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송원대 좌완 정현수(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송원대 좌완 정현수(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스포츠춘추]

“부산 토박이로 자랐고 고향 팀의 부름을 받았다. 지금 이 순간이 믿기질 않고, 감회가 새로울 따름이다.”

‘최강 커브볼러’가 거인 군단에 합류한다. 롯데 자이언츠가 9월 14일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송원대학교 좌완 정현수를 지명했다.

정현수는 부산에서 태어나 대연초-부산중-부산고를 거친 뒤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송원대로 진학한 바 있다. 그로부터 4년 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꿈에 그리던 프로 선수로 활약을 앞뒀다.


정현수 향한 롯데의 평가 우리가 뽑을 수 있는 최적의 카드였다”

롯데 지명 선수 4R 유신고 박준우(사진 왼쪽부터), 2R 송원대 정현수, 3R 대구상원고 이호준, 1R 경북고 전미르(사진=롯데)
롯데 지명 선수 4R 유신고 박준우(사진 왼쪽부터), 2R 송원대 정현수, 3R 대구상원고 이호준, 1R 경북고 전미르(사진=롯데)

정현수는 2001년생 좌투·좌타에 키 180cm, 몸무게 83kg의 신체 조건을 갖췄다. 대학야구 공식전에선 2020년부터 지난 4년간 47경기에 등판해 187이닝을 던져 20승 5패 4피홈런 109사사구 285탈삼진 평균자책 3.18을 거뒀다.

지난해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정현수는 송원대의 준우승을 이끌며 감투상을 받기도 했다. 4학년인 올 시즌 기록은 11경기 42.2이닝을 소화해 4승 2패 19사사구 75탈삼진 평균자책 2.09다.

올해 4월부턴 인기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 출연해 주목받기도 했다. 특히, 프로 출신 은퇴 선수들 사이에서 고른 기량을 뽐내 본인 이름 석 자를 야구팬들에게 제대로 각인시켰다.

그런 정현수가 이번 드래프트에서 전체 13순위로 지명된 것에 많은 이가 놀랐다. 일부에선 “너무 이른 시점에 호명한 것 아니냐”는 목소릴 냈다.

“우리 팀이 뽑을 수 있는 ‘최적의 카드’였다. 특히, 즉시전력 자원으로 손색이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14일 드래프트 행사 종료 뒤 취재진과 만난 롯데 성민규 단장이 전한 정현수 지명 뒷배경이다.

이어 성 단장은 “선수 유형에 맞춰 지명한 건 아니었다”“우리 차례에서 뽑을 수 있는 선수들을 모두 고민했고, 즉시전력과 잠재 가치를 견주어봤다. 그중 전자인 정현수가 가진 강점을 월등히 뛰어넘는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KBO리그 10개 팀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대학 선수 29명을 지명했다. 지난해(17명) 대비 12명이나 더 많았다.

“올해 대졸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기량이 좋다. 우리 팀에서 정현수와 동의과학대 외야수 유제모 둘을 뽑았다. 특히, 정현수는 제구가 워낙 좋고 왼손 투수인 게 큰 메리트가 될 것이다.” 성 단장의 평가다.


정현수 “대선배 이대호·송승준 바라보며 꿈을 키웠기에 고향 팀 지명 뜻깊다”

롯데는 정현수에게 ‘즉시전력’을 기대한다(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롯데는 정현수에게 ‘즉시전력’을 기대한다(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드래프트 행사가 끝난 후 스포츠춘추와 만난 정현수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롯데에서 내 이름을 부를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생각보다 빠르게 호명돼 영광이고 그만한 책임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최강야구’에서 동고동락 중인 이대호·송승준을 보고 자라왔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본인을 ‘부산 토박이’라고 소개한 정현수는 “어린 시절부터 이대호, 송승준 두 선배의 활약을 보고 프로 선수를 향한 꿈을 키웠다. 비록 고등학교 졸업 뒤 부산을 떠났지만, 4년 만에 이렇게 고향 팀으로 돌아오게 됐다. 그 사실이 너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정현수는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최강 커브볼러’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연마 중인 ‘제3구종’이 있다. 바로 슬라이더다.

이에 정현수는 “기존 결정구는 커브지만, 최근엔 슬라이더 보완에 많이 힘쓰고 있다. 내년에 더 완벽하게 구사하는 게 목표다. 롯데 팬들이 꼭 기대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정현수는 가장 기대되는 맞상대 프로 선수론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 한화 이글스 내야수 노시환을 손꼽았다.

정현수와 한 살 터울인 노시환은 아마추어 시절 부산 지역의 ‘거함’이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정현수가 노시환을 손꼽은 까닭이다. 다만, 이정후는 부상 및 향후 메이저리그(MLB) 도전으로 맞대결 성사가 어려울지 모른다. 

“알고 있다. 부상에서 빨리 회복하셨으면 좋겠다. 워낙 잘 치는 선배라 내 커브가 통하나 확인하고 싶었다. 또, 노시환 선배는 중학교-고등학교 때부터 유명했던 타자다. 지금은 KBO리그 최고 타자 아닌가. 두 선배와는 결과를 떠나 한 번 자신 있게 맞붙고 싶다.”

정현수의 목표는 내년 1군에 곧바로 진입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현수는 “대학 졸업 선수인 만큼, 팀에서 내게 기대하는 것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보여드릴 자신이 있다. 물론, 앞으로 보완하고 극복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내년 시즌 전까지 시간이 꽤 있기 때문에 열심히 갈고 닦아 1군 경쟁에서 살아남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선수 본인이 꿈꾸는 ‘10년 뒤 모습’은 어떨까. 이와 관련해 묻자, 정현수는 이내 웃으며 “앞으로 ‘롯데 왼손 에이스’하면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정현수의 모교인 부산고 출신으론 자타공인 롯데 좌완 에이스 둘이 있다. 바로 주형광(현 양정초등학교 야구부 감독)과 장원준(현 두산 베어스)이다. 정현수가 훗날 그 계보를 잇는 특급 좌완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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