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게이트=고척]
LG 트윈스의 '미래'가 단 한 경기에서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보여줬다.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베이스볼 시리즈 체코와의 1차전, 주인공은 상무 소속 외야수 이재원(26)이었다.
이재원은 팀이 2-0으로 앞선 8회말 2사 1, 2루의 결정적인 순간에 타석에 섰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 쐐기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는 보란 듯이 2구째를 공략해 우측 담장을 맞추는 대형 2루타를 터뜨렸다. 2루 주자 신민재가 홈을 밟으며 점수는 3-0으로 벌어졌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재원은 "내게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타석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첫 타석에서 해결 못 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쳤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담장을 맞고 공이 튀는 사이 3루까지 질주하던 이재원은 3루 베이스가 비어있었음에도 순간 멈칫했다. 그 사이 체코 야수들의 중계 플레이가 이어졌고, 결국 이재원은 2루와 3루 사이 런다운에 걸려 태그아웃되며 이닝을 허무하게 마감했다.
이재원은 "3루 수비가 없었던 것을 못 봤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선행주자였던) 한동희를 생각 못 하고 저 혼자 갔다"며 "타구가 뜨자마자 '한 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생각에 1루 주자가 홈으로 갈 줄 알았는데, 제가 조금 판단을 못 했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혹시 (코칭스태프에게) 혼났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멋쩍게 "(네) 혼났어요"라고 짧게 답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는 이재원의 원소속팀인 LG 트윈스의 차명석 단장이 직접 경기를 지켜봤다. 염경엽 LG 감독이 올 시즌 통합우승 직후 "우리 팀의 미래", "내년에 잘하려면 이재원이 있어야 한다"고 콕 집어 언급했을 정도로 팀의 기대가 크다.
이재원은 이에 대해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면서도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 후회 없게끔 제가 잘하는 것이 1순위"라고 각오를 다졌다.
또한, 오랜만에 들은 LG 응원가와 팬들의 기대에 대해서도 "감사한 마음은 두 번째"라며 "첫 번째는 실력이다. 실력으로 먼저 보여드리고 나서 감사한 마음을 받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오랜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그는 "생각보다 긴장도 많이 됐지만, 너무 좋은 경험이고 기회라 절실한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상무 입대 전과 달라진 점을 묻자 "예전에는 멘탈이 많이 흔들렸다. 마인드 셋을 바꾸면서 '나에 대한 확신'이 더 생겼고,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다음달 9일 제대를 앞둔 이재원이 이날의 '쐐기타'와 '주루사' 경험을 발판 삼아 LG의 확실한 미래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