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게이트=고척]
2024년부터 KBO리그에 도입된 ABS는 일종의 혁신이었다. 주심 손을 거치던 스트라이크존을 기계가 판정하기 시작하자, 경기 종료 후 팬들 사이 심판의 '일관성' 논란도 사라졌다. '숙부라이크'나 '퇴근존' '혼이 담기지 않으면 스트라이크가 아니다' 밈, 형평성 논란 같은 것을 더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스트라이크존 관련 표현도 달라졌다. 보더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공엔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대신 'ABS가 반응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끝 선에 걸린 스트라이크엔 'ABS에 묻었다, 스쳐 지나갔다'고 표현하는 게 어느새 익숙해졌다.

그래서 KBO 팬들에게는 여전히 '인간 주심'이 스트라이크 콜을 판정하는 메이저리그(MLB)가 어색하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MLB도 ABS를 도입했지만, KBO의 비디오판독과 비슷하게 '챌린지' 형식으로만 활용할 수 있다. 일단 주심이 모든 공에 대한 스트라이크 여부를 판정하되, 이에 불복하는 경우 ABS를 통한 재판정을 요구할 수 있다.
MLB 사무국으로부터 출발한 WBC 역시 여전히 ABS를 사용하지 않는다. 8일부터 열릴 K-BASEBALL SERIES부터 대표팀 선수들은 다시 '인간 주심'에 적응해야 한다.

KBO리그의 ABS 도입 이후 데이터 변화 방향도 명확하다. ABS 도입 2년 전인 2022년부터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은 17.3%-17.6%-17.5%-18%로 늘었다. ABS존 끝부분에 공이 '묻어' 들어간 뒤 타자들이 혀를 내두르는 장면이 이제는 어색하지 않다.
지난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평가전 대비 훈련을 앞두고 만난 두산 베어스 투수 곽빈도 국제전에서 ABS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점을 말했다. "나는 반대 투구가 많은 투수라, 포수가 팔을 멀리 뻗어 잡았는데 ABS 덕에 스트라이크인 경우가 많았다"며 "국제전에서도 심판이 이런 걸 잡아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원래 야구에는 ABS가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주심 눈을 속여 유리한 판정을 받을 수도 있지만, 곽빈은 "그 정도 컨트롤까진 안 된다"며 웃었다. ABS에 익숙해진 KBO리그 선수들이 국제전에서 다시 '인간 주심'의 판정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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