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도루 기록의 주인공 전준호 코치(사진=KBO, 스포츠춘추)
역대 최다도루 기록의 주인공 전준호 코치(사진=KBO, 스포츠춘추)

[스포츠춘추]

한국의 리키 핸더슨, 한국야구 역사상 최고의 대도. 롯데 자이언츠 전준호 주루·외야코치가 KBO리그 40주년 기념 레전드 40에 선정됐다. KBO는 29일 전 코치와 함께 ‘호타준족’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 ‘악바리 2루수’ 정근우, ‘국민 유격수’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대행을 ‘근성의 야수 4인’으로 공개했다. 

전준호 코치는 KBO리그 역대 개인 최다 도루 기록의 주인공이다. 19시즌 동안 통산 549번 베이스를 훔쳐 오랫동안 누구도 깨지 못할 금자탑을 쌓았다. 역대 2위 이종범(510도루), 3위 이대형(505도루), 4위 정수근(474도루)이 모두 은퇴 선수고 현역으로 5위에 오른 이용규(388도루)도 만 37세 노장이라 기록 도전이 쉽지 않다. 그나마 가능성 있는 박해민(340도루)이 역대 1위에 오르려면 앞으로 210도루를 더 추가해야 한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쉽지도 않다.

당분간 깨지지 않을 기록은 이뿐만이 아니다. 1991시즌부터 2008시즌까지 기록한 18시즌 연속 10도루는 전 코치의 은퇴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부문 최고 기록으로 남아있다. 1993시즌 롯데에서 기록한 75도루도 단일 시즌 최다 도루 2위 기록에 해당한다. 현대로 이적한 2004시즌에는 53도루로 역대 최고령 도루왕 기록도 세웠다. 

전 코치는 롯데 야구의 전성기와 현대 유니콘스 왕조의 주역이었다. 1990년대에는 롯데 ‘소총부대’의 선봉장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1992시즌에는 안타와 도루 3위, 득점 5위 차지하며 팀의 마지막 우승을 이끌었고 1995년에도 득점-도루 1위로 롯데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1997년 현대로 이적한 뒤엔 총 네 차례의 통합 우승을 함께했다. 

도루라는 자신만의 색깔로 한 시대를 풍미한 전 코치는 전문가 투표에서 83표(42.56점), 팬 투표에서 197,191표(3.61점)를 얻어 총 점수 46.17으로 레전드 순위는 34위에 올랐다. 스포츠춘추는 현재 친정 롯데 퓨처스팀에서 미래의 대도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전 코치에게 레전드 40 선정 소감과 의미를 들어봤다. 

한번은 선수로, 한번은 코치로…역대 두 번뿐인 ‘팀 200도루’ 주역

롯데 선수 시절의 전준호 코치(사진=롯데)
롯데 선수 시절의 전준호 코치(사진=롯데)

‘근성의 야수’로 레전드 40에 선정됐습니다. 소감부터 들어볼까요.

이렇게 야구팬들께서, 그리고 야구 전문가분들이 직접 선정하고 뽑아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제가 걸어온 야구 인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크게 실감나지 않았는데, 기사가 나고 축하 전화도 받고 하니까 감회가 새롭더군요. 감사드립니다. 

그간 레전드 40에 뽑힌 타자들을 보면 홈런, 타율, 타점 등에서 뛰어난 기록을 남긴 선수들이 주로 선정됐습니다. ‘도루’를 주특기로 삼는 선수의 레전드 선정은 전 코치님이 처음인 것 같은데요. 

선수 시절 저는 주연 역할이 아니었습니다. 1번타자로  출루하고 도루해서 중심 타선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조연 역할을 주로 맡았습니다. 아무래도 임팩트가 강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팬, 전문가 분들이 도루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주시고 스피디한 야구에 점수를 주셨다는 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웃음).

최근 야구 흐름에선 도루의 가치가 예전만 못한 현실입니다. 코치님이 세운 1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도루, 시즌 75도루, 최고령 도루왕 같은 기록은 어쩌면 영원히 깨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참 아쉽죠. 프로야구에 FA(프리에이전트) 제도가 생기면서, 아무래도 과거처럼 선수들이 공격적인 도루 시도를 하기는 어려워졌어요. 도루라는 플레이에는 부상 위험이 따르니까요. 

다시는 깨지지 않을 기록 중에는 1995년 롯데의 역대 최다 팀 도루(220개) 기록도 있습니다. 그해 롯데에선 코치님(69도루)을 비롯해 무려 8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했습니다. 타선에 발빠른 교타자들이 즐비했던 당시 롯데 야구엔 요즘 야구에선 느끼기 힘든 독특하고 강렬한 개성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엔 4번타자 김민호 선배까지도 두 자릿수 도루(1994년 21도루)를 할 정도로 기동력의 야구를 했었죠(웃음). 사실 롯데의 기록이 딱 한 번 깨질 뻔한 적이 있어요. 결국 깨지지는 않았지만.

주루 코치로 몸담았던 2015년 NC 다이노스 시절 말씀인가요.

맞습니다. 그해 NC에서 김종호(41도루), 박민우(46도루), 에릭 테임즈(40도루)까지 40도루 선수만 세 명이 나왔습니다. 팀 도루도 204개로 1995년 롯데 이후 처음으로 팀 200도루를 달성했고요. 한번은 선수로, 또 한 번은 지도자로서 팀 200도루 기록에 힘을 보탰다는 데 나름대로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롯데가 시즌 막판 치열한 5강 싸움 중입니다. 롯데 마지막 우승 멤버로서 가을야구 진출을 바라는 마음이 그 누구보다 간절할 것 같습니다.

정말 매 경기가 피를 말립니다(웃음). 저는 퓨처스팀 소속이지만, 1군 선수단을 비롯해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까지 모두가 전쟁을 치르는 심정일 거에요. 주전 선수 한두 명도 아니고 네댓 명이 한꺼번에 부상으로 빠지는 악재 속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짠한 마음입니다. 특히 이대호 선수는 타석에 설 때마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임하는 게 눈빛에서 보입니다. 롯데 선배로서 마음이 짠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 

레전드 40 시상이 오는 9월 11일 부산 NC-롯데 전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친정팀이자 현 소속팀인 롯데와 고향팀이자 한때 코치로 몸담았던 팀의 경기에서 팬들 앞에 서게 됐습니다.

롯데는 제가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몸담았던 팀이고, NC도 지도자 생활을 오래 한 팀으로 제게 의미가 있어요. 함께 성장하는 라이벌 관계이기도 하고요. KBO에서 너무 좋은 날짜를 시상일로 정해주신 것 같아서 기분 좋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전준호 코치의 통산 기록(표=KBO)
전준호 코치의 통산 기록(표=K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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