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 전미르가 1일 고척에서 열린 KT와의 퓨처스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났다. (사진=스포츠춘추 박승민 기자)
상무 전미르가 1일 고척에서 열린 KT와의 퓨처스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났다. (사진=스포츠춘추 박승민 기자)

[스포츠춘추]

KBO리그에도 ‘오타니 룰’이 전격 도입될까. 올 시즌 퓨처스리그(2군)에서 타자로 맹활약한 투수 전미르(20·상무 피닉스) 때문에 '오타니 룰'이 신설될지도 모르겠다. 상무 박치왕 감독이 최근 “내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오타니 룰’과 같은 제도를 건의해볼 생각”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오타니 룰’은 투수로 경기에 출장한 선수가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에도 지명타자로 남아 경기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한 규칙이다. 기존에는 투수가 강판되면 타순에서도 빠지거나 야수로 포지션을 바꿔야 했지만, 이 제도 덕분에 투타를 겸업하는 선수들이 공격에서도 지속적으로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LA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를 위해 마련된 제도로, 한국에서도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타자로서 가능성을 보인 투수 전미르가 있다.

2024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전미르는 데뷔 초반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77을 기록하며 맹활약했지만, 등판이 거듭될수록 성적이 하락했다. 6월에는 평균자책점이 14.40까지 치솟으며 부진했고, 결국 6월 17일 1군에서 말소됐다. 복귀를 준비하던 중 팔꿈치 염증이 재발해 1군 복귀가 무산됐고, 시즌은 36이닝 평균자책 5.88로 마감됐다. 이후 12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그는 이듬해 5월 12일 상무에 입대했다.

고교 시절부터 투타 모두 뛰어난 잠재력을 인정받은 그는 투수로서 공을 던지지 못하자 퓨처스에서 타자로 경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미 고등학교 3학년 때 투수로 평균자책 1.32를 기록하는 동시에 타자로는 타율 0.346, 3홈런, OPS 1.032를 올린 그다. 전미르는 타자로 가능성을 증명했다. 올 시즌 상무에서 타자로만 출장해 타율 0.250, 2홈런, OPS(출루율+장타율) 1.056을 기록했다.

표본은 21경기 24타석으로 적지만, 낮은 타율에도 불구하고 출루율이 준수하다. 전미르는 “선구안이 좋은 편이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계속 경기에 나서다 보니 출루율이 높아졌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장타율도 5할을 넘겼다.

전미르는 2024시즌 롯데에서 투수로 36경기 등판해 평균자책 5.88을 기록했다. (사진=롯데)
전미르는 2024시즌 롯데에서 투수로 36경기 등판해 평균자책 5.88을 기록했다. (사진=롯데)

전미르의 타자 출전에 대해 박치왕 감독은 “전미르가 수술 후 입대했기 때문에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 같았다. 그래서 타자로 뛰어보는 걸 제안했다”며 “본인도 타격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전미르 역시 “상무에서 타자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덕분”이라며, 투수로 등판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꾸준히 들어선 것이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전미르가 투수로서 꿈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투타 겸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는 “내년에도 타자로 나선다”고 말했다. 박 감독 역시 “전미르는 낮에는 투수 훈련을 소화한 뒤, 이후에 타격 훈련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즉, 여전히 투수로서의 감각을 유지하며 훈련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팔꿈치 회복이 순조롭다면, 전미르는 내년 상무에서 투타를 겸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박 감독은 “퓨처스리그에 ‘오타니 룰’이 도입된다면 전미르 같은 선수가 더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KBO에 관련 제도를 건의할 뜻을 밝혔다.

KBO리그에도 과거 투타 겸업을 했던 선수가 있다. 프로야구 원년(1982년)에 김성한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은 타자로 340타석에서 3할 타율을 기록하면서, 투수로는 106.1이닝 동안 평균자책 2.79, 10승을 올렸다. 만약 전미르가 내년 상무에서 투타겸업으로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한국판 오타니’의 탄생도 꿈이 아니다.

KBO리그에도 '오타니 룰'과 같은 '전미르 룰'이 생길까. KBO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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