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닉 커츠에겐 특별한 별명이 있다. '빅 아미쉬'다. 홈런이나 2루타를 치면 아미쉬(미국 종교공동체)가 버터를 젓듯 손을 빙빙 돌리며 세레머니를 한다. 펜실베이니아 랭카스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아미쉬 공동체 출신이라서 붙은 별명이다. 그 커츠가 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애슬레틱스 내야수 닉 커츠(22)는 2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다이킨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원정경기에서 6타수 6안타 6득점 8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15대 3 대승을 이끌었다. 한 경기 4홈런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20번째이지만, 신인으로는 최초 기록이다.
한 경기 6안타, 6득점, 8타점을 모두 기록한 선수도 메이저리그 역사상 커츠가 처음이다. 19루타는 2002년 5월 23일 션 그린이 세운 기록과 타이다. 커츠는 1회 단타로 시작해 2회 2점 홈런, 4회 1타점 2루타, 6회와 8회 솔로 홈런을 거쳐 9회 마지막 홈런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커츠는 데뷔 때부터 온 야구계의 주목을 받는 대형 신인이었다.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에서 라인업의 핵심 역할을 했고, 지난 시즌 78개 볼넷을 얻을 정도로 뛰어난 선구안을 자랑했다. 다만 때로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대학 시절 타구 속도가 시속 179km를 넘을 정도로 파워는 검증됐지만, 스윙 비율이 33%에 그쳤다.
프로 데뷔 후 커츠는 달라졌다. 스윙 비율이 38%로 늘어나며 더 공격적으로 변모했다. 유망주 전문가 키스 로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30홈런과 70-80개 볼넷이 가능한 선수로, 스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그 예상이 적중하고 있다.

4월 23일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커츠는 65경기 만에 애슬레틱스 프랜차이즈 역대 최다 장타 기록(38개)을 세웠다. 이전 기록은 2023년 잭 겔로프의 34개였다. 커츠는 현재 타율 0.305, 출루율 0.374, 장타율 0.686 OPS 1.060을 기록 중이다. 4월 데뷔 이후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를 제외하면 커츠보다 높은 OPS를 기록한 선수는 없다.
이날 9회 상황이 흥미로웠다. 애스트로스는 이미 경기를 포기한 상태에서 내야수 쿠퍼 험멜을 마운드에 올렸다. 3루타만 치면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할 수 있었지만, 커츠는 험멜이 던진 125km/h 짜리 느린 공을 좌측 외야 관중석으로 날려 보냈다. 벤치에선 환호성이 터졌고, 역사적 순간이 탄생했다.
마크 캇세이 감독은 "커츠에 대해 더 이상 놀랄 일은 없다. 특별한 선수다"라고 말했다. 팀동료 로렌스 버틀러는 "솔직히 커츠와 제이컵 윌슨 중 누가 신인왕을 받을지 모르겠다. 우리 팀에는 리그 최고의 신인들이 있다"고 했다.
커츠는 현재 신인왕 경쟁에서 팀동료인 유격수 제이컵 윌슨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번 4홈런 게임으로 경쟁 구도가 더욱 흥미로워졌다. 1루수만 가능하단 한계가 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타격 능력으로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아미쉬 버터를 젓는 세레머니를 앞으로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