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스포츠춘추]
2024년 7월 20일, 투수 케이시 켈리(36)의 고별전. 그날 경기 후 켈리는 동료 오스틴 딘(32)과 깊은 포옹을 나눴다. 단순한 이별의 순간이 아니었다. LG 트윈스만의 특별한 문화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LG트윈스에는 남다른 문화가 있다. 훈련장에서 선배들이 솔선수범해 땀을 흘리면, 후배들은 말없이 따라 나선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저 선배가 저렇게 열심히 하니,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분위기다. 이 건강한 에너지는 국내 선수들뿐 아니라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스며든다.
이 문화를 처음 외국인 선수들에게 전한 주인공은 켈리였다. LG에서만 6시즌을 보낸 그는 2023년 오스틴이 팀에 합류했을 때, 팀의 훈련 방식과 분위기, 선수들의 성향까지 꼼꼼히 알려줬다. 마치 전래동화를 들려주듯 팀의 정신을 이야기로 전한 것이다.

그 정신은 오스틴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제 오스틴은 켈리의 빈자리를 채우며, 요니 치리노스와 앤더스 톨허스트 등 새로 온 외국인 선수들이 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돕고 있다.
염경엽 LG 감독은 “오스틴이 켈리의 뒤를 이어 팀 문화를 잘 이어가고 있다”며 “5월에 코엔 윈이 대체 외국인 선수로 왔을 때도 LG의 분위기를 잘 설명해줬고, 톨허스트에게도 똑같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단 관계자들 또한 오스틴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의 전파자’로서 켈리가 가진 존재감은 단순한 전력 그 이상이었다. 염 감독은 “보기에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선수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문화야말로 팀을 단단하게 만든다. 외국인 선수들끼리 그런 문화를 스스로 공유할 수 있다면, 구단이 일일이 간섭하지 않아도 팀은 안정적으로 흘러간다”고 말했다. 2024시즌을 앞두고 켈리와 재계약을 맺은 배경에도 이러한 이유가 있었다.
염 감독은 또한 “구단이 문서로 만드는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겨나는 문화가 진짜 시스템이자 팀의 뿌리”라며 문화의 본질을 강조했다.

이 문화는 외국인 선수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8년 김현수(37)가 LG에 합류한 이후, 그는 자신이 체득한 문화를 후배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해왔다. 김현수는 오지환, 박동원, 홍창기 등 중고참 선수들에게 그 정신을 넘겼고, 이제는 그들이 다시 신민재, 문보경, 문성주 등 젊은 선수들에게 전하고 있다.
염 감독은 “신민재, 문보경, 문성주 등이 이제 또 다른 후배들에 전해줄 차례"라며 "이 문화는 앞으로도 LG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흐뭇하게 웃었다.
기록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전해지는 정신. 그것이야말로 리그 1위를 달리는 LG 트윈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