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척=스포츠춘추]
하늘 같은 존재들이었다. 언제나 우러러보던 최고의 선배들. 감히 나란히 설 수 없을 거라 여겼던 그 이름들과 이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키움 히어로즈의 ‘캡틴’ 송성문(29)이 ‘20홈런-20도루’ 대기록을 달성하며 구단 역사를 새로 썼다. 송성문은 이 순간을 영광스럽게 여기며, 자신도 선배들처럼 꾸준함으로 인정받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송성문이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20번째 홈런과 20번째 도루를 같은 날 기록했다. 이는 KBO 통산 58번째 기록이자, 히어로즈 구단 역사상 6번째 진기록이다.
이날 송성문은 1회말 도루로 먼저 기록을 채웠다. KT 선발 고영표의 실책으로 1루에 출루한 그는, 후속타자 최주환 타석에서 2루를 훔치며 시즌 20도루 고지에 올랐다.
20홈런-20도루를 완성하기 위해 남은 건 단 하나, 홈런 한 방. 2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는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1루수 땅볼로 아쉽게 물러났지만, 세 번째 기회였던 5회말, 결국 해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 고영표의 시속 119km 체인지업을 걷어올린 송성문은 우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0m짜리 솔로 홈런을 작렬시켰다. KBO 역사에 길이 남을 58번째 20홈런-20도루 달성 순간이었다.
이 홈런은 지난 9일 두산전 이후 6일 만에 나온 홈런포이기도 하다. 타구가 배트를 떠나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송성문은 두 손을 불끈 쥐며 자신의 첫 ‘20-20’ 달성을 기쁘게 자축했다.
이번 기록은 히어로즈 역사에서도 의미가 크다. 2009년 덕 클락을 시작으로, 강정호(2012), 박병호(2012), 김하성(2016·2020)에 이어 송성문이 여섯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히어로즈의 자부심이자 레전드 반열에 오른 순간이다.


경기 후 만난 송성문은 “너무나 훌륭한 선배들이 남긴 기록이라 더없이 영광스럽다.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 선배처럼 모범이 되고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기록을 염두에 두지 않고 그저 매 경기 최선을 다한 결과인 것 같다”며 웃은 그는 “1회말 도루는 어떻게든 선취점을 내고 싶다는 간절함에서 나왔고, 5회말 홈런 역시 출루를 위한 강한 타구를 의식하다 보니 운 좋게 담장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홈런이 터진 직후 주먹을 불끈 쥐었던 송성문은 “생각보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지난해만큼 20-20이 간절하진 않았는데, 막상 달성하고 나니 정말 행복했다”고 미소 지었다.
실제로 송성문은 지난 시즌 타율 0.340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지만, 19홈런-21도루로 아쉽게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홈런 단 한 방이 부족했던 아쉬움이 컸다.
그럼에도 송성문은 올해 20-20을 목표로 경기에 임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아쉬움은 있었지만, 올해는 그저 팀을 위해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 강한 타구를 만들자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20홈런, 20도루가 따라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오늘 하루만큼은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늘 옆에서 함께해준 팀원들에게 고맙다”고 환한 웃음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