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2023년 시범경기를 단독 선두로 마무리했다(사진=한화)
한화는 2023년 시범경기를 단독 선두로 마무리했다(사진=한화)

[스포츠춘추]

한화 이글스는 올겨울 '외부 FA' 채은성, 이태양, 오선진을 영입해 선수단에 깊이를 더했다. 3월 시범경기에선 9승 3패 1무로 단독 선두를 차지했다. 개막을 앞두고 한화를 향한 기대감이 부풀었던 까닭이다.

그런 한화가 개막 뒤 5승 12패 1무에 그쳤다. 리그 순위는 10위 최하위다. 3월 기세를 전혀 이어가지 못했다. 접전 끝에 경기를 내주는 게 잦았다. 중요 상황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하면서 역전패를 거듭 내준 것. 시범경기 때만 해도 좋은 활약(평균자책 2.54, 리그 2위)을 선보였던 불펜이 발목을 잡았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개막한 지 한 달이 채 되질 않아 마무리 투수를 두 차례 교체했다. 잇따른 접전 패배 여파다. 첫 마무리 교체는 개막 5경기 만이었다.

당시 4월 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취재진을 만난 수베로 감독은 “불펜이 하루빨리 좋았던 모습을 찾아야 한다”“시범경기 때만 해도 불펜이 공격성이 돋보였는데, 그걸 잃어버려 아쉽다”고 밝혔다.

한화 선발진은 최저 이닝 및 최저 투구 수를 기록 중이다(통계=스탯티즈)
한화 선발진은 최저 이닝 및 최저 투구 수를 기록 중이다(통계=스탯티즈)

일부에선 “한화가 시즌 초부터 선발투수를 너무 아끼는 듯싶다”고 목소릴 냈다. “선발 이닝이 적을수록, 불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제기됐다.

한화는 올 시즌 불펜 투수의 이닝 소화가 리그에서 가장 많다. 반면, 선발 투수는 그만큼 적게 던졌다.

수베로 감독 “우린 ‘과정’대로 가고 있다”…“시즌 세 번째 등판부터 다를 것”

한화 로사도 투수코치, 수베로 감독(사진=한화)
한화 로사도 투수코치, 수베로 감독(사진=한화)

한화 선발진은 리그에서 최저 이닝(평균 4.70이닝), 최저 투구 수(평균 78.61구)를 기록 중이다. 선발 누적 이닝(84.2이닝)도 한화가 가장 적다.

이유가 있다. 지난해 12월 야심 차게 영입한 외국인 투수 버치 스미스의 이탈이다. 한화는 우완 강속구 투수 스미스를 최대 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을 투자한 것. 한화는 스미스에게 올 시즌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다.

그런 스미스가 단 60구만 던지고 KBO리그를 떠났다. 스미스는 1일 키움 히어로즈 상대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2.2이닝 동안 3피안타 0볼넷 1사구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3회 도중 어깨 부상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온 게 마지막이었다. 한화는 19일 스미스의 방출을 공식 발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화는 시즌 초부터 선발진 투구 수 관리를 ‘칼’ 같이 했다. 일정 투구 수를 정해두고 선발 투수를 마운드에서 내리는 건 흔한 일이다. 한화는 다른 팀과 달랐다. ‘예상 밖의’ 빠른 투수 교체가 제법 많았다. 

한화의 투구 수 관리는 프로 2년 차를 맞이한 ‘특급 유망주’ 문동주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개막 후 선발 로테이션 첫 턴 평균 투구 수가 70.8구였다. 개막전 조기 강판당한 스미스를 제외해도, 4명 평균 투구 수(73.5구)가 80구를 넘지 않았다.

한화 2023시즌 ‘첫 18경기 선발등판’ 기록(통계=스탯티즈)
한화 2023시즌 ‘첫 18경기 선발등판’ 기록(통계=스탯티즈)

“우린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시즌 첫 선발등판부터 100~110구를 던지는 경우도 물론 있다. 개인적으론 바람직하지 않다.”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 첫 턴을 소화한 뒤, 수베로 감독의 말이다.

수베로 감독은 “여기서 ‘과정’이란 90구에서 100구까지 던질 수 있도록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시범경기 페이스에 맞춰 선수들은 컨디션을 조정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발 투수들의 몸이 완벽하게 만들어지는 건 시즌 세 번째 등판부터다. 그 이후론 투구 수를 꾸준하게 가져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는 개막 뒤 18경기를 치렀다. 이제 네 번째 선발 로테이션 턴을 맞이했다. 올 시즌 한화 선발진은 시즌 세 번째 선발등판에서 평균 85.8구를 던졌다. 투구 수는 계획대로 늘고 있다.

한화엔 ‘선발야구’가 필요하다. 마운드 앞에서 길게 막아준다면 불펜 과부하 고민도 줄어든다. 때마침 20일 새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와 계약 소식도 들렸다. 산체스는 4월 내 입국해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전환점’이다. 한화 선발진이 반등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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