에서 따로 접점이 없었지만, 사석에서의 만남 계기로 친한 형·동생이 됐다.

이와 관련해 손아섭은 “우리 팀 NC에 훌륭한 트레이닝 파트가 있기 때문에 지풍이 형에게 그와 관련된 조언을 따로 구한 건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면서 “다만 경기 끝나고 하소연하듯 대화를 나눴던 게 돌이켜보니 내게 너무나도 많은 힘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지풍의 한마디 “도대체 ‘천하의 손아섭’이 왜 긴장하나”

한화 이지풍 수석 트레이닝 코치(사진=한화)
한화 이지풍 수석 트레이닝 코치(사진=한화)

이지풍 한화 수석 트레이닝코치는 2004년 현대 유니콘스를 기점으로 프로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또 이 코치는 넥센 히어로즈 일원으로 팀의 ‘홈런 군단’ 변신에 큰 기여를 펼쳤다. 야구계 안팎에서는 이 코치의 트레이닝 철학에 따른 성과라고 주목했다.

2010, 2011년만 해도 리그 홈런 최하위에 머물렀던 넥센이 2012년 2위(102홈런), 2013년 1위(125홈런), 2014년 1위(199홈런) 등 놀라운 장타력 향상을 선보였기 때문. 넥센은 2015년 203홈런을 때려내며 화룡점정을 찍기도 했다.

그 뒤 KT, SK를 거쳐 지난해 한화로 합류해 젊은 선수들의 육성을 돕고 있다. 기존 야구인들과 다른 색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이 코치로부터 멘탈적인 도움을 받는다는 선수도 많다. 기존 야구 선후배나 지도자들에게선 듣지 못했던 이 코치의 통찰이 눈을 번쩍 뜨게 해준다는 게 여러 선수들의 얘기다.

27일 스포츠춘추와의 통화에서 이 코치는 기자를 향해 첫마디부터 ‘한화 노시환, 문동주의 수상 여부’를 물었다. 이 코치는 이날 노시환과 문동주의 수상에 환하게 웃으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올해 리그 최고 타자로 우뚝 서며 타점상·홈런상을 탄 노시환부터 2006년 류현진 이후 한화에서 17년 만에 배출한 신인왕 문동주까지, 두 선수 모두 수상 소감으로 ‘트레이닝파트’에 감사함을 전한 바 있다. 이에 이 코치는 “너무 잘 됐다”“한화 선수들이 내년에 더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릴 것”이라고 가감 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손아섭과의 일화를 묻자, 이 코치는 “아섭이에게 그렇게 거창한 도움을 준 적은 없다”면서도 “다른 팀 소속이기 때문에 서로 만나더라도 운동법이라든지 그런 대화는 나누지 않는다. 다만 간혹 멘탈적으로 힘들 때 아섭이에게 몇 차례 건넸던 말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 올해 타격왕 경쟁도 쉽지 않았을 텐데, 잘 극복한 건 내 공이 아니라 선수 본인의 깨달음 덕분일 것”이라고 했다.

이 코치와 손아섭은 중학교 동문이지만 접전이 크게 없었다. 그런 둘의 친분은 지난해부터 크게 두터워졌다. 이 코치가 집필한 책 ‘뛰지 마라, 지친다’를 감명 깊게 읽은 손아섭이 먼저 다가온 것. 이 코치는 그런 손아섭에게 “내년에도 잘할 자신이 없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래서 ‘천하의 손아섭’이 왜 지금 일희일비하면서 긴장하는지 되물었다. 올해 안 되면 내년에 하면 된다. 너 정도 되는 선수는 그만한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고 조언했다.

“좋은 타구에도 호수비에 걸려 아웃당하는 타자들을 보면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헬멧과 방망이를 집어 던지면서 분노를 마구 표출하는 선수라든지, 반면에 정말 대수롭지 않게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선수도 있다. 그 차이에서 멘탈이 갈린다고 생각한다. 후자인 선수들은 다음에 또 그 타구를 만들어서 출루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손아섭은 늘 정규시즌 마지막쯤에 페이스를 잃고 무너졌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달랐다. 이 코치의 말처럼 스스로 깨친 게 컸다. 내년이면 36세 시즌을 맞이하는 손아섭이지만, 그간 자신을 얽매던 족쇄를 풀어냈다. 에이징 커브를 거스르기 시작한 손아섭의 다음 발걸음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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