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캡틴 송성문이 15일 KT전에서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키움 히어로즈 캡틴 송성문이 15일 KT전에서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고척=스포츠춘추]

흔히 ‘먹튀’라는 말이 있다. 구단이 큰 기대를 안고 거액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정작 선수는 부진한 경기력으로 실망을 안길 때 등장하는 표현이다. 특히 프리에이전트(FA)나 비FA 다년계약 직후 부진한 사례들이 반복되면서 이 표현은 더욱 익숙해졌다.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송성문(29)에게는 이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계약 직후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이며, ‘먹튀’와는 정반대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송성문은 지난 3일, 키움과 계약기간 6년, 총액 120억 원의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KBO리그 비FA 계약 역사상 여섯 번째로 총액 100억 원을 넘긴 계약이며, 야수 중에서는 삼성 구자욱(5년 90억 원+옵션 30억 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금액이다. 전체 계약 규모로만 보면 한화 류현진(8년 170억), SSG 김광현(4년 131억+옵션 20억)에 이은 역대 세 번째 대형계약이다.

20홈런-20도루를 기록한 송성문. (사진=키움 히어로즈)
20홈런-20도루를 기록한 송성문. (사진=키움 히어로즈)

계약이 자극이 된 걸까. 송성문은 계약 이후 출전한 9경기에서 타율 0.395(38타수 15안타), 4홈런, 4도루를 기록하며 맹타를 휘둘렀다. 계약 직전 9경기에서도 타율 0.375(32타수 12안타), 2홈런, 2도루로 좋은 흐름을 보였지만, 계약 이후에는 홈런과 도루 모두 배 이상 상승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9경기 동안 쏘아 올린 홈런 4개다. 이 페이스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남은 31경기에서 약 13.7개의 홈런을 추가할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이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한다면, 지난 15일 프로 데뷔 첫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송성문에게 '30홈런-30도루'가 아주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KBO리그 역대 58번째이자, 히어로즈 구단 역대 6번째 '20-20' 클럽 가입 직후 만난 송성문은 “기록을 의식하고 시즌을 치른 적은 없다”며 “남은 시즌에 딱히 목표는 없다. 오히려 시즌이 끝난 뒤 새 시즌을 맞이할 때 새로운 목표를 정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담담히 말했다. 30-30 도전에 대한 언급도 일절 하지 않았다.

계약 직후에도 흔들림 없는 활약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선 “마음가짐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즌 초부터 이관된 마음으로 매일 최선을 다해왔다. 잠시 주춤할 때도 있었지만, 나 자신을 믿고 꾸준히 훈련한 것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120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송성문이 30-30 클럽에 가입할 수도 있겠지만, 기록을 위해 무리하진 않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그저 타석에서 최선을 다해 출루하고,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할 뿐이다.

키움 송성문이 20-20 클럽 기념을 자축하는 모습. (사진=키움 히어로즈)
키움 송성문이 20-20 클럽 기념을 자축하는 모습. (사진=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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