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고척]
2025시즌 후반기를 뒤흔든 공포의 ‘키춧가루’도 사자군단에겐 통하지 않는다. 삼성이 키움 히어로즈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이틀전 사직 원정 패배의 아픔을 딛고 준플레이오프 직행 희망을 이어갔다.
삼성은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과의 16차전에서 투수 8명을 투입하는 물량공세와 르윈 디아즈의 3안타 2타점 맹타, 쐐기 홈런을 날린 김성윤의 활약에 힌입어 4대 2로 이겼다. 이로써 삼성은 올시즌 키움전을 12승 4패의 압도적 우세로 마감했다.
이날 경기는 삼성으로서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지난 26일 사직 원정에서 롯데에 9대 10으로 아쉽게 패하면서 3위 SSG 랜더스와 2경기차로 벌어진 가운데, 5위 KT 위즈와도 1경기차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3위는 멀어지고 5위가 가까워진 삼성은 최하위팀을 상대로 반드시 승리해서 가을야구 안정권을 만들어야 하는 경기였다.
상대는 후반기 리그 순위싸움을 좌지우지하는 ‘고춧가루 부대’로 떠오른 키움이었다. 키움은 5월 22일에 일찌감치 가을야구 확률 0%가 된 최약체팀이지만, 후반기 막판 들어 경기력이 살아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에 갈길 바쁜 팀들의 발목을 잡는 경기를 자주 펼치며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초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1회초 무사 1, 2루 찬스를 날렸고, 2회초에는 선두타자 김지찬이 출루한 뒤 연속 도루로 3루까지 진루했지만 무리한 홈스틸을 시도하다 아웃당했다. 2회말엔 어준서에게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5회초 공격에서 뒤집기에 성공했다. 약간의 행운이 따랐다. 2사 1루에서 구자욱의 높이 떠오른 타구가 고척돔 천장 근처까지 솟아오르면서 우익수가 타구를 놓쳐 적시 2루타가 됐다. 1대 1 동점을 만든 뒤, 디아즈의 중전 적시타가 이어져 2대 1로 경기를 뒤집었다.
7회에는 김성윤이 초구 공략으로 우월 솔로 홈런을 터뜨려 3대 1로 달아났다. 7회말 바로 어준서가 추격의 솔로포로 반격했지만, 9회초 공격에서 상대 실책과 디아즈의 1타점 2루타로 달아나는 점수를 얻으면서 4대 2를 만들었다. 9회 김재윤의 마무리로 경기는 4대 2 삼성 승리로 끝났다.


그간 키움의 ‘키춧가루’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8월 5~7일 NC전 3연승으로 승률 0.500에 6위였던 NC를 8위로 끌어내린 것을 시작으로, 8월 14일엔 SSG를 2대 0으로 잡아 SSG가 5위 KIA에 반 경기차로 쫓기게 만들었다. 8월 15~16일에도 KT 위즈에 연승을 거두면서 단독 6위였던 KT가 7위였던 NC와 승차가 없어지게 만들었고, 8월 20~21일 KIA전 2연승도 단독 5위 KIA의 5할 승률을 무너뜨리고 6위로 떨어지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에도 8월 29~31일 LG전 2승 1패, 9일 LG전 11대 2 승리로 선두 싸움에 혼돈을 가져왔고, 11일에는 실낱같은 5강 희망을 붙들고 있던 NC를 4대 1로 꺾었다. 14일에는 한화전 13대 10 승리로 한화가 1위 LG와 2.5경기차로 좁혀놨던 승차를 다시 3.5경기차로 벌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20일 롯데전에서 15대 5 대승을 거두면서, 승률 0.500에 공동 5위였던 롯데를 5할 승률이 무너지고 6위로 추락하게 했다.
키움을 최하위라고 만만하게 보고 상대하다가 된통 당하고 순위싸움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이는 팀들이 하나둘씩 나오면서 리그에 ‘키춧가루’ 주의보가 발령됐다. 그러나 삼성 라이온즈만은 이런 키움 상대로도 끄떡없는 모습이다.
삼성은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열린 키움 3연전에서 3경기를 싹쓸이했다. 이 스윕으로 5할 승률 -4를 단숨에 -1로 만들면서 가을야구 희망을 다시 되살리는 기회로 삼았다. 이후 9월 첫 3연전에서 키움과 다시 만난 삼성은 첫 경기인 3일 키움전은 3대 4로 한 점차 패했지만, 4일 경기 취소 뒤 5일 대결에서 8대 3 승리를 거뒀다.
25일엔 키움 상대 홈경기에서 12대 3으로 대승을 거두고 3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이 승리로 5할 승률에서 +6을 만들면서 5강 안정권에 들었다. 26일 롯데 상대로 혈투 끝에 9대 10 패하면서 데미지를 입었지만, 하루 휴식 후 다시 만난 28일 대결에서 4대 2로 승리하며 다시 기력을 찾았다.
키움 상대 마지막 8경기에서 7승 1패, 시즌 전체 16경기에서 12승 4패의 압도적 우위를 보인 삼성은 모든 팀들이 벌벌 떠는 시즌 막판 키움전을 오히려 보약으로 삼고 있다. 삼성보다 키움전에서 많은 승리를 거둔 팀은 2위 한화(14승 2패)뿐이다. 키움표 고춧가루가 전혀 통하지 않는 삼성이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이틀전 패배의 충격을 만회하며 3위 SSG와 승차를 1.5경기차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5위 KT 위즈와 승차도 1.5경기차로 다시 벌리면서 한숨 돌리게 됐다. 이제 남은 2경기에서 1승만 더하면 KT의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자력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이 확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