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게이트]
홍명보호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FIFA 월드컵 조 추첨에서 '포트2'를 확보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FIFA는 26일(한국시간) 내년 월드컵 조 추첨 포트 배정을 확정 발표했다. 한국은 FIFA 랭킹 22위로 포트2에 이름을 올렸다. 조 추첨은 오는 12월 6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다.
월드컵 조 추첨은 FIFA 랭킹을 기준으로 48개 본선 진출국을 4개 포트로 나눠 진행한다. 각 포트마다 12개국씩 배정된다.
포트1에는 개최국 3개국(미국·멕시코·캐나다)과 랭킹 상위 9개국이 들어간다. 나머지 42개국은 랭킹 순서대로 포트2, 포트3, 포트4에 각각 12개국씩 배치된다.
포트 숫자가 낮을수록 유리하다. 조 추첨 때 같은 포트끼리는 만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이 포트2에 들어가면 포트1의 강호들과 한 조가 되는 건 피할 수 없지만, 최소한 포트2의 다른 강팀들과는 만나지 않는다.
한국은 지난 20일 발표된 FIFA 랭킹에서 22위를 기록하며 포트2 진입에 성공했다. 포트2에 들어갈 수 있는 12개 자리 중 11번째에 아슬아슬하게 이름을 올린 것이다.

포트1엔 개최국과 초강호들
포트1에 배정된 12개국은 미국, 멕시코, 캐나다, 스페인, 아르헨티나, 프랑스, 잉글랜드, 브라질, 포르투갈,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이다. 월드컵 우승 후보로 꼽히는 나라들이다.
한국은 이 중 한 팀과 반드시 같은 조에 들어간다. 하지만 포트2 배정 덕분에 최소한 두 강호와 동시에 맞붙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포트2에는 크로아티아, 모로코, 콜롬비아, 우루과이, 스위스, 일본, 세네갈, 이란, 한국, 에콰도르, 오스트리아, 호주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과 같은 포트에 속한 일본, 이란과는 조별리그에서 만날 일이 없다.
포트3엔 노르웨이, 파나마, 이집트, 알제리, 스코틀랜드, 파라과이, 튀니지, 코트디부아르,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배정됐다.
포트4는 요르단, 카보베르데, 가나, 퀴라소, 아이티, 뉴질랜드와 함께 내년 3월 플레이오프를 통해 결정될 6개 팀(유럽 4팀, 대륙간 플레이오프 2팀)이 들어간다.
문제는 플레이오프 진출 팀들이다. 이탈리아가 플레이오프에 참가하는데, FIFA 랭킹 12위인 이탈리아가 본선에 오르면 포트4에 배정된다. 랭킹과 상관없이 플레이오프 통과 팀은 무조건 포트4로 가기 때문이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이탈리아가 직행 티켓을 확보했다면 포트2였을 것"이라며 "하지만 플레이오프를 거치면 랭킹 82위 퀴라소, 84위 아이티와 같은 포트4에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만약 한국이 프랑스(포트1), 노르웨이(포트3), 이탈리아(포트4)와 한 조에 묶인다면 '죽음의 조'가 탄생한다. 노르웨이엔 맨시티의 슈퍼스타 엘링 홀란드가 있고, 이탈리아는 통산 4회 월드컵 우승에 빛나는 강국이다. 프랑스도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한편 한국 입장에서 포트1에서 개최국 3팀(미국·멕시코·캐나다)과 만나는 건 양날의 검이다. 이들은 FIFA 랭킹이 각각 13위, 14위, 34위로 포트1의 다른 강호들보다 상대적으로 약하다. 하지만 개최국 어드밴티지로 관중 대부분이 상대팀을 응원하는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스페인·아르헨티나, 결승 전 못 만난다
FIFA는 이번 조 추첨에서 특별한 규정을 도입했다. FIFA 랭킹 1위 스페인과 2위 아르헨티나를 대진표 반대편에 배치해 결승 전엔 만나지 않도록 한 것이다.
3위 잉글랜드와 4위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두 팀 중 한 팀은 스페인 쪽 대진표로, 다른 한 팀은 아르헨티나 쪽 대진표로 보내진다. 각 팀이 조 1위로 올라간다면 준결승 전엔 만날 수 없다.
이는 강호들이 너무 일찍 맞붙는 걸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조 2위나 3위로 떨어지면 이 보호막이 사라진다.
FIFA는 이번 월드컵부터 각 포트별 팀들이 조 안에서 차지할 위치를 미리 정해놨다. 이에 따라 한국은 조 추첨이 끝나면 3경기 순서를 바로 알 수 있다.
포트2 팀들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포트3 팀과, 2차전에서 포트1 팀과, 3차전에서 포트4 팀과 맞붙는다. 한국 입장에선 마지막 경기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팀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개최국 중 미국과 멕시코도 같은 순서로 경기를 치른다. 반면 캐나다는 1차전에 포트4, 2차전에 포트3, 3차전에 포트2 팀과 맞붙는다.
한국은 그동안 월드컵 조 추첨에서 늘 포트3이나 포트4에 머물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개최국 자격으로 포트1에 들어간 게 유일한 예외였다.
이번 포트2 배정은 한국 축구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 월드컵 예선을 안정적으로 통과하며 FIFA 랭킹을 끌어올린 결과다.
물론 포트2 배정이 16강 진출을 보장하진 않는다. 조 추첨 운이 나쁘면 '죽음의 조'에 들어갈 수도 있고, 실제 경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조 꼴찌로 탈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출발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는 건 분명하다. 한국 축구 팬들은 12월 6일 조 추첨 결과를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