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로 이적한 엄상백(사진=한화)
한화로 이적한 엄상백(사진=한화)

 

[더게이트]

이번 스토브리그를 앞두고 KT 위즈의 지상과제는 센터라인 강화였다. KT의 약점이 센터라인이라는 건 산천초목이 다 아는 사실. 지난 시즌 중견수 배정대의 부진과 부상으로 외국인 타자를 중견수 자원인 앤드류 스티븐슨을 영입해 해결하려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심우준이 떠난 유격수 자리도 장준원, 권동진 등 여러 선수를 기용했지만 시즌 내내 답을 찾지 못했다.

이에 KT는 FA 시장 문이 열리자마자 적극적으로 센터라인 쇼핑 오픈런에 나섰다. 가장 먼저 유격수 FA 대어 박찬호 영입에 뛰어들었다. 두산 베어스와 최종 2파전까지 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4년 80억원을 제안한 두산의 파격적인 조건을 이기지 못했다.

다음으로는 중견수 박해민 영입전. 역시 원소속팀 LG 트윈스와 치열하게 2파전을 벌였고 LG보다도 오히려 더 좋은 조건(앞자리 숫자가 다른)을 제시했지만 선수는 잔류를 선택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만약 박해민이 에이전트가 있는 선수였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르는데, 선수 본인이 직접 협상하다 보니 낭만야구가 가능했다. 원소속팀 LG의 적극적인 설득이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KT가 현재까지 오프시즌에 보강한 센터라인 포지션은 백업 포수 자원인 한승택이 유일하다. KT는 강백호를 뺏긴 날, 포수 수비 보강을 위해 한승택과 4년 총액 10억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이 정도를 두고 센터라인 약점을 보강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FA 시장에 나가는 최원준(사진=NC)
FA 시장에 나가는 최원준(사진=NC)

남은 FA 시장엔 대안 없어

KT는 남은 스토브리그에서도 전력 보강을 이어간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다만 현재 FA 시장에서는 센터라인에 해당하는 선수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NC에서 FA 자격을 얻은 최원준이 중견수 가능 자원이지만 기존 KT 외야진과 비교해 중견수 수비에서 확실한 어드밴티지가 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외국인 타자를 센터라인으로 영입하거나 트레이드로 보강하는 방안도 쉽지는 않다. 올겨울 외국인 선수 시장은 투수는 넘치는데 타자가 부족한 상황. 공수를 겸비한 중견수 자원을 다른 팀이 쉽게 내줄 리도 만무하다. 배정대의 부활이나 신인 내야수 이강민, 임상우 등의 '포텐'이 터지길 기대하는 건 내년 시즌을 운에 맡긴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화 이글스에서 데려올 보상선수 선정이 더 중요해졌다. KT 프랜차이즈 스타 강백호의 한화 이적(4년 총액 100억원)으로 한화로부터 20인 보호선수 외 선수를 지명할 기회를 갖게 됐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KT 입장에선 강백호를 데려간 다른 구단이 한화인 게 그나마 다행스러울 것"이라며 "한화가 최근 수년간 리빌딩 작업에 성공하면서 선수층이 많이 좋아졌다. 20인 보호선수 외에도 쓸 만한 자원이 꽤 나올 거라고 예상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강백호가 한화 유니폼을 입는다(사진=한화)
강백호가 한화 유니폼을 입는다(사진=한화)

한화와 치열한 머리싸움 예고

육성선수, 당해 FA 신청 선수, 군 보류 선수, 신인 선수(해당 시즌 입단선수), 외국인 선수, 당해연도 2차 드래프트 이적 선수, 당해연도 FA 보상으로 이적한 선수를 걸러내면 한화 20인 보호선수로 묶일 게 확실시되는 선수는 김서현, 류현진, 문동주, 정우주, 조동욱, 한승혁, 황준서, 최재훈, 노시환, 문현빈, 심우준, 채은성, 박정현 등 13명 정도다. 여기에 추가로 넣을 선수를 두고 한화와 KT의 치열한 머리싸움이 예상된다.

한화 입장에선 KT가 센터라인 혹은 좌완투수를 원한다는 사실을 아는 만큼 최대한 여기 해당하는 선수들을 묶고, KT에 넘쳐나는 우완투수나 포수를 보호선수에서 제외하는 수를 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잠재력 있는 유망주나 준주전급 선수를 함부로 제외했다가 KT가 포지션 중복을 감안하고 덥석 채가는 경우가 없다는 보장은 못한다. 결국 여러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보호명단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KT와 엄상백의 재결합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엄상백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78억원 계약으로 한화에 이적했지만 2승 7패 평균자책 6.58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KT가 이 이슈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는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우리 구단은 엄상백 사용법을 잘 안다"면서 엄상백이 다시 KT에 오면 반등할 거란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대형 FA 계약으로 데려온 선수를 1년 만에 '손절'한다면,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화도 신중해야 하는 선택지다.

지난 오프시즌 KT로 이적한 장진혁(사진=KT 위즈)
지난 오프시즌 KT로 이적한 장진혁(사진=KT 위즈)

야수 지명 쪽 택할 가능성도

다만 원하는 센터라인 보강에 결과를 내지 못한 만큼 KT가 야수 지명 쪽을 택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야구계에서는 "1.5군급 유격수 가능 자원이나 중견수 가능 자원이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히 1군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한 내야 자원의 경우 KT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이유가 있다.

만약 한화가 전략적으로 야수 자원을 묶는다면 좌완투수나 우완 강속구 유망주, 선발투수 자원이 풀릴 가능성이 생긴다. 이 경우에도 KT로서는 크게 나쁠 것 없다. 좌완투수는 KT가 목마르다 못해 금단증상을 느낄 정도로 필요한 자원이고 선발 깊이는 2025시즌 KT가 가을야구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다. 센터라인 보강만큼은 아니라도 KT로서는 만족스러운 영입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강백호 보상선수 선택은 KT 입장에서 행복한 고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 프랜차이즈 선수와 재결합이든, 센터라인 보강이든, 마운드 강화든 쏠쏠한 보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 선수진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KT의 선택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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