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된 치어리더 공간. (사진=SSG랜더스)
개선된 치어리더 공간. (사진=SSG랜더스)

[스포츠춘추]

프로야구에서 치어리더는 단순한 응원단을 넘어 '팬 경험'의 중요한 축을 맡고 있다. 화려한 안무와 에너지 넘치는 응원은 관중을 열광하게 만들고, 경기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그러나 그 화려함 뒤에 가려진 현실은 매우 어둡다. 치어리더들은 여전히 열악한 노동 조건 속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치어리더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대신 외주 대행사와의 계약을 통해 인건비를 지급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 구조가 ‘최저가 입찰’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이다. 구단은 대행사 선정 시 가장 낮은 견적을 우선순위로 삼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 치어리더에게 돌아가는 일당은 10년 전 수준에 머무는 경우도 흔하다.

실제로 전·현직 치어리더들은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가장 큰 고충으로 꼽는다. 일부 대행사에서는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안무 연습비나 의상비조차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게다가 계약서에는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명시되지 않아 법적 보호조차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구조는 ‘샐러리캡’처럼 작동한다. 연봉 총액이 일정한 상황에서 인지도가 높은 치어리더에게 더 많은 금액이 지급되면, 신입이나 무명 치어리더는 자연히 적은 몫을 가져가게 된다. 이 때문에 인지도가 낮은 이들은 빨리 업계를 떠나고, 인지도가 있는 치어리더만 살아남는 ‘부익부 빈익빈’의 구조가 형성된다.

이러한 답답한 현실적인 문제 속에서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SSG랜더스가 가장 먼저 치어리더 처우 개선에 나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단순한 급여 인상은 아니지만, 이들의 휴식과 준비를 위한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SSG는 최근 치어리더 전용 락커룸을 신설했다. 단순한 대기 공간을 넘어, 리허설과 경기 준비, 휴식이 모두 가능한 다기능 공간으로 구성되었으며, 쾌적한 환경을 위해 공기청정기와 천장형 에어컨까지 갖췄다. 개인 락커에는 치어리더 개개인의 프로필을 부착해 소속감도 높였다.

개선된 치어리더 공간. (사진=SSG랜더스)
개선된 치어리더 공간. (사진=SSG랜더스)

SSG 관계자는 10일 스포츠춘추와 통화에서 “그간 치어리더 처우 개선을 위한 방안을 고민해왔다. 치어리더도 구단 구성원의 일원이라는 생각에서다. 계속 처우 개선을 위해 고민하다가 이번에 공간을 확장하고 재단장하면서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치어리더들도 이러한 변화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며, 보다 책임감 있게 활동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물론 구단들도 나름의 입장이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치어리더의 인건비를 무조건 인상할 수는 없다. 안전요원, 경호원, 미화원 등 다른 직군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다. 지난해에 이어 10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에서 '팬 경험'을 소중히 여긴다면, 그 경험을 함께 만드는 치어리더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치어리더는 단순히 무대 위에서 춤추는 존재가 아니다. 팬과 선수, 구단을 연결하는 중요한 문화적 고리다. 무대 위 밝은 미소 뒤에 가려진 불합리한 구조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SSG의 변화가 작은 시작이 되기를, 그리고 모든 구단이 이 움직임에 동참하길 기대한다.

개선된 치어리더 공간. (사진=SSG랜더스)
개선된 치어리더 공간. (사진=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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