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송승기가 13일 구원등판한 모습. (사진=LG 트윈스)
LG 송승기가 13일 구원등판한 모습. (사진=LG 트윈스)

[스포츠춘추]

가을야구 진출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 등 주요 KBO 구단들이 선발투수들을 불펜으로 기용하는 실험을 펼치고 있다. 시즌 막바지 일정이 우천 취소 등으로 엉키면서 선발 로테이션 간격이 벌어지고, 동시에 포스트시즌 대비 전략 구상이 필요한 시점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LG는 이 흐름의 시작점이었다. 지난 13일 KIA전에서 LG는 선발투수 송승기를 불펜으로 투입했다. 8회말 1사 1,2루의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송승기는 1.1이닝 동안 4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2실점했지만, 수비 실책으로 인해 자책점은 기록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평가를 내리기엔 애매한 결과였다.

염경엽 LG 감독은 시즌 막판 팀 순위가 확정된 이후 송승기를 다시 한 번 불펜에서 테스트할 계획이라며, 포스트시즌에는 송승기와 또 다른 선발투수 손주영 중 한 명을 불펜 자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석코치와 전력분석팀과 상의해 어떤 선수가 팀에 더 필요한지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 역시 선발 자원을 불펜으로 활용했다. 지난 18일 창원 NC전에서 삼성은 선발투수 최원태를 7회말 구원 등판시켰고, 그는 2.1이닝 동안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이어 삼성 타선이 8회와 9회에 걸쳐 연속 득점하며 9-5로 역전승했고, 최원태는 구원승까지 챙겼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최원태의 등판 간격이 길었고, 당시 힘 있는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하며 전략적 기용이었음을 밝혔다.

한화 문동주가 지난 20일 KT전서 구원등판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 문동주가 지난 20일 KT전서 구원등판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는 실전 공백이 길어질 상황에 대비해 선제 조치를 취했다. 한화는 20일 KT와의 경기에서 에이스 문동주를 불펜으로 등판시켰다. 문동주는 14일 키움전 이후 등판일이었던 20일 경기를 앞두고 비로 인해 실전 간격이 길어질 우려가 있었고, 김경문 한화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는 그의 경기 감각을 유지시키기 위해 불펜 투입을 결정했다.

이날 문동주는 6회부터 등판해 3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 4탈삼진의 압도적인 투구를 펼쳤다. 특히 7회 강백호를 상대로 던진 4구째 직구는 트랙맨 기준 161.4㎞를 기록하며 시즌 최고 구속 중 하나를 보여줬다.

반면, KT는 외국인 투수 패트릭 머피의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즌 중반 보직을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환했지만 성과는 좋지 않다. 지난 21일 삼성전에서 머피는 구원 등판해 1이닝 동안 5안타를 맞고 2자책점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이강철 KT 감독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해도 최대 2경기만 치르기에 선발 투수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며 "남은 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도 패트릭은 불펜 보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을야구 진입을 앞둔 팀들이 선발자원을 불펜으로 시험하는 움직임은 단순한 기용 변화가 아닌, 상황에 따른 전술적 대응이자 실전 감각 조율의 일환이다. 이들의 선택이 포스트시즌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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