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카노(사진=MLB.com)
로빈슨 카노(사진=MLB.com)

 

[스포츠춘추]

왕년의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로 통산 2억6000만 달러(약 3조4000억 원)를 벌어들인 로빈슨 카노가 멕시칸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러스틴 도드 기자는 올 시즌 멕시코시티 디아블로스 로호스 델 멕시코 유니폼을 입고 타율 0.431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타자로 활약 중인 카노를 집중 조명했다. 카노의 기록은 구단 신기록이자 21세기 멕시코리그 최고 기록과 타이다.

카노의 맹활약에 힘입어 디아블로스는 정규시즌 71승 19패로 리그 역사상 최고 승률을 기록했다. 현재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푸에블라를 2승 무패로 앞서며 순항 중이다.

8차례 MLB 올스타 출신인 카노는 멕시칸리그에서 뛰는 이유에 대해 "야구장에 있을 수 있다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며 "나는 야구를 사랑한다. 그 사랑이 아직 내 안에 있다. 계속 뛰고 싶다. 여기서 기회를 얻었다"고 답했다.

카노는 뉴욕 양키스에서 9시즌을 보내며 2009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2013년 시애틀로 이적한 후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 금지약물 양성 반응으로 징계를 받았다. 이후 메츠, 파드레스, 브레이브스를 거치며 주전 자리를 잃었고 지난해 8월 방출됐다.

러스틴 도드에 따르면, 카노는 올해 2월 디아블로스 구단 관계자들과 만나 멕시코행을 결정했다. 멕시코리그는 그동안 마이너리그 낙오자나 과거 문제를 일으킨 메이저리거들의 피난처 역할을 해왔지만, 카노 같은 스타 선수가 온 적은 거의 없었다.

디아블로스의 미겔 오헤다 단장은 카노에게 메이저리그 수준의 구장과 시설, 보안 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대 20명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어 메이저리그 경험자들과 함께 뛸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구단은 카노의 몸 상태를 고려해 주 3-4경기만 출전시킬 계획이었지만, 카노는 "우승하러 왔다"며 매일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 결과 타율 0.400을 넘나드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디아블로스의 로렌조 번디 감독은 "카노의 0.431은 퍼시픽코스트리그에서 0.370을 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멕시코리그의 수준이 대체로 더블A에서 트리플A 사이로 평가받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놀라운 성적이다.

팀 동료들은 카노의 철저한 자기관리와 리더십에 감탄하고 있다. 전 메이저리거 지미 야카보니스는 "그의 위치를 생각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겸손하고 편안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카노는 최근 팀 전체에 개인 맞춤형 스파이크를 선물하기도 했다. 카노는 현재의 생활에 대해 "재미있다"면서 "여기 와서는 즐기면서 야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스틴 도드에 따르면, 카노는 내년에도 멕시코리그에서 뛸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한 2025년 시작되는 중동의 베이스볼 유나이티드 리그 참가도 고려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MLB 구단 프런트에서 일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한편 디아블로스의 올 시즌 평균 관중은 1만1761명으로 지난해보다 12% 증가했다. 카노는 "팀이 지고 있어도 팬들이 계속 노래를 부른다"며 멕시코 팬들의 열정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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