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우완 최원태(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키움 우완 최원태(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스포츠춘추]

키움 히어로즈는 개막 뒤 두 달을 고단하게 보냈다. 7월에 들어서기 전 21승 29패(승률 0.420)로 리그 8위에 머무르기도 했다.

그런 키움이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던 건 선발 투수들의 힘이 컸다. 키움은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선발진을 자랑하고 있다. 팀 퀄리티 스타트(QS) 총합이 49개(이하 7일 경기 종료 기준)로 리그 선두다. 팀 QS 2위인 두산 베어스와는 14개 차이가 난다.

키움이 어느덧 5할 승률을 목전에 뒀다. 그 중심엔 ‘프로 9년차’ 최원태가 있다. 최원태는 올해 안우진-아리엘 후라도와 함께 키움의 선발 ‘삼각편대’로 활약 중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최원태의 올 시즌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3.17로 투수 전체 5위에 해당한다.

“팀 분위기라든지, 호흡이 너무 좋다. 이 기세를 이어가겠다. 우린 후반기엔 더 잘 해낼 것이다.“

스포츠춘추를 만난 최원태가 확신에 찬 목소릴 냈다. 다음은 최원태와의 일문일답이다.


“구종 추가 욕심? 전혀 없어. 지금 가진 것에 더 집중하고 싶다”

키움 최원태(사진=키움)
키움 우완 최원태(사진=키움)

키움은 시즌 중 선발진 피로를 덜기 위해 열흘간 휴식 시간을 부여한다. (최원태 역시) 최근 재정비 시간을 한 차례 가진 뒤 지난 2일 복귀했는데.

1군에 돌아온 지 5일 정도 지났다. 물론 벤치에서 내게 처음 휴식 여부를 물어봤을 때, 계속 던지고 싶은 마음이 살짝 있긴 했다(웃음). 하지만, 시즌은 길다. 후반기에도 던져야 한다. 스스로 늘 경계하고 있는 대목이다. 시즌 끝까지 완주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원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투심 패스트볼’과 ‘땅볼 유도’다. 2016년 KBO리그 데뷔 뒤 투심 구종 구사율이 44.8, 땅볼/뜬공 비율이 1.16이었다. 올 시즌엔 각각 31.1%, 0.89를 기록 중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포심 패스트볼의 경우엔 코칭 스태프 추천이 있었다. 포심 회전수가 괜찮기에 구사율을 늘리고 있다. 땅볼로 꼭 맞춰 잡아야 한단 생각은 없다. 특정 이미지를 의식하거나 거기에 얽매이고 싶진 않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속구 스피드 향상이 돋보인다. 특히, 올 시즌엔 선발 투수로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빠른 공’을 유지 중이다. 특히, 제구에 큰 어려움 없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는데.

지난해 불펜 경험이 내게 좋은 ‘수업’이 됐다. 특히, 후반기에 변화를 가져간 게 잘 맞은 듯싶다. 투구 템포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팔 타이밍을 조금 늦춰서 간결하게 바꾼 것이 주효했다. 제구는 원래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슬라이더도 올 시즌 큰 폭으로 빨라졌다. 지난해보다 평균 1.9km/h 빠르다. 일부에선 ‘컷패스트볼을 던진다’고 할 정도다.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예전 슬라이더 그대로다. 다만, 상황에 따라 각이나 스피드를 조절하면서 던지고 있다. 때론 크게 던질 때도 있지만, 짧게 던질 때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팀에 한창 ‘스위퍼’ 구종 열풍이 불었다. 구종 추가에 대한 욕심은 없었나.

(고갤 저으며) 전혀. 구종 추가에 대한 욕심은 하나도 없다. 지금 가진 구종에 집중하고 싶다. 투구 때마다 원하는 곳에 던지려면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내 경우엔 현시점 ‘있는 것’을 더 위력적으로 만드는 게 관건이다.

아무리 많은 구종을 던져도 ‘중요한 상황에서 던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올 시즌 최원태는 어떤 구종이든 상황에 맞게 ‘결정구’로 쓸 수 있다. 내년이면 프로 10년차다. ‘지금 최원태’까지 오는 데 시행착오가 참 많았을 듯싶다. 아직도 ‘금쪽이’ 같은 구종이 있을까.

맞다. 진짜 많이 던져봐야 얻을 수 있는 영역이다. 또한 용기도 필요하다. 연습도 연습이지만, 실전에서 맞는 걸 겁내지 말아야 한다. 사실 모든 구종이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아 계속 공부 중이다. 프로에서 9년간 던지면서 가장 ‘애가 탔던’ 구종은 아무래도 커브다. 지금도 던질 때 아쉬움이 조금씩 남는다. 다른 구종들도 별반 다르진 않다. 나는 아직 더 갈고 닦아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장재영의 프로 첫 승, 최원태는 7년 전 ‘열아홉’ 시절 떠올렸다

키움 최원태(사진 왼쪽부터), 장재영(사진=스포츠춘추 DB)
키움 최원태(사진 왼쪽부터), 장재영(사진=스포츠춘추 DB)

올 시즌 투구수(평균 93.7)라든지 이닝 소화(6.1) 모두 돋보인다. 최원태 등판날엔 팀에서 ‘믿고 맡긴다’는 인상이 강렬하다. 던지는 투수 입장에서도 체감이 되나.

투수가 항상 컨디션이 좋거나 늘 잘 던질 수는 없다. 내게도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다. 올 시즌 이닝을 그렇게 가져갈 수 있던 건 홍원기 감독님의 신뢰가 있어서다. 팀은 내가 흔들릴 때마다 기다려줬다. 그런 믿음 덕분에 ‘올해 반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키움 선수들을 만날 때마다 홍 감독과의 ‘상담’ 얘기가 많이 들린다. 동료 외야수 김준완도 ‘비시즌 면담에서 큰 울림을 받았다’고 전했다. (최원태 역시) 비시즌 면담을 했는지 궁금하다.

있었다. 당시 면담에서 내가 느꼈던 걸 많이 말씀드린 기억이 난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말하긴 어렵다. 비밀이다(웃음).

지난 5일 후배 투수 장재영이 프로 데뷔 40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다. 키움 구성원 전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입장 아닌가. ‘뿌듯함’이 남다르지 않을까 싶다.

(미소 지으며) 그때 (장)재영이가 내게 ‘형, 저 첫 승하고 나서 한숨도 못 잤어요. 잠이 안 와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7년 전 내 얘길 해줬다. ‘나도 그랬다’고.

‘7년 전 열아홉 최원태’의 첫 승리는 어땠나. (+ 2016년 7월 1일, 고척 KIA 타이거즈전 선발 5.2이닝 2실점)

나도 재영이랑 비슷했다. 더하면 더했지. 내 경우엔 계속 ‘내가 정말 승리 투수가 된 게 맞나’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하루 종일 포털 사이트에 내 이름을 검색하고 새로고침을 반복했다. 그런데, 정말 1승이 올라가 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그런 기억이 문뜩 떠올라 이번에 재영이한테 말해줬다.

키움은 개막 뒤 ‘고단한’ 두 달을 보낸 바 있다. 그런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어느새 5할 승률까지 넘보고 있다. 팬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

투·타 밸런스가 좋아지면서 팀 분위기도 한껏 올라왔다. 타자가 안 좋을 땐 투수들이 끌어주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야수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렇게 팀이 하나로 뭉쳤다. 주어진 제 역할을 모두 잘 해내고 있기 때문에 ‘우린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론 시즌을 건강하게 완주해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전반기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후반기를 더 기대해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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