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7년 만에 퓨처스리그에 '4할 타격왕'이 탄생했다. 올 시즌 2군에서 타율 0.412를 기록한 상무 피닉스 류현인이 그 주인공이다. 타율 4할을 넘긴 퓨처스 타격왕은 지난 2017년 LG 트윈스 홍창기가 상무 소속으로 기록한 타율 0.401 이후 처음이다.
올 시즌 성적이 화려하지만, 데뷔 때부터 맹활약한 것은 아니다. 진흥고와 단국대를 졸업하고 지난 2023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7라운드로 KT에 지명된 류현인은 입단 첫해부터 1군 기회를 받았지만 17경기에서 3안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2군에서도 타율 0.262를 기록하며 잠재력을 보였지만,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었다.
그러나 류현인은 이듬해 타율 0.333을 기록하며 타격 성적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올 시즌에는 상무 붙박이 2루수로 나서며 타율 0.412로 수위타자에 올랐다. 타율 0.400을 찍은 팀 동료 한동희를 제치고 퓨처스 타격왕을 차지했다.
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상무와 KT 위즈의 퓨처스리그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류현인은 올 시즌 맹활약의 비결을 밝혔다. 그는 "(상무에서) 경기를 많이 뛰다 보니 배울 점이 많다"며 "타격 타이밍이 나아졌고, 편하게 할 수 있는 환경 덕에 좋은 성적을 낸 것 같다"고 했다.
류현인은 올 시즌 98경기에 나서며 데뷔 이래 최다 경기 출전을 기록했다. 상무의 좋은 환경 속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선 것이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류현인과 함께 좋은 활약을 펼친 상무 팀 동료들과의 대화도 많은 도움이 됐다. 그는 "와서 배울 것도 많고, (동료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했다.
특히 "이재원, 윤준호, 한동희 등 여러 선수들에게 물어보며 배웠다"고 밝혔는데, 이재원과 한동희는 상무 입대 전부터 1군에서 뚜렷한 성과가 있었던 선수들이다. 그들과의 경험 공유가 류현인에게 '성장 촉진제'가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류현인은 올 시즌 퓨처스에서의 좋은 활약에 힘입어 내년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준비가 됐다. 그는 "아직 1군에서 경기를 뛰어보진 않았지만, 작년 상무에 입대할 때보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잘 준비해서 1군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퓨처스 수위타자 자리를 차지했던 만큼, 내년 자신의 1군 활약상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했다.
상무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후 전역해 이듬해 1군에서 주전급으로 도약한 선수들이 많다. 2014년 상무에서 퓨처스 타율 0.357을 기록한 구자욱은 이듬해 1군에서 타율 0.318로 삼성의 정규리그 우승 핵심 멤버가 됐고, 2023년 상무에서 타율 0.350을 기록한 천성호도 다음 시즌 1군에서 타율 0.286으로 활약했다. 류현인이 상무 선배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류현인은 앞으로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남고 싶을까. 그는 "KT에 있을 때보다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계속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는 선수로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퓨처스에서 활약하며 얻은 자신감과 미래를 준비하는 겸손함이 동시에 돋보이는 말이었다.
오는 12월 9일 전역하는 류현인은 다음 시즌이 1군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 무대에서 결과를 얻어냈지만, 1군 무대는 또 다르다. 류현인이 1군에서도 3할대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선수로 자리 잡는다면, 주전 야수진 세대교체가 시급한 KT의 내년 시즌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