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코디 폰세. (사진=더게이트 황혜정 기자)
24일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코디 폰세. (사진=더게이트 황혜정 기자)

[더게이트=잠실]

2025 KBO리그 최우수선수(MVP) 트로피의 주인공은 한화 이글스의 ‘괴물 투수’ 코디 폰세(31)였다. 다승, 평균자책, 탈삼진, 승률까지 4관왕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시즌을 보낸 그는 정작 수상 소감과 인터뷰에서는 ‘기록’보다 ‘사람’을 먼저 꺼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아내가 나의 가장 큰 지지자이자 친구, 사랑이었다. 엠마 없이는 이 자리에 오를 수 없었다”며 감정이 북받친 듯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지난 6일 한국에서 첫 딸을 출산한 아내 엠마에 대해선 “우리가 아이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다. 전 세계에는 아이를 갖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부부들이 많다는 걸 안다”며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육아의 현실도 유쾌하게 풀어냈다. “사람들이 아기 키우기 전에 강아지 키워보라고 하더라. 그건 인생 최대의 거짓말이었다. 강아지는 밤에 안 깨우고, 기저귀도 안 갈아도 되니까(웃음). 그래도 아이는 정말 소중한 존재다. 이보다 값진 도전은 없다고 생각한다.”

MVP 발표 이후 눈시울이 붉어진 이유도 가족 때문이었다. 폰세는 “와이프와 아이, 그리고 가족들이 떠올라서 자연스럽게 감정이 올라왔다. 개인 수상이지만, 가족이 함께 만든 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구 이야기로 넘어가자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은 한화 베테랑 투수 류현진이었다. 폰세는 “류현진은 내가 오랫동안 존경해온 롤모델이었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그와 함께 뛰게 된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경기 중에도 많은 조언을 해줬고, 옆에서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글스파크에서 그의 사진 옆에 내 사진이 걸린다고 들었을 때는 정말 가슴이 벅찼다”며 한화에서의 시간을 특별히 추억했다. 폰세는 이날 MVP를 수상하며, 한화 소속으로는 2006년 류현진 이후 19년 만에 MVP를 타게 됐다.

한화 에이스 코디 폰세(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한화 에이스 코디 폰세(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한국 야구에 완벽히 적응하며 괴물 같은 시즌을 보낸 그는 “투수로서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많이 성장한 시즌이었다. 마운드 위에서 편안함을 느꼈고, 야구 자체를 진심으로 즐기게 됐다.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 이 모든 게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한국시리즈 종료 후 마운드에서 흙을 퍼 담는 모습이 포착되며 이적설이 돌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직접 해명했다. “이별이나 암시는 전혀 아니다. 예전부터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중요한 시즌이 끝나면 그 구장의 흙을 조금씩 담아왔다. 유니폼, 클리트, 글러브와 함께 보관하며 기억하려는 나만의 방식이다. 대전도 내게는 특별한 구장이기 때문에 당연히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치고 포효하는 폰세. (사진=한화)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치고 포효하는 폰세. (사진=한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계정을 팔로우한 것이 MLB 이적설로 이어지자 “그건 좀 억울하다”며 웃었다. “나는 다저스, 자이언츠, 파이리츠 등 여러 팀을 10년, 15년 넘게 팔로우해왔다. 특히 메이저리그(MLB) 계정은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팔라우했다. 난 그냥 MLB 팬일 뿐인데, 그걸로 루머가 퍼질 줄은 몰랐다. 다음엔 LG 트윈스를 팔로우해볼까 생각 중”이라며 농담도 곁들였다.

내년 시즌 계획에 대한 질문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지금은 건강을 유지하고, 아내와 아이를 돌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족이 가장 우선이고, 야구는 그다음”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끝으로 팬들에게는 이렇게 인사했다. “한국에서 뛴 이 시즌은 내 커리어의 정점이었다. 팬들이 나를 ‘즐겁게 야구했던 선수’, ‘가끔은 크게 포효했던 투수’로 기억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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