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 SSG를 떠난 베테랑 포수 이재원이 2024시즌 한화에서 새 출발을 앞뒀다(사진=SSG)

[스포츠춘추]

베테랑 포수 이재원이 독수리 군단의 손을 잡고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 12월 28일 이재원을 연봉 5,000만 원에 영입한 바 있다. 앞서 2023시즌이 끝난 뒤 전 소속팀 SSG 랜더스에 방출을 요청해 현역 연장 의지를 불태웠던 이재원은 생애 두 번째 프로 구단 유니폼을 입게 됐다.

1988년 우투·우타 이재원은 인천에서 나고 자란 이다. 인천숭의초-상인천중-인천고를 거쳐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아 SK 와이번스(SSG의 전신)에 입단했다. ‘레전드’ 포수 박경완의 후계자로 등장해 통산 1,426경기 출전에 1,087안타, 108홈런을 기록했고, 우승 트로피도 3차례(2008, 2018, 2022년)나 거머쥐었다. SSG와 그간 함께한 세월만 무려 18년이다.

하지만 잇따른 부진이 이재원의 발목을 연거푸 붙잡았다. 2019년을 앞두고 맞이한 첫 FA(자유계약선수) 이후로는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지난 5년간 458경기를 뛰면서 OPS(출루율+장타율)는 0.637에 그쳤고, 출전 기회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참고로 이재원은 2023시즌 1군에서 단 27경기를 소화했다.

어느덧 선수 생활 황혼기를 맞은 이재원은 재기를 노린다. 한화 역시 ‘포수 뎁스 강화’ 차원에서 베테랑의 노련함이 필요했다. 이에 손혁 한화 단장이 “ 부상에 대한 대비와 뎁스 강화 차원에서의 영입이다. 최재훈, 박상언 외 경험 있는 포수가 팀에 부족했다. 유망주 허인서가 2024시즌 후반기에 상무에서 복귀할 때까지 이재원이 포수진에 무게감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한 까닭이다.

다음은 지난 1월 6일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이재원과의 일문일답.


정든 친정 SSG 향한 이재원의 진심 “감사함과 죄송함 교차”

포수 이재원은 2006년 프로 데뷔 후 SK, SSG 유니폼을 입고 18년을 뛰었다(사진=SSG)

프로 입단 후 18년을 함께한 SSG와 이별하게 됐다. 마음이 복잡할 듯싶은데.

먼저 친정인 SSG를 향한 마음은 죄송함뿐이다. 그동안 많은 도움과 기회를 받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사실 현역 연장을 두고 지난해부터 어떤 길로 가야 할지 고민이 정말 깊었다. 나이가 있었고, 막상 새로운 팀을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최종 결정은 결국 ‘현역 연장’이었다.

거취 관련해 SSG와 대화를 계속 나눴다. 고민 끝에 ‘선수 생활을 더 연장하고 싶다’고 말씀드린 뒤 합의 하에 팀을 나와 새 팀을 알아보게 됐다. 그 뒤 팀을 구하는 과정에서 감사하게도 SSG로부터 코치 제안도 받았다. 선수와 지도자, 두 길 가운데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많은 조언을 주셨다. 무엇보다, 끝없이 격려를 보내준 가족들 덕분에 (현역 연장) 결정을 할 수 있었다.

SK, SSG와 18년 인연도 있지만, 또 인천은 말 그대로 ‘나고 자란’ 곳이다.

내겐 그만큼 특별하다. 라커룸을 정리하면서 온갖 감정이 교차했다. 쉽지 않더라. 오랜 시간 함께한 구단 직원들부터 팀 동료들, 또 팬분들께 죄송함과 감사함이 동시에 들었다. 내게 주어진 기대가 있었지만, 부응하지 못한 것에 변명하고 싶지 않다. 프로라면 성적으로 말해야 하고, 때로는 쓴소리도 듣게 된다. 그간 보내주신 격려와 응원 모두 가슴에 품고 가겠다.

팀을 떠나면서 동료 선수들 또한 눈에 밟혔을 듯싶다.

맞다. 정말 좋은 동료들을 만나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참 복이 많았다. 이번에 후배들이 송별회도 따로 해줬는데, 고마웠다는 말을 따로 하고 싶다. 지금 상황에서는 포수 후배들이 눈에 가장 밟힌다. (조)형우부터, (현)원회, (전)경원이까지 그동안 이뻐했던 동생들이 많다. 이들이 SSG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박경완·정상호 두 선배님의 계보를 잘 이어 팀을 지탱하기를 바란다.

지난 18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배터리 호흡이 궁금하다.

(주저하지 않고) 단연 김광현이다. 당연한 얘기 아닐까(웃음). 다만 (김)광현이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박)종훈이, (문)승원이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지난해 은퇴한 (김)태훈이도 생각난다. 한 명 더 말하자면 ‘이 친구’여야 할 것 같다.

그게 누구인가?

팀의 마무리로 성장한 (서)진용이다.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성장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본 후배라서 남다르다. 처음에는 경험도 부족하다 보니, 혼내기도 참 많이 혼냈다. 그랬던 진용이가 든든한 선수로 거듭나 세이브왕도 하고 팀 뒷문을 지키고 있다. 볼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선수다.


어려울 때 손 잡아준 한화, 이재원은 ‘마지막 불꽃’을 꿈꾼다

베테랑 포수 이재원(사진=SSG)

새 둥지인 한화 얘기도 듣고 싶다. 그간 바깥에서 지켜본 한화는 어떤 팀이었나.

다들 잘 알겠지만,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팀이라고 봤다. 감사하게도 그런 팀이 내게 손을 내밀어줬다. 그때 든 생각이 ‘(최)재훈이를 도와 팀을 좋은 성적으로 이끌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또 한화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새 소속팀에서 기대되는 만남이 있을까.

한화에는 SK, SSG에서 함께 뛰었던 (김)강민이 형, (이)명기 등이 있다. 또 팀 주장인 (채)은성이와의 만남이 기대된다. 나도 팀 주장을 해봤지만, 정말 고된 일이다. 그 중압감을 잘 알기에 가능한 한 많이 도우려고 한다.

일각에서는 훗날 류현진과 이재원의 동갑내기 배터리 호흡이 성사되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인연이 있다 보니 팬들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 듯싶다. 내 입장에서는 영광일 따름이다(웃음). 그동안 내로라하는 투수들의 공을 받아봤지만, (류)현진이 공은 다른 기분일 것 같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꼭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

등번호는 혹시 정했나.

32번을 달 것 같다. 그동안 등에 달았던 번호는 아니다. 또한 그렇게 특별한 의미가 있진 않다. 그래도 막내아들이 추천해서 새로운 마음으로 선택했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장규현(2002년생, 인천고 졸업)의 번호를 가져왔다. 학교 후배에 또 포수다.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거나, 선물을 사주려고 한다.

SSG만큼이나 한화에도 포수진에는 유망한 후배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재훈이와 함께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후배들이 잘하게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나 역시 개인 기량을 끌어 올려 팀을 도와야 한다. 팀이 더 높은 곳에 가려면 누구 한 명 잘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더 좋은 기량을 발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팀 기대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한화는 선수가 지닌 ‘노련함’을 주목했다. 본인의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이적은 새로운 도전이다. 기대만큼이나 긴장도 살짝 된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도 빨리 해야 하고 후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전할 수 있는 노하우라든지 경험을 최대한 많이 나눠주고 싶다. 다른 고참들과 함께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 한화가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끝으로 한화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한화는 내게 마지막 기회를 준 팀이다. 어려울 때 잡아준 손이라서 의미가 더 크다. 이 팀을 위해서 재미있게 야구하면서 마지막을 불태우려고 한다. 팬들께서 실망하시는 일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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