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LG 트윈스의 2루수는 늘 고질적인 문제였다. 대형 선수를 영입하거나, 자체적으로 육성을 해봐도 뾰족한 결과물이 나오질 않았기 때문.
그런 LG의 고민을 덜어준 이들이 있다. 3순위 백업에서 어느덧 플랜A로 거듭난 LG 내야수 신민재, 김민성이다.
처음부터 최우선 고려 대상은 아니었다. 흔히 말하는 ‘주전’은 다른 선수의 몫이었다. 그렇게 올 시즌을 시작했던 둘이 이젠 리그 선두 팀의 2루 포지션을 양분하고 있다.
LG 내야 만능 유틸리티 김민성,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LG의 올 시즌 개막전 2루수는 리드오프 서건창이 맡았다. 하지만, 서건창은 시즌 초 103타석 동안 타율 0.207, 출루율 0.280, 장타율 0.310으로 부진하며 5월 초 2군에 내려갔다.
그간 LG 차세대 2루수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정주현 역시 올 시즌 전반기 43타석을 소화해 OPS(출루율+장타율) 0.454에 그쳤다.
“시즌 초 2루 포지션 고민도 그렇고, 팀이 어려울 때마다 김민성이 잘 메꿔줬다.” 8월 11일 잠실에서 만난 LG 염경엽 감독의 말이다.
하마터면, 2루는 올 시즌 강력한 타선을 구축한 LG의 유일한 흠으로 전락했을지 모른다. 그때 곧바로 자릴 꿰찬 선수가 베테랑 김민성이었다.
올해로 35세를 맞이한 김민성은 ‘알짜배기’ 선수다. 특히, 올 시즌엔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유틸리티로 맹활약 중이다. 시즌 초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부상 공백을 메꾸더니, 이내 2루에서도 좋은 모습을 선보인 것.
김민성은 서건창의 2군행 뒤 5, 6월에 2루수를 주로 맡아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해당 기간, 김민성의 기록은 135타석, 4홈런, 타율 0.308, 출루율 0.369, 장타율 0.470이다. 그런 김민성에게도 악재가 한 차례 있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7월 초 팀 전력에서 이탈한 것. 한 달을 꼬박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김민성은 부상 복귀 후에도 여전히 LG의 만능열쇠였다. 8월 9일 광주 원정이 대표적이다. 이날 신민재가 장염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김민성이 2루수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LG는 9월 말 김민성에게 다른 임무를 맡길 계획이다. 이번엔 3루다. 주전 3루수인 문보경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출전으로 잠시 공백기를 가진다. 이에 염 감독은 “김민성을 주축으로 손호영이 받쳐주는 형식으로 문보경의 공백을 메꿀 것”이라고 했다.
김민성은 시즌 내내 주전과 백업을 오가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한 야구계 관계자는 “김민성은 내야 모든 곳을 소화한다. 올 시즌만 해도, 동에 번쩍했다가 서에 번쩍하더라. 저런 선수가 있으면 팀 한 해 운영이 수월해질 수밖에 없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민재를 향한 염갈량의 한 마디 “5, 6년은 주전 2루수를 맡아줘야”

한편, 염경엽 감독은 ‘좀 더 멀리’ 내다본다. 2019년부터 지난 4년간 1군에서 156타석 소화에 그치며 대주자·대수비 역할을 주로 수행했던 신민재를 주전 2루수로 기용하기 시작한 것.
“김민성이 잘해주고 있었지만, 한 시즌을 통째로 소화하기엔 체력 부담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올 시즌을 넘어 앞으로의 LG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민재를 테스트했는데,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잡았다.”
1996년생 우투좌타 신민재는 올 시즌 LG에서 가장 많은 2루 수비 이닝(344.1)을 소화 중이다. 김민성이 부상으로 이탈한 7월엔 주전 2루수로 각성해 50타석 동안 타율 0.372, 출루율 0.438, 장타율 0.372로 맹타를 휘두른 바 있다.
신민재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11일 경기 종료 기준, 리그 도루 1위(25)에 빛나는 ‘황금발’로 LG의 공·수·주를 이끈다.
이에 염 감독은 신민재의 주루 능력을 주목하며 “센터라인(포수, 2루수, 유격수, 중견수) 선수는 특출난 장점이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며 “타석에서 파워가 엄청 좋거나, 좋은 컨택과 빠른 발로 투수를 괴롭힐 수 있는 유형 등이 있는데, 신민재는 후자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는 신민재를 통해 ‘현재와 미래’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다. 염 감독을 신민재를 향해 “한 5, 6년은 주전 2루수를 맡아줘야 한다”고 말한 까닭이다.
정규 시즌도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LG의 경우, 50경기가 채 남질 않았다. 리그 1위를 수성하기 위해선, 선수들의 몸 관리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최근 장염을 겪었던 신민재는 다행히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다. 가벼운 부상에서 돌아온 신민재가 또 한 번 베이스를 향해 전력질주한다. 11일 키움 히어로즈전 뒤 더그아웃에서 만난 신민재는 “9일부터 갑자기 아팠다. 팀에서 그동안 휴식을 주셨는데, 지금은 정상적으로 출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LG의 2루는 더 이상 걱정거리가 아니다. 많은 이가 기대했던 얼굴은 아닐지 모른다. 다만, 김민성과 신민재는 올 시즌 자신의 진가를 넘치게 증명했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베테랑과 비로소 기회를 잡은 신예가 합작해 써 내려갈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