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윌리 메이스, 미국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Say Hey Kid’로 불리던 그가 2024년 6월 19일(한국시각), 향년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망 소식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팬은 물론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슬픔을 안겨주고 있다.
자이언츠 구단은 19일 메이스의 사망 소식을 발표하며,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들 마이클 메이스는 자이언츠의 발표에 대해 “아버지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면서 “수년 동안 아버지에게 보여주신 변함없는 사랑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윌리 메이스는 1931년 5월 6일, 앨라배마주 페어필드에서 태어났다. 부모로부터 재능을 물려받은 그는 어릴 때부터 운동신경이 남다른 것으로 유명했다. 메이스의 아버지는 지역 세미프로 야구팀에서 활동했고, 어머니 역시 고교 농구와 육상 선수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5살 때부터 아버지와 캐치볼을 하며 야구에 재미를 붙인 메이스는 농구 코트에서도 경기당 평균 20점을 기록하고, 미식축구 쿼터백으로 활동하는 등 만능 운동선수였다.
16세 때부터는 니그로리그 마이너리그 팀인 채터누가 추추스에서 프로 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1947년, 재키 로빈슨이 메이저리그에서 유색인종의 장벽을 깨면서 메이스에게도 기회의 문이 열렸고, 마침내 1951년 뉴욕 자이언츠에 입단하게 된다.
데뷔 시즌 트리플 A에서 35경기 타율 0.477을 기록한 메이스는 5월 말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다만 메이저리그 데뷔 초기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첫 12경기에서 26타수 1안타에 그친 메이스는 워렌 스판에게 친 홈런이 유일한 안타였고, 타율은 0.038에 불과했다.
절망에 빠진 메이스에게 감독 레오 듀로셔의 격려는 큰 힘이 됐다. 듀로셔는 “내가 감독으로 있는 한 넌 우리 팀 중견수다”며 “너는 내가 본 중견수 중 최고”라고 추켜세웠다. 다음 날 경기에서 메이스는 3루타 포함 4타수 2안타를 기록했고, 그해 20홈런 68타점 120득점을 기록하며 ‘올해의 신인’에 선정됐다. 전설의 시작이었다.
1951년부터 1973년까지 메이저 리그에서 활동한 메이스는 23시즌 동안 타율 0.301에 660홈런, 339도루, 3,293안타, 1,903타점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24번의 올스타 게임에 출전했고, 12번의 골드 글러브를 수상했다. 메이스는 1회부터 16회까지 모든 이닝에서 홈런을 친 유일한 메이저리그 선수이며, 연장전에서 친 홈런만 22개에 달한다.
메이스는 뛰어난 타격 능력뿐만 아니라 수비와 주루에서도 탁월한 실력을 자랑했다. 특히 1954년 월드 시리즈에서 보여준 바스켓 캐치는 메이저 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비 장면 중 하나로 손꼽힌다. 메이스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빅 웨르츠가 친 타구를 전력 질주하듯 달려가 어깨 너머로 잡아냈다. 이 수비는 지금까지도 ‘더 캐치’로 회자된다. 그가 보여준 다재다능함은 후배 선수들에게 큰 귀감이 되었으며, 오늘날 많은 선수들이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본받고 있다.
윌리 메이스는 은퇴 후에도 야구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뉴욕 메츠에서 코치를 맡았으며, 다양한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청소년 야구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의 이름을 딴 야구 캠프는 많은 어린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다. 또한, 그는 야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팬들과의 소통을 이어갔다. 뉴욕 시절엔 경기 전 할렘가 아이들과 함께 스틱볼을 하며 사랑을 베풀었던 메이스다.
2015년, 메이스는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최고의 민간인 상인 자유의 대통령 메달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작가 존 시어와 팀을 이루어 ’24: 세이 헤이 키드의 인생 이야기와 교훈’을 집필했다. 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된 책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는 “나 같은 사람이 대통령 출마를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윌리와 같은 거인 덕분”이라고 했다.
조 포스난스키는 베스트셀러 ‘더 베이스볼 100’에서 메이스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선정하면서 “야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 있다면 바로 메이스다. 그의 플레이를 보고, 그가 어떻게 플레이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그의 영광스러운 통계를 보고, 그에 대해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은 우리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고 적었다.
배우이자 자이언츠 팬인 탈룰라 뱅크헤드는 “세상에 진정한 천재는 윌리 메이스와 윌리 셰익스피어 단 두 명뿐”이란 말을 남겼다. 그의 말처럼 윌리 메이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겨주었다. 그의 경기를 직접 보지 못한 세대들조차도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꿈을 꾸었고, 야구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윌리 메이스는 단순한 야구 선수가 아닌,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그의 이름은 영원히 야구 역사에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