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가 내년 시즌 로봇심판 도입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선수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선수 10명 중 6명 이상이 자동 볼-스트라이크 시스템(ABS) 도입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이 6월 12일(한국시간) 공개한 MLB 선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4%가 로봇 심판에 반대했다. 찬성은 17.1%, 잘 모르겠다는 19.4%에 그쳤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최근 ABS가 이르면 내년 시즌부터 도입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 투수는 "인간적 요소를 없애면 야구가 망가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다른 선수는 "난 싫어한다"고 말했고, 다른 선수는 "절대 안 된다"고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특히 투수들의 반발이 컸다. 한 내셔널리그 투수는 "트리플A와 테스트한 모든 곳에서 ABS는 효과가 없다고 증명됐다. 왜 인간적 요소를 제거하려 하나"라며 "야구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고 팬들은 분명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수들의 우려도 컸다. 한 포수는 "지난 15년간 연마한 모든 기술이 물거품이 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포수는 "프레이밍은 우리의 밥줄이다. 스트라이크를 훔치는 것이 우리 일"이라고 말했다. 그간 A급 포수와 평범한 포수를 가르는 기술로 여겨졌던 프레이밍의 가치가 사라진다는 우려다.
한 투수는 "ABS는 포수가 하는 모든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든다"며 "포수의 임무는 공을 받고 프레이밍을 하는 것인데, 심판도 그에 맞춰 조정하고 타자도 반응한다. 이런 심리전이 야구의 묘미"라고 설명했다.
기술에 대한 불신도 상당했다. 트리플A에서 ABS를 경험한 한 외야수는 "(로봇심판) 존이 얼마나 작은지 정말 놀랐다. 바깥쪽 낮은 공을 놓쳤을 때 스트라이크가 됐을 줄 알았는데 볼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 투수는 "트리플A에서 한복판으로 던진 공이 볼이라고 나올 때가 있었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스템의 오류 가능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찬성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이들은 주로 정확성 향상을 이유로 들었다. 한 내셔널리그 타자는 "홈플레이트 뒤 심판이 정확한 판정을 내리거나 최소한 제대로 노력할 동기가 생긴다.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많은 선수들은 완전 자동화 방식보다는 챌린지 시스템에 더 호의적이었다. 한 내셔널리그 야수는 "중요한 오판만 잡아낼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이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야구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제안도 내놨다. 가장 많이 나온 것은 경기 수 줄이기와 휴식일 늘리기였다. 한 선수는 "마이너리그처럼 매주 월요일을 쉬었으면 좋겠다. 시즌을 조금 일찍 시작하더라도 매주 하루씩 쉬는 것이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메이저리그 선수가 KBO리그처럼 월요 휴식일을 제안했다는 게 흥미로운 대목이다.
마케팅 강화도 자주 언급됐다. 한 선수는 "NBA가 지난 5년간 한 것처럼 선수들을 더 잘 마케팅하고 소셜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며 "스포츠에 관심 없는 내 아내도 농구 관련 내용은 자주 본다고 한다"고 말했다.
디 애슬레틱은 이번 설문조사에 130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로봇심판 도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목소리가 향후 정책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